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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터릴리 Apr 10. 2023

대학원 진학, 나만큼 고민 오래한 사람 있을까?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고 있는 모든 이와 나누고 싶은

  대학원 이야기를 하려면 꽤 오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나는 울산에 첫 발령을 받은 1년 차에 서울로 재임용을 준비하고, 그 다음 해 서울에서 발령받았다. 가족 포함 주변에서 참 이유를 많이 물었는데 그 때 내 대답은 ”서울에 있는 대학원에 갈 거예요“ 였다. 거의 핑계에 다름 없었지만 아주 조금은 진실이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돌아보니. 그렇지 않으면 왜 하필 많고 많은 이유 중에 그 이유를 댔을까.. 어쨌든 그렇게 서울에 왔지만 대학원 외에도 배울 거리는 너무 많았다. 교사 대상 1년 짜리 연수를 100만원 넘게 들이며 몇 년을 참여하고, 성인 대상 인문학 교육도 듣고, 관심 생기는 부분이 생길 때마다 각종 연수나 특강, 모임을 찾아 가곤 했다. 그리고 그 분야는 교육, 경제, 외국어 등 분야를 넘나들었다. 배움의 기회는 넘쳐났다. 그런데 그렇게 지낸지 10년차에 나는 기어이 대학원에 진학하고 말았다.  


  

사람은 가장 가까운 사람 5명의 평균이랬나?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서울에서 만난 인연들 중에 대다수가 대학원을 진학하고 졸업하는 과정을 지켜봐왔고, 몇몇은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그러다보니 일상 이야기 나누듯 학문의 세계를 엿봤고 나름 친숙해졌으며 언젠가는 할거라는 생각을 품어왔다. 하지만 나는 이것으로는 부족했고 나를 납득시킬 이유가 좀 더 필요했다.



  처음에는 전문성을 위해 진학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전문성을 쌓고 싶은 세부 분야를 정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요즘 같은 세상에 대학원에 가야만 전문성을 기를 수 있다는 건 정말 아니라는 걸 알고 듣고 봐서 안다. 내가 정말 존경하는 정유진 선생님도 대학원과는 별개로 자신만의 교육을 연구하고 실천하며 공유하는 그야말로 전문가다. 오히려 요즘엔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서 기록하고 홍보할 수 있는 SNS플랫폼들이 많아서 이를 잘 활용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전문성 있어 보이기도 한다. 전문성을 쌓는 여러 방법 중에서 시간과 노력, 돈이 비교적 많이 드는 게 대학원 공부다. 그렇기에 대학원 공부할 기회가 인생에서 계속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 때 쯤 그동안의 교육 활동을 돌아봤을 때 ’교육심리‘ 전공으로 관심사가 추려졌다. 그리고서는 결혼과 출산, 양육을 아직 시작하지 않은 지금 진학하고자 결정했다.



  두 번째로 강제적인 몰입을 하고 싶었다. 나는 관심사가 참 다양한 사람이다. 장점도 많지만 한 분야에 몰입하는 일정 시간이 내가 성장하는 데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일상 생활 속에서는 관심 주제가 있어도 다양한 사건들로 인해 흩어지다 보니 강제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활용하기로 한 거다. 실제로 나는 영어 공부가 필요하면 영어 공부 인증 스터디, 경제 공부하고 싶으면 경제 스터디를 만들거나 가입하는데 그런 방식이 이번에도 적용된 것 같다. 내 기준 학비와 각종 비용을 들인만큼 더 책임감이 생길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마지막 이유는 첫번째와도 이어지는데, 나의 교육 관련 활동 반경을 확대하고 싶다는 거다. 이런 말을 밖에서도 하고 다니진 않았는데, 교육에 대한 나의 생각과 영향력을 조금 더 많이 퍼뜨리고 싶다. 그 과정에서 나 역시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 욕심은 대학원 진학을 기반으로 연구하고 실천한 내용을 바탕으로 교사와 학부모에게 도움 줄 수 있는 내용을 쉽게 전달하고 싶다. 그리고 현재로서 관심 주제는 아주 막연하게 동기와 메타인지인데 이쪽으로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되면서도 즐겁게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다.



  대학원 진학을 그동안 머뭇거린 이유도 분명하게 있다. 다니고 싶은 이유보다 더 명확하고 간단하다. 첫째는 비용이요, 둘째는 막연한 두려움이다. 국립이라 학비가 사립에 비해서는 많이 낮은 편이지만 그래도 5학기에 1000만원은 작은 돈이 결코 아니다. 과연 이렇게 투자하는 만큼 뽑아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현실적인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내가 진학을 했다가 힘들거나 안 맞아서 그만두면 어쩌지라는 걱정과 두려움이 엄청 컸다. 이 이유들을 극복한 계기는 이성적으로 제 3의 인물이 되어 나의 고민을 바라본 거였다.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뭐라고 조언해줄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었었다. 어떤 일의 결과를 알고 시도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1000만원이라는 비용도 지금은 너무 커 보이지만 내가 5~60살이 되었을 때 그 1000만원 때문에 어떤 선택을 안 했다는 게 납득이 될까?라는 의문도 셀프로 제기했다. 그런 사고의 흐름을 거쳐서 첫 학기 등록금 납부 기간을 몇 번이나 미뤄 결국 등록했다.  



  그렇게 번뇌하고 진학한 대학원을 다닌지 1달이 조금 지났다. 결정했기 때문에 과거는 돌아보지 않으려 하고 있고 일단 재밌긴 하다. 이번 학기에 수강하는 과목은 교육연구방법론과 학습 동기와 교육인데 내가 접근하지 못했던 방식, 즉 전공 특성 상 교육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부분이 이색적이면서도 흥미롭다. 몸은 힘들다. 퇴근 후에 1시간 여를 지하철 타고 가서 저녁을 급하게 먹고 수업에 참여한다. 그러다보니 공부의 재미와는 별개로 9시가 넘으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집에 가고 싶다. 다시 1시간동안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면 잠들기 바쁘다. 교수님들이 올려주는 각종 참고자료와 추천 도서도 많아서 다 못 읽으면서도 항상 해야 할 일 혹은 하고 싶은 일에는 추가 되어 있다보니 마음도 같이 바쁘다.



  나의 이 여정이 어떻게 흘러갈 지 그 누가 알까? 생각하는 대로 된다고 믿기에 나약한 생각을 안 하려고 하지만 아주 솔직히는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즐겁게 해보자. 이게 안 맞는다고 느껴지면 그것조차도 대학원 진학의 목적 달성이니까!’ 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리고 열심히 하되, 초반에 너무 달려서 스스로 지치게 만들지는 말자고 마음먹는다. 감사한 것은 주변에 대학원 경험자가 많아 조언을 구할 친구들이 많다는 것이고 멀기는 하지만 지하철 환승은 1번이라는 점이다. 아참 대학원 진학 한달 차지만 직장 다니면서 대학원 다니신 모든 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었다. 나의 2023년 3월 대학원 생활을 격려하고 앞으로를 응원한다. 그리고 아직 너무 대학원 초입기에 있는 사람의 주절거림이지만,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 대학원 생활을 약간이라도 그려보고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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