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창화,김병록(남해의봄날)
내가 아주 어릴 적,
우리 아빠는 종로 3가 대로변 상점가에서
아주 작은 서점을 운영하셨었다.
왜 서점을 시작하셨는지 한번도 물어본 적 없어 모르겠지만,
그래서인지 나는 지금도 서점이 그냥 편하고 좋다.
정작 서점 사장님이셨던 아빠는 독서와 거리가 멀지만,
책 좋아하는 엄마 덕에 집에도 항상 책이 그득그득 했었다.
환경이란 게 참 무서운게
책으로 빼곡했던 집에서 자란 나는
이상하게도 책이 많으면 기분이 좋다.
그래서 자꾸 책으로 인테리어를 하는가보다. ^^;;
여름 내내 작은 서점에 꽂혀 책방관련 책을 마구 빌려다 보았다.
막연하게 작은 책방을 하고 싶단 생각도 스멀스멀 올라온다.
독립서점, 작은 동네 서점이 유행처럼 생기는 요즘,
아무런 계획도, 아무런 조사도 없이
그저 막연히 하고싶단 맘만으로 읽고 또 읽은 서점 관련 책들.....
친정집에 쌓여있는 오래된 책들과
내가 좋아하는 요즘의 책들을 잘 어우려
동네 조그만 책방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
참 무모하고, 참 대책없지만
또 이렇게 생각없고 계산없고 현실성 없이
마음은 주책맞게 설레고 지랄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만 들어오라고, 그리고 들어오면 꼭 책 한 권을 사가야 한다고 제법 으름장을 놓으니 문을 밀고 들어오는 사람이 줄었다. 아, 책 한 권을 산다는 게 이다지도 힘든 일인가. 가게에 들어가서 길을 물어 보더라도 미안한 마음에 음료수 하나라도 사 먹는데 30분씩, 1시간씩 남의 시간을 빼앗아 귀한 정보를 얻어가면서 책 한 권 사 가는 일이 그렇게 불편한 소비일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데 돈을 주고 책을 산다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새삼 느꼈다.
-p.45-
책이란 삶의 다른 말이다. 다른 이의 삶의 역사와 흔적 없이 오늘 우리들의 삶이란 없다. 오늘 우리가 걸어간 이 길은 내일의 또 다른 역사를 준비하는 초석이다. 책만 읽는 바보가 되어선 안되겠지만, 책도 읽지 않는 가난한 영혼이란 또 얼마나 초라한가. 바라건대 우리 삶의 길이 고스란히 한 권의 책이 되고, 그 한 권의 책이 우리 아이들의 삶에 희망의 등대가 되어주었으면 한다.
책을 읽고, 자기에게 주어진 삶의 길 위에서 책의 정신을 실천하는, 우리는 깨어있는 독서 시민이고 싶다.
-p.297~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