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창비)

by 소연



우리는 얼마나 많은 '차별행위'를
생각없이 해대고 있는가?!
'차별'의 개념에 대해서는
얼마나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가?!

인권과 차별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저자 역시
인지하지 못하고 사용했던 말,
"결정장애".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하는 성격이란 뜻을 표현하기 위해
'결정'이라는 단어에 '장애'라는 단어를 붙여
'장애'를 부정적 혹은 모자라다는 의미로 쓴 이 단어는
사실 나도 인지하지 못하고 사용했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사용하고 있는 말이
어디 "결정장애" 뿐이겠는가!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들이 오간다.
내가 미처 몰랐던 많은 순간들, 상황들, 사람들이
책장마다 불쑥불쑥 고개를 내민다.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차별했을까?
얼마나 많은 상황들을 차별하고,
얼마나 많은 차별들을 차별로 인지하지 못했을까?
부끄러움 보다는, 미안함 보다는,
차별에 대한 생각이 재정립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 뚜껍지도 않은 책을 다 읽는데
시간이 걸렸다.
쉽게 술술 읽고 넘길 수 없기에
페이지 마다 꼭꼭 씹어
가슴에, 머리에 콕콕 박고 싶었다.
물론, 중간중간
"이렇게 생각하다간 세상 그 어느 것도 '차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구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어찌됐든 몰랐다는 이유로 어물쩡 넘기는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차별이란,
다름의 '수평적' 개념이 아닌 '수직적' 개념이다.
다름에 '우열'의 잣대가 씌워지는 순간
누군가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고,
때로는 선인과 악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앞으로
자꾸 일어서려는 다름의 잣대를 뉘이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나와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고,
다름을 인정하도록 노력하고,
다름 속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다름 속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할 책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그대에게
조심스레 이 책을 추천해본다.


** 보탬 : 이 책은 작년(2019년) 우리 구 도서관에서 실시한 <구민 한 책 읽기 캠페인>의 추천책이었다. 그래서 우리 구 도서관들마다 이 책을 전시하고 다수 비치 해 놓아 많은 구민들이 읽을 수 있도록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책들은 전시대에서 치워졌다. 책 속에 '동성애' 차별에 관한 내용이 조금 나오는데, 몇몇(?) 학부모 단체에서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한 책 읽기 추천책에서 제외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한다. 이 책은 동성애를 옹호하는 책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우리도 모르는 차별에 대해 이야기 한 책이다. 차별하는 쪽을 나쁘다 하지도 않았고, 차별받는 쪽을 특별히 지지하지도 않았다. 그저 너무나도 쉽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행해지고 있는 차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고, 그 해결방안에 대해 각자가 생각해 보게끔 하는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성애'라는 단어 하나로 항의를 하고, 결국엔 전시대에서 끌어내린 그 분들이 옳은 결정, 정의를 구현했다고 생각하실까봐 참 무섭고 슬프다. "차별"에 "정의구현"은 원인과 결과가 될 수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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