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하이라이트인 1학기 학부모 상담이 이제 끝나간다. 이렇게 의무적인 학부모 상담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이때 아니면 이야기 나누기 힘든 학부모님들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시작 전에 느끼는 부담감에 비해 막상 시작하면 소통의 즐거움이 또 있다. 무례한 학부모에 대한 이야기도 친구들을 통해 많이 들었으나 정말 감사하게도 나를 믿어주고 학교 교실 내의 지도 어려움에 대해 공감해 주시는 분들을 참 많이 만났다.
이제 연차가 10년에 다다르다 보니, 부모님들께서 상담할 때 지도 방향에 대해서 많이 물어보시고 나 역시도 예전에 비해 조금은 편하게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비슷하게 많이 물어보시는 질문들이 있는데 나 역시 학생으로서 겪었던 문제 상황들과 연관되어 있기에 공감이 많이 된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지도하면서 똑같이 느끼니까 더욱 그렇다. 여러 가지 질문들 중에 몇 가지 나의 조언이 도움 되었다고 하신 말씀을 해주셨던 부분을 써보려 한다.
많이 물어보시는 첫 번째, 수학 연산할 때 계속 실수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일단 이 질문을 들으면 너무 안타깝다.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수학 연산의 정확도에 대한 기준이 너무나 높다. 특히 유아, 초등 저학년 때는 '틀려도 괜찮아'라며 긍정적으로 아이들의 학습 어려움을 대하던 부모님들도 어느 순간 갑자기 학습에 대한 불안함이 커진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격려하기보다는 "실수도 실력이야!"라는 말과 함께 실수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냉정하게 말해서 부모님 눈에는 조금씩 실수해서 틀리는 부분들"만" 눈에 보이는 거다. 그러니 학생 입장에서는 어떨까? 1개 틀리나, 3개 틀리나, 5개 틀리나 똑같이 좋은 소리 못 듣는데 굳이 실수를 막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추천드리는 방법은 "향상"에 집중하는 것이다. 저번에는 실수로 5개 틀렸는데, 이번에는 3개 틀렸을 때 "오늘은 집중해서 문제를 침착하게 잘 읽었나 보다. 예솔이가 실수한 게 저번보다 줄었구나"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랬을 때 예솔이는 비록 칭찬이라는 외적 동기이긴 하지만 실수를 줄이고 싶다는 동기를 갖게 된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일수록 칭찬과 인정은 받아도 받아도 아이들은 '아직도 나는 배고프다'며 더 원한다. 그렇기에 개선점에 집중한 칭찬과 격려를 통해 실수를 통해 발전하려고 하는 의지를 자극해야 한다. 당장 수학 시험 100점을 맞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수학을 좋아해서 고등학교에 가서도 잘하는 것, 그게 부모님이 원하는 방향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인 목표를 마음속에 참을 인과 함께 새겨야 한다.
물론 항상 실수하는 문항의 개수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지만은 않는다. 우리도 그렇지 않나? 운전이 잘 될 때도 있고 잘 안될 때도 있고. 하지만 이때 중요한 것은 학생의 실수가 평소보다 많을 때 "집중해야지!"라고 단정적으로 원인과 방법을 판단해서 처방하지 않는다. 집중을 안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판단은 매우 주관적이며 틀린 이유가 학생이 진짜 제대로 몰라서였을 수도 있고, 계산 과정 기록에서 글씨가 알아보기 힘들었을 수도 있고 다양할 것이다. 이를 '집중'이라는 말로 두리뭉실하게 진단해 버리면 제대로 문제를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그 문제는 당연하지만 아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러니 학생 스스로 원인을 생각해보게 한다. 의외로 아이들은 다 알고 있다. "오늘 저번보다 실수가 많네, 왜 실수를 했는지 한번 생각해 보고 말해줄래?"라고 시간을 줄 수 있다.
요약하자면 아이들이 수학 연산에서 계속 실수한다면 첫째, 실수가 개선될 때를 노리고 칭찬하고 격려하고 둘째, 실수의 원인을 학생이 생각해 보게 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당장 시험 100점 맞으면 부모님과 아이의 기분은 좋겠지만 그게 최종 목표는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충분히 잘하고 있는 아이들인데 '나는 수학이 어려워요. 잘 못해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안타까웠다.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신 부모님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