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김진준 역(문학사상)

by 소연




드디어 마주 한 <총, 균, 쇠>......

코로나 사태로 도서관들이 하나같이 문을 닫은 이 때,
아마도 평생 책꽂이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을 지도 모를 이 두꺼운 책을
결국엔 완독해버리고야 말았다.
정말이지 무슨 정신으로 어떻게 다 읽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 느낌, 언젠가 느껴봤는데......
맞다! <사피엔스>!
그 때도 그랬다.
'유발 하라리, 정말 대단한데~!!'
인류 문명을 다룬 내용도 어찌보면 겹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분명, 다이아몬드의 이야기와 하라리의 이야기는 접근과 방향,그리고 목적이 다르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들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재레미 다이아몬드의 문명에 대한 고찰은 결국 700페이지에 달하는 대답을 완성케 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피부색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백인과 흑인의 우열차 뿐 아니라 서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간의 편견, 이주민과 원주민간의 편견, 북미와 남미와의 편견, 유럽인과 비유럽인간의 편견, 다수민족과 소수민족간의 편견 등등등 수많은 불평등과 편견과 차별 속에 살고 있다. 우리 나라라고 예외일까? 더이상 단일민족국가라 하기 어려울 만큼 국제화 된 우리 나라의 구성원들은 부모의 출신국, 피부색, 사용 언어에 따라 칭송받기도 하고 차별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국제적, 인종적 부의 차이와 발전 차이는 왜 생겨난 것인가? 정말로 인종에 따른 유전적 우열이 원인인 것일까?

재레드 교수는 아니라고 단호히 말한다.
인종 유전의 우열은 없다고, 단지 지리적, 환경적 차이에 따른 문명의 속도 차이일 뿐이라고.

수렵 채집에서 농경사회로 옮겨가면서 문명은 급격히 발전한다. 아무래도 정착생활이 수렵 채집생활 보다 필요한 것들이 훨씬 많기에 보다 많은 것들이 발명되고, 발명된 것들은 더욱 편하게 재생산 된다. 하루종일 돌아다녀야 하는 수렵인들에 비해 시간도 많아진 농경민들은 심심한 시간을 죽이기 위해 더 많은 것들을 만들어 낸다. 심지어 실생활에 필요 없는 예술품 까지도..... 정착이 주는 시간적 여유와 생활의 안정은 인구의 폭등을 불러왔고, 많은 무리가 조화롭게 살기 위해 규율과 규칙이 생겼다. 생산성은 재산을 낳았고, 재산은 계급을 낳았다. 계급은 더 많은 생산물을 원하게 되었고, 그러기 위해 무리는 뭉쳐 하나의 국가가 되어 끊임없이 다른 땅을 침범하고 빼앗았다.
먼저 문명화 된 국가가 먼저 발전하고, 먼저 힘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그 힘을 과시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고, 그 힘은 자신들의 우월함에서 나온다 믿었다. 하지만, 사실 그들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정착하여 농사 짓기 좋은 환경에 태어나 다른 지역의 인류보다 먼저 정착했을 뿐이다. 먼저 정착하여 먼저 쌓인 노하우가 많았을 뿐이다. 한마디로 부모 잘 만난 것 뿐이다.
유럽과 미국, 흔히 우리가 강대국이라 불렀고, 지금도 그리 불리우고 있는 몇몇 나라들은 대부분 비슷한 위도에 정착하기 좋은 환경을 타고난 곳에 위치해 있다. 농경사회가 발명케 한 농기구들은 무기가 되고, 야생의 것들을 가축화 경작화 하면서 듣도보도 못한 치명적인 균에 노출 되었다. 그렇게 그들은 전쟁을 통해 과학을 발전시켰고, 균을 통해 면역력을 얻었다. 더 무엇이 있겠는가? 이것만으로도 인종간 우월 유전자는 시덥잖은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헛소리가 되는 것을.

<총, 균, 쇠>는 단순히 인류 문명을 이야기한 책이 아니다.
과거의 인류가 걸었던 길을 되짚어 보고, 미래에 조심스레 눈을 돌려보게 한다.
지금의 문명격차가 앞으로도 똑같이 가진 않을 것이다.
무시무시한 위력의 무기들이 개발되고, 상상도 못한 균들이 인류를 위협한다.
그러는 사이 문명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도 있고, 문명의 판도가 완전히 뒤집힐 수도 있다. 어느 한 국가가, 어느 한 지역의 문명이 무너져 내리면 나머지 국가, 나머지 문명들도 함께 무너질 수 있는 게 지금 인류의 현실이다. 인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총과 균과 쇠, 그것들을 잘 다스리고 통제하고 옳게 활용할 때 인류의 미래는 희망적일 것이다.


