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키 키린 - 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

키키 키린/현서 역(항해)

by 소연




각기 다른 곳을 바라보는 눈,

푸석한 흰 머리,

일본 골목 어디서나 한번쯤은 마주칠 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할머니,

키키 키린.



그녀가 나온 영화들을 몇 번 보았었다.

그녀 특유의 분위기가 좋았다.

평범해 보이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독특한 그녀만의 분위기...

그녀의 연기가 나는 좋았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독특했던 분위기만큼이나 평범치 않았던 그녀의 생각이

오롯이 표출되었던 수많은 인터뷰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역시, 키키....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자신에게 충실했고,

자신이 믿는 바를 실행할 줄 알았으며,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았던

키키 키린....



나의 생이 끝날 때,

나도 그녀처럼 만족스런 인생이었노라

고백할 수 있기를.....




나는 누구랑 같이 있으니 외롭지 않다고 느낀 적은 없습니다. 혼자 있든, 둘이 있든, 아니 열 명이 같이 있어도 외로울 땐 외로운 거죠.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예요.

-p.19-
심각해질 때도 있지만 '놀기 위해 태어났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p.36-
나는 처음으로는 안 돌아가요.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지 않고, 넘어진 데서 다시 시작하죠. 처음으로 돌아갈 시간이 없다고 느끼니까요. 그러니까 실패하면, 실패한 데서부터 다시 시작하면 돼요.

지금도 봐요. 여기 옷이 헤졌잖아요. 그럼 헤진 데서부터 시작하는 거예요.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p.39-
나는 사람도, 한 번 망가져본 사람이 좋더군요. 가령 어떤 사건에 말려들어 망가진 사람이라고 하면 말이 좀 그렇지만, 한번은 자기의 밑바닥을 본 사람이 좋다는 거죠. 그런 사람은 아픔이 뭔지 알기 때문에 대화의 폭이 넓고, 동시에 넘어진 자리에서 변화할 수도 있거든요.

-p.127-
사랑이라기보다, 저한테 남편이 필요했다고 말하는 편이 옳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게 그쪽한테는 무척 힘든 일이었다는 걸 잘 알고 있고요. 여전히 "아무튼 고마웠어요. 힘들었죠?"라고 말을 걸면 "전혀-"라고 답하지만(웃음). 다음 생에 다시 만나지 않기 위해서, 여기서 잘 맞춰가고 있습니다(웃음).

-p167-
그렇네요. 제 인연은 그 사람이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건, 성숙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남편과 함께 있는 건 수지가 맞는 일이죠. 내가 성숙하는 데 필요한 대가입니다.

-p.171-
나이가 들어 죽는 것 뿐인데, 남은 사람들이 집착을 하는 거예요. 가는 길을 지켜봐주는 게 아니라, 삽관이든 뭐든 해서 연명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나 죽음은 딱히 특별한 일이 아니라 삶에 늘 존재한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중략)......

더 살고 싶다는 마음은 끝이 없다고들 하지만, 나는 잘 모르겠네요. 나이 들어 죽는 것보다 더 좋은 건 없는데, 그걸 두고 남은 사람들이 뭐든 더 해서 살리려고 한다는게..... 만일 내 자식들이 그런 소리를 하면 '그건 너희 욕심이 과한 것'이라고 일러줄 겁니다.

-p251-
각오를 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수술을 하겠다는 각오 말고요.

이렇게 육십둘까지 살아왔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이제 내가 없어요 다들 잘 살아가겠구나 싶거든요. 이제 울어줄 부모도 없으니 죽어도 되겠구나, 이제 잘 죽을 수 있겠구나 하는 각오죠.

-p.253-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네요.

지금까지,

만족스러운 인생이었습니다.

이제 그만,

물러가겠습니다.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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