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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터릴리 Sep 27. 2022

구름사다리가 불러온 파장

  초등학교 시절, 운동장 체육 수업이었다. 은정이가 앉아서 운동화 끈을 묶다가 팍 일어섰고, 그 뒤에 서있던 혜미 치아에 은정이의 딱딱한 머리끈 장식이 팍 부딪히며 치아가 깨졌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하면 그 사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때 선생님은 어떻게 대처하셨을까? 부모님들은 어떻게 대응하셨을까? 내 흐릿한 기억으로는 은정이 부모님이 보상하시고, 혜미 치아 성형 치료를 받았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뒤로도 두 친구는 사이좋게 잘 지냈다. 시기를 뛰어넘어 지금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사과와 합의가 잘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부모님들의 감정이 매우 격해지고 그 감정의 골은 아이들 사이에도 전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pixabay

  

모든 학년의 아이들이 다 그렇지만 특히 1학년 아이들의 신체 활동에 대한 욕구는 엄청나다. 그래서 안전사고가 크고 작게 참 많이 난다. 아이들은 잘 놀라고, 부모님들도 많이 걱정하신다. 서로 고의는 아닌 상태에서 발생하는 사고라도 부모님들의 감정싸움, 보상 문제로 확대되기도 하고 그 일로 중간에서 곤란하고 힘들었던 적이 많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특히 운동장에 나가서 어떤 활동하는 게 많이 두려워졌다. 한 달 전쯤, 더위가 조금 사그라들 때였나 보다. 운동장 놀이기구를 활용하는 놀이시간을 15분 정도 가지기로 했다. 오랜만에 밖에 나가는 거라 아이들이 엄청 들떴던 기억이 난다. 우리 학교 운동장에는 철봉, 정글짐, 늑목, 구름사다리, 미끄럼틀이 있다. 특별히 사용할 수 있는 놀이기구를 제한하지 않고 원하는 놀이 기구를 타며 놀도록 하였다. 놀이 시간을 마무리할 시간이 되어갈 때 사건이 발생했다. 


pixabay 



"선생님, 민수가 구름사다리에서 떨어졌어요."

그제야 민수를 돌아보니 이미 늑목을 타려고 향하고 있었다.

"민수야, 넘어진 데 괜찮아? 어디로 넘어졌어?"

"엉덩이로 넘어졌어요. 괜찮아요."

"그래? 그래도 나중에 더 아파지면 이야기하고 보건실 가보자."

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수업은 끝났고 조금 시간이 지나 민수 부모님께 연락이 왔다.

"선생님, 오늘 민수 방과 후 선생님이 그러는데, 민수가 수업 중에 구름사다리에서 떨어져서 무릎이 아프다고 해서 약을 발라주셨다고 하네요. "

"네 어머니 오늘 3교시에 ~한 일이 있었습니다. "

하며 민수와 나눴던 대화도 이야기를 전해드렸더니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은 

"선생님, 민수가 장난기 많은 거 아시잖아요. 방과 후 선생님께 먼저 듣게 되어서 좀 그랬어요."



1학기에 민수가 텃밭에서 내가 물주는 동안에 다른 친구와 장난치다가 넘어지면서 턱이 찍혀서 꿰맨 적이 있었다. 그래서 더 민수의 움직임을 눈여겨봤다고 생각했는데도 이런 일이 생겨서 유감이고 속상하다고, 앞으로 작은 상처도 미리 말씀드리겠다고 이야기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조금은 억울한 마음이 생겼고, 어떻게 대처해오고 앞으로 해가야 좋을지 생각해봤다. 그러다가 선생님들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그랬더니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1. 저학년 부모님들은 작은 상처에 대해서도 모두 알려주기를 바라신다. 

2. 구름사다리는 위험하다. 떨어져서 다리가 부러진 아이도 있다. 

3. 병원 가봐야 할 정도의 부상, 혹은 다른 친구가 때린 것 아니면 연락 안 한다.

4. 아이가 괜찮다고 하면 전달 안 한다. 

5. 미리 알림장에 어느 부상 정도에 연락한다고 안내한다.

6. 이런 전화를 받기가 싫어서 웬만하면 미리 전화한다.

7. 시소, 정글짐, 미끄럼틀 외에는 모두 금지시킨다. 특히 구름사다리! 



위 의견들을 들으면서 나의 생각도 정리해봤다. 

먼저, 구름사다리가 위험해서 금지시킨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정글짐도 구름사다리 못지않게 위험해 보이고, 늑목과 철봉도 매달리다가 떨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건 매한가지다. 무슨 기준으로 내가 위험하고 위험하지 않은 놀이기구로 판단할 수 있을까? 학교에 있는 놀이기구는 모두 어느 정도는 안전하다고 볼 수 있을까? 구름사다리만 특별히 금지시킬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두 번째, 미리 부모님께 연락을 드리는 기준을 안내하지 않은 것은 나의 잘못이다.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학급 내 인원수와 보조교사의 여부, 활동 내용이 다르다. 유치원 때와 똑같이 모든 아이들의 행동 내역을 말씀드리기는 힘들고, 어떤 기준에 해당하는 것들을 안내드릴 것인지 학기 초에 말씀드렸다면 서로 섭섭 해거나 불편한 마음이 드는 일이 적을 것이다. 


세 번째, 아이가 괜찮다고 하더라도 하교 전에 한번 더 확인해 본다.

아이들이 괜찮다고 하는데도 큰 상처일 때가 있고, 크게 아프다고 했는데도 작은 일일 때가 있다. 아이가 괜찮다는 말을 100% 믿기보다는, 한번 더 하교 전에 확인해서 조금이라도 아프다고 한다면 부모님께 문자나 전화로 말씀드린다. 



아이가 장난치다가 다치든, 상처가 작든 크든 아이들이 학교에서 다친 상처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걱정이 된다. 이번 일이 유쾌하지 않은 일이지만, 학교 현장에서 항상 유쾌한 일만 생길 수는 없는 것이고 앞으로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학교에서 생기는 안전사고에 조금 더 세심하게 대처하고 예방해야겠고, 관련 매뉴얼을 업데이트해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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