** 보탬 : 이 엄청난 책을 완독하고 나니 이제 왠만한 다른 책들은 쉬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 지리 환경은 분명히 역사에 영향을 미친다.
-p .16-
인류 역사는 대부분 유산자와 무산자(농업이 힘을 가진 민족과 못 가진 민족, 또는 각기 다른 시기에 농업의 힘을 갖게 된 민족) 사이의 불평등한 갈등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p.128-
전 세계에서 실제 식량 생산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농경민이나 목축민들은 수렵 채집민들보다 잘 산다고 말하기 어렵다. 시간의 효율성에 대한 연구들을 보더라도 하루 중 노동 시간이 수렵 채집민들보다 오히려 길면 길었지 짧지는 않다.
-p.160-
오늘날에도 볼 수 있듯이 음식의 선호 순위는 사람들이 각각의 생활 방식에 부여하는 상대적 가치에 따라서도 크게 좌우된다. 19세기 미국 서부에서 소를 기르는 사람, 양을 기르는 사람, 농사를 짓는 사람이 모두 서로를 멸시했다. 마찬가지로 인류 역사를 통틀어 농경민들은 언제나 수렵 채집민들을 원시적이라는 이유로 경멸했고 수렵 채집민들은 농경민들을 무지하다면서 경멸했으며 목축민들은 둘 다 경멸했다. 개인의 먹거리를 어떻게 얻을 것인지를 선택하려고 할 때마다 그 같은 요소들이 작용하는 것이다.
-p. 165-
20세기까지도 수렵 채집민으로 남아있었던 몇몇 민족들은 식량 생산에 부적합한 지역, 특히 사막이나 북극 지방 등에 국한되어 살았던 덕분에 식량생산자들에 의해 교체되는 운명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도 결국은 20세기가 다 지나가기 전에 문명의 유혹에 굴복하거나, 관료 또는 선교사들의 압력에 못 이겨 정착하거나, 아니면 병원균 때문에 죽고 말 것이다.
-p. 172-
부분적으로 농업의 힘은 색량 생산으로 인하여 인구가 훨씬 조밀해지기 때문에 생겨난다. 열 명의 비무장 농경민이 한 명의 비무장 수렵 채집민과 싸운다면 분명히 농경민들이 유리하다. 또 농업의 힘은 결코 비무장 상태에서는 생기지 않는다. 농경민들은 더 지독한 병원균을 내뿜었고 더 나은 무기와 갑옷을 가졌으며 일반적으로 더 강력한 기술을 소유했다. 또한 그들의 중앙 집권적 정치 체제에는 문자를 알고 정복 전쟁에 더 유능한 엘리트 계급이 있었다.
-p. 285~286-
세균은 인간의 몸속 영양분을 섭취하도록 진화되었으며 피해자가 죽거나 저항할 때 새로운 피해자의 몸으로 날아갈 수 있는 날개를 갖지 못했다. 그래서 많은 병원균들은 피해자에게서 피해자로 옮겨가는 여러 가지 방법을 진화시켜야 했다. 이러한 수법 중에는 인간이 흔히 '질병의 증상'으로 경험하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인간은 인간 나름대로 대응 방법을 진화시켜 왔고 병원균들은 다시 거기에 대한 대응 수법을 진화시키는 것으로 대처해 왔다. 그리하여 인간과 인간의 몸에 기생하는 병원체들은 점점 더 격화되는 진화적 경쟁 관계 속에서 서로 옴짝달싹 못하게 되었다. 패배의 대가는 어느 한 쪽의 죽음이며 자연선택이 심판을 맡고 있다.
-p 294-
농업의 발생이 왜 대중성 전염병의 진화를 촉발시켰을까?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앞서 언급했듯이 농업은 수렵 채집 생활보다 훨씬 더 높은 인구 밀도(대략 10배에서 100배)를 뒷받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렵 채집민들은 야영지를 자주 옮기므로 그때까지 세균이나 기생충 유충들이 잔뜩 축적되어 있던 분뇨 더미를 남겨두고 훌훌 떠날 수 있다. 그러나 농경민들은 정주형 생활을 하면서 오물 속에서 살기 때문에 각종 세균이 한 사람의 몸 속에서 다른 사람의 식수 속으로 옮겨 가기도 쉽다.
-p. 299-
각각의 질병은 지금도 진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세균들은 자연선택을 통해 새로운 숙주와 매개 동물에 적응한다. 그러나 인체는 소의 몸과 면역 방어 체계, 이, 배설물, 화학 작용 등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새로운 환경 속에서 세균은 새로운 생존 및 번식 방법을 진화시키는 수밖에 없다.
-p. 305-
무기류, 기술, 정치 조직 등에서 유럽인들은 그들이 정복한 비유럽인들에 비해 크나큰 이점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 같은 이점만으로는 애당초 유럽의 소수 이주민들을 교체할 수 있었는지 완전하게 설명할 수 없다. 만약 유럽이 다른 여러 대륙에 이 사악한 선물(유라시아인들이 오랫동안 가축과 밀접하게 살았기 때문에 진화된 각종 병원균)을 주지 않았다면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p.313-
문자는 근대화된 사회에 힘을 가져다주었다. 문자가 있으면 더 먼 곳, 더 오래된 시대에 대해 훨씬 더 정확하며 훨씬 더 자세하고 풍부한 지식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p.314~315-
기술 혁신과 발명은 한 사회가 아직 충족되지 못한 어떤 필요를 느낄 때, 즉 어떤 기술이 불만스럽거나 부족하다는 인식이 만연할 때 이뤄지며 발명된 이후 그 용도가 새로 발견된다 그리고 상당 시간 사용된 후에야 비로소 소비자들은 그 발명품에 대한 '필요'를 느끼게 된다.
-p.347-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는, 일부 천재 발명가들이 어느 특정한 시대에 특정 장소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과연 세계사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겠느냐는 점이다. 대답은 명백하다.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두루 인정받는 유명한 발명가들에게는 항상 유능한 선후배가 있었고 사회가 그들의 제품을 이용할 수 있는 시기에 발명품을 개량했던 것이다.
-p.356-
농업의 발생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작물화와 가축화가 가능한 야생 식물과 동물 종은, 대륙에 따라 매우 불균등하게 분포했다. 작물화와 가축화가 가장 용이한 야생 종은 지구상에서 아홉 군데의 협소한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고, 그곳은 식량 생산을 최초 시작한 지역이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 살던 최초의 거주자들은 총기와 병원균과 금속을 발전시킬 주도적인 위치를 선점했다. 그들의 언어와 유전자가 가축, 농작물, 기술, 문자 체계와 더불어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를 주도하게 된 것이다.
-p.656-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선량한 차별주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