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유유정 역(문학사상사)
죽음은 허망하고,
삶은 허무하다.
20대 시절,
앞부분만 7번 읽다 결국 덮어버리고는
아~ 하루키는 나와 안맞는가보다..... 했던 소설.....
40이 넘은 지금 다시 집어 든 하루키는
그 때와 달리 가슴 속에 사~악 스며들어
축축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싱그러운
새벽녘 숲 속 같은 향기를 내내 맴돌게 한다.
소설의 배경이 노르웨이도 아니건만
왜 이 소설의 원제가 <노르웨이의 숲>일까? 했는데,
책을 덮고나니 알 것 같다.
반듯하게 솟은 침엽수가 빽빽히 들어 선
북유럽 어느 이름 모를 숲의 풍경......
이 소설을 읽고 나면
그 아름답지만 쓸쓸한 숲이 눈 앞에 끝없이 펼쳐진다.
그 속을 헤매며 숲의 끝을 향해 가는 느낌......
오늘도 각자의 숲에서 끝을 향해 열심히 걷고 있는 그대들이여!
그대들의 가는 길이 너무 험하지 않기를.....
너무 외롭지도, 너무 아프지도 않기를.....
긴 숲의 끝에 다다라 걸어온 길을 돌아보았을 때
엷은 미소가 물안개처럼 피어오르기를......
“그건 그렇구, 아무튼 나는 그때 생각했어. 이게 난생 처음 해보는 남자와의 키스였다면 얼마나 멋있을까 하고. 만일 내가 인생 순번을 바꿔놓을 수만 있다면, 그걸 첫번째 키스로 삼을 거야. 반드시. 그리고 나머지 인생을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서 지낼 거야. 빨래를 널어 말리는 옥상에서,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키스를 나눈 와타나베라는 남자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쉰여덟 살이 된 지금은...... 하고 말이지. 어때, 멋있다고 생각되지 않아?”
-p.266-
“조용하고 평화롭고 고독한 일요일” 하고 나는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해 보았다. 일요일이면 나는 태엽을 감지 않는 것이다.
-p.309-
“인생이란 비스킷 통이라고 생각하면 돼.
...... 중략........
비스킷 통에 여러가지 비스킷이 가득 들어 있고, 거기엔 좋아하는 것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게 있잖아? 그래서 먼저 좋아하는 걸 자꾸 먹어 버리면, 그 다음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게 되거든. 난 괴로운 일이 생기면 언제나 그렇게 생각해. 지금 이걸 겪어두면 나중에 편해진다고. 인생은 비스킷 통이라고.”
-p.382~383-
“자기 이야기 좀 해줘” 하고 미도리가 말했다.
“내 어떤 이야기?”
“글쎄...... 어떤 게 싫어?”
“닭고기와 성병과 그리고 말이 많은 이발사가 싫어.”
“그밖에?”
“4월의 고독한 밤과 레이스 달린 전화기 커버가 싫어.
......중략......
“얼마만큼 날 좋아해?” 하고 미도리가 물었다.
“온 세계 정글 속의 호랑이가 모두 녹아 버터가 되어 버릴 만큼 좋아.” 하고 내가 말했다.
-p.400~401-
“그런데 내 몸 속에 아직도 뭔가가 걸려 있는 것 같은 느낌이야. 이거 착각일까?”
“남아있는 기억일 뿐입니다, 그건”
-p.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