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삶에 관하여

허지웅(문학동네)

by 소연




열혈 청소년기에 조차도
딱히 좋아하는 연예인이 없었던 나다.
서태지에 미치고, HOT에 열광하고,
장동건에 빠지고, 정우성에 목숨걸던 그 때,
나는 송창식의 골든디스크앨범 테이프를
내 마이마이에 넣고 들었다.

그랬던 내가,
요즘 한 남자에 빠졌다.

그는 바로 허지웅....

이유있는 까칠함이 매력적인 그에게
묘한 섹시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이 매력돋는 남자의 글은 어떨지.....


딱!
더도 덜도 말고
그만큼 까칠하고, 그만큼 섹시하다.

역시,
까칠한 남자는 매력있다.
까칠한데 속은 부드러운 남자는 매력있다.
까칠한데 글까지 잘 쓰는 남자는
오지게 매력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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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모두 상처받으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인생이 영화나 연속극이라도 되는 양 타인과 자신의 삶을 극화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은 그 상처를 계기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거나, 최소한 보상받으리라 상상한다. 내 상처가 이만큼 크기 때문에 나는 착한 사람이고 오해받고 있고 너희들이 내게 하는 지적은 모두 그르다, 는 생각을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런 착각은 결국 응답받지 못한다. 상처는 상처고 인생은 인생이다. 상처를 과시할 필요도, 자기변명을 위한 핑곗거리로 삼을 이유도 없다. 다만 짊어질 뿐이다. 짊어지고 껴안고 공생하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할 뿐이다. 살아가는 내내 말이다. -p.18 '나는 별일 없이 잘 산다' 中...-

** 요컨대 지금 시대가 보여주고 있는 불관용의 모습은 스스로의 됨됨이에 관해 지나치게 긍정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완전무결하지 못한 타인을 과하게 탓하고 자신의 악행은 선량한 자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여기는 이중성이 팽배해 있다. 스스로 정말 그렇게 믿거나, 혹은 그런 사람으로 보이게끔 가장하고 있는 것일 테다. -p.22 '우리는 모두 별로다' 中....-

** 어른이 된다는 건, 어쩌면 주변 세계를 향한 애정을 조금씩 잃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p.47 '고시원으로부터 온 편지' 中...-

** 우리 엄마는 자기 인생을 포기하고 우리 형제를 길러냈다. 이것은 흡사 슈퍼 히어로가 아닌가. 나는 그녀의 크립톤 운석이었다. -p.63 '사랑해요, 현주씨' 中...-
** 연희동을 지나 가좌동으로 향하는 동안 창밖의 풍경은 고요하고 청량했다. 평소에는 채 귀에 닿지 않던 새소리마저 드문드문. 아침은 이렇게 아름답구나. 아무 일도 없는 동네 골목길이 너무 평온하고 서운해, 나는 조금 울었다. -p.127 '2008년 5월 25일 새벽 청계광장' 中...-

** 부적응자 가운데 적응하고 싶지 않고 섞이고 싶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러나 남들보다 조금 더 예민하다는 이유로 부적응자라는 낙인을 얻는다. 그리고 사건이 생기면 책임을 강요당한다. 적응하고 싶다. 섞이고 싶다. 불만을 가지고 싶지 않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이 세상 아래서 웃는 것이다. -p.136 '부적응자들의 지옥' 中...-
** 결국 문제는 계급이다. 잘 먹고 잘사는 집안의 20대가 세대론에 공감하고 그에 관련한 글을 쓰고 활동에 참여한다고 해도, 그(녀)는 88만 원 세대의 현안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바로 그 괴리감이, 현재 '20대 문제'라는 단어가 포괄적으로 상징하고 있는 불합리한 현상들을 시급한 사안이 아닌 그저 연민의 유행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연민은 관심을 만든다. 그러나 휘발성이 강하다. 한번 휘발되면 더이상 연민조차 자아내지 못하는 빤한 약자의 대상으로 타자화된다. 지겨운 관성이 되기 전에 빠져나가야 한다. -p.177 '세대론을 넘어서서' 中...-

