아멜리 노통브/김남주 역(열린책들)
몇 년 전 읽어보고
독서모임 덕분에 다시 만난 책....
여전히 그들의 네 시는
괴로우면서 익숙하고,
피하고 싶으면서도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
삶이라는 것이
어떤 형태가 최상의 삶이라 규정지을 순 없지만,
극한의, 혹은 마지막의 어느 순간
최선을 다했음을 깨달을 수 있다면
그 역시 훌륭한 삶이었으리라.
무례하기 짝이 없는 베르나르댕은
제 삶에 최선을 다 했다.
나는 적어도 그리 생각한다.
그의 거대한 부인 역시 그녀의 주어진 상황 안에서(그녀가 인지를 하든 못하든)
최선을 다 했을게다.
에밀과 쥘리에트 또한 그러하리라.
상황이, 환경이 최악으로 치달아도,
혹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무미건조할지라도,
치열하게든, 느슨하게든, 열심히든, 게으르게든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삶에
의식적으로, 때론 무의식적으로
최선을 다 하며 살고 있다.
나는 그렇다고,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사람은 스스로가 어떤 인물인지 알지 못한다. 자기 자신에게 익숙해진다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이다. 세월이 갈수록 인간이란 자신의 이름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그 인물을 점점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낯설게 느껴진다고 한들 무슨 불편이 있을 것인가? 그 편이 오히려 나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알게 되면 혐오감에 사로잡힐 테니까.
-p.9-
선은 순금처럼 자연 상태에서 순수한 형태로는 눈에 띄지 않는다. 따라서 선이 눈에 띄어도 별다른 감명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선은 유감스럽게도 행동하지 않는 습관이 있다. 선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편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악은 가스와도 같다. 눈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냄새로 식별할 수 있다. 악은 걸핏하면 정체되어 숨 막히는 층을 형성한다. 사람들은 처음에 형태가 없기 때문에 악이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다고 여긴다. 그러다가 악이 해 놓은 일을 발견한다. 악이 차지한 지위와 이룩한 과업을 보고서야 자신이 졌다는 것을 느끼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아닌가. 가스를 몰아낼 수가 없는 것이다.
-p.101-
"...그는 잘못 늙은 것 같아. 그럴 수 있잖아. 우리 자신도 5년 후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누가 알아?"
-p.103~104-
태풍이 닥칠 때, 그러니까 전쟁이나 불의나 사랑이나 병이나 이웃집 남자가 닥쳐올 때 인간은 언제나 혼자다. 막 이 세상에 태어난 고아일 뿐.
-p.107-
나는 뺨이라도 후려치듯 소리 나게 문을 닫았다. 내가 후려친 것은 나약하게 살아온 65년의 세월이었다.
-p.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