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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터릴리 Sep 15. 2022

2년 연속 1학년 담임이 된 이유

다른 회사들처럼 학교에서도 기피 업무가 있고, 또  기피 학년이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보통 학교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졸업 업무가 더해지는 6학년이 그렇다. 물론 학교에 따라 고학년을 선호하는 교사가 많은 경우도 있다. 거의 일방적으로 발령 나는 일반 회사와는 달리 학교에서는 원하는 학년을 '신청'을 할 수 있다. 그 기준과 과정에 대해서는 말이 길어질 것 같아 넘어가겠지만 어쨌든 신청 과정과 결과를 통해 '이 학년이 올해 힘든가 보다'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1학년 자리에 구멍이 나는 상황이 학교별로 많이 생기고 있다. 전체적으로 학부모님의 관심도가 높으며 전 교육기관인 유치원과의 비교로 민원이 많이 발생하기도 한 게 가장 큰 이유다. 그래서 나 역시 첫 발령지에서도 나의 선호도와 상관없이 1학년, 두 번째 발령받은 이번 학교에서도 작년에 1학년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올해 나는 또 1학년을 지원했고, 다행히(?) 그렇게 되었다. 

나는 왜 또 1학년을 신청했을까?



먼저, 매년 달라지는 학년으로 수업자료 및 학급 경영 자료가 누적되지 못했던 경험을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초등 특성상 모든 과목을 다뤄야 하는 데다가  '오~ 이 학년 조금 알 것 같아.' 하면 학년이 바뀌니 자조적이지만 교사들 사이에서는 '하루살이'라고 폄하하는 표현도 흔히 쓰인다. 경력이 5년을 넘어선 나도 학교 생활에는 따로 적응이랄 것도 없이 완벽하게 적응했지만 수업에서만큼은 늘 매일매일이 새롭고 낯설었다. 그래서 조금 인기가 없는 1학년을 작년에 한번 맡은 김에 2~3년 연속으로 해서 학년 전문성을 쌓고,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둘째, 아이들이 크게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직접 느끼고 볼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한글 책임교육이라고 해서 한글을 1학년에서 책임지고 가르치고 있지만, 반 정도의 학생들은 한글에 많이 친숙해진 상태로 입학한다. 그렇지만 대부분 자신이 보고 읽는 게 정확한지 확신하지는 못하고 ㅏ와 ㅓ, ㅗ와 ㅜ 등을 새롭게 익혀간다. 그러다가 낱말을 읽고 쓰고, 나아가 2학기 말에는 문장을 곧잘 읽고 쓰는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은 좋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구나'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고, 나도 기여했다는 점이 뿌듯하고 감사했다. 



셋째, 1학년 아이들은 무엇이든 새롭고 즐겁게 받아들인다. 아무리 호기심이 많았어도 비슷한 커리큘럼과 물리적 환경, 사람들과 계속 만나다 보면 나라도 지겨워질 것 같기에 초등학교 중고 학년 그리고 그 이상의 학생들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하지만 1학년 아이들은 학교라는 공간과 그곳에서 만나는 많은 것들이 새롭기에 내가 제안하는 대부분의 활동들을 새롭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반긴다. 그래서 더 책임감이 느껴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긍정적인 에너지를 아이들로부터 많이 받는다.  



이렇게 나는 또다시 1학년 아이들과 살아가기로 하였고, 다행히 그렇게 되었다. 학교에서 우연히 만나는 작년 1학년, 현 2학년 아이들이 훌쩍 커 보인다. 지금 우리 반의 이 조그마한 아이들도 1년 동안 나랑 부대끼며 살아가며 저리 성장하겠지 하는 생각에 자연이 주는 성장의 힘에 새삼 신기하다. 2년 연속이니 작년보다는 더 잘 해내고, 아이들이 더 의미 있는 경험을 많이 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글을 마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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