** 대개의 집단폭력에는 뚜렷한 단 한 명의 가해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1/N의 느슨한 적대감 혹은 방관들이 존재할 뿐이다. 집단폭력은 바로 그 1/N의 폭력이 모여 촉발된다. 오직 단 한 명의 명쾌한 가해자를 심판대 위에 세우길 좋아하는 사람들은 1/N의 폭력이라는 말 자체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우아한 거짓말>은 집단이라는 익명성 뒤에서 책임지지 못할 1/N의 폭력을 저지른 개별의 주체들을 차례차례 호명하는 영화다. 그렇게 호명된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그런 파국을 의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집단행위란 거기 가담하는 개인을 익명으로 만들기 때문에 개별의 지분을 축소하는 착시효과를 낳기 마련이다. 스스로 폭력의 주체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1/N의 폭력이 무서운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p.184~185 '옥소리 사태 - 1/N의 폭력' 中...-
** 이번 사태에서 가장 악랄한 건 언론이다. 1/N로 이루어진 집단폭력에 기생하며 그것을 부추기고 모든 사안을 가십화하여 사유가 아닌 충동적 심판질만을 가능케 하는 언론의 저열함 말이다. 이들은 믿을 수 없이 멍청하고 견딜 수 없이 소란스러우며 참을 수 없이 부지런하다. 나는 이러한 행태를 보인 매체의 기자와 데스크, 그리고 '대중'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1/N의 폭력을 자행한 십자군들이, 그들이 타인에게 강요했던 꼭 그만큼의 세상 - 개인들의 사사로운 정의가 아비규환으로 뒤엉키고 충동하여 사적 복수와 고성과 참극이 난무하는 지옥 - 안에 갇혀 고통받다가 궤멸하길 소망한다. -p.186~187 '옥소리 사태 - 1/N의 폭력' 中...-

** 세상은 얼마나 쉽게 이유를 만들고 합리를 씌워 결과를 만들어내는가. 누군가의 신념을 매도하고 개성을 희롱하고 사실을 왜곡하기에 얼마나 편리한 곳인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아무도 뒤돌아보지 않는다. 그렇게, 누군가는 괴물이 된다. -p.190 '최민수는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 中...-

** 살아 있는 누군가는 깎아내려짐으로써 상품화된다. 이미 죽은 누군가는 신화화됨으로써 상품화된다. 어제 잭슨을 욕해 배를 채웠던 사람들이 오늘 잭슨을 우러러 다시 배를 채운다. 잭슨에 대한 평가는 하루아침에 바뀌었지만, 정작 그를 둘러싼 세계의 동기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진심과 진실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본질에 대한 어떤 규명이나 확인도 없이 괴물은 우상이 되고 우상은 괴물이 된다. 돈이 된다면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세상에서 가장 쉽고 천박하며 공공연한 진실이다. -p.234 '마이클 잭슨, 괴물과 우상' 中...-

**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일들은 대개, 정의의 이름으로 이루어진다.
-p.288 '정의에 심취한 자들' 中...-

**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다. 반면 실패했다고 일컬어지는 사람의 이야기는 보기 드물다. 타인의 불행과 실패를 그저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볼 뿐, 정작 전염될까봐 사유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성공담이 제공해줄 수 있는 건 잠시동안의 쾌감과 환상뿐이다. 우리가 인생의 위기를 극복하고 혹시 모를 성장의 기회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경청해야 하는 것은 성공담이 아니라 굴복하고 실패한 이들의 이야기다. -p.339 '실패담을 경청해야 하는 이유' 中...-

** 향후 억울한 일이 생기면 법원을 찾을 게 아니라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건가. 영화의 충격효과로 당장 바뀔 수 있는 나라의 법체계란 얼마나 보잘것없고 애초 부패한 것인가. 이전까지 바로 그 부패한 체계의 일부로 기능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영화 한 편으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의도된 말을 끊임없이 생산해가며 선동의 스펙터클 안에 몸을 숨기고 좀더 요란한 제스처로 분노하는 정치인과 보도매체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바로 여기가 무진이라는 실감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p.347~348 '<도가니>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 中...-

** 지금의 분위기는 분노와 연민의 유행에 가깝다. 동등한 입장에서의 공감이 아닌 연민으로서의 유행은 향후 더 강력한 피해자를 예고할 뿐이다. 당장 우리는 장애인과, 약자와 어울려 살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니면 더 나은 환경에 격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p.348 '<도가니>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 中...-

** 생의 좌표라는, 그 단어부터 너무나 거대해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는 세상의 말에 더이상 무심할 수 없는 나이에 닿아가면서, 결국 버티어내는 것만이 유일하게 선택 가능하되 가장 어려운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기는 것도, 좀더 많이 거머쥐는 것도 아닌 세상사에 맞서 자신을 지키고 버티어내는 것. 록키 발보아가 그랬듯이 말이다. 언제나 록키 발보아 이야기로 끝을 맺고 싶었다. 마지막이다. 모두들, 부디 끝까지 버티어내시길. -p.368 '버티는 삶에 관하여' 中...-





20161222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