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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터릴리 Jul 03. 2023

잠 잘 자는 비결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 중에 하나는 잘 잊는 거다. 특히 힘든 일을. 그리고 안 좋은 일도 의미 부여 필터를 마구 작동시켜서 마치 그럴듯한 일로 잘 변신시킨다. 그런 나지만 잔잔하게 스트레스받는 일은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런 일들은 꼭 밤늦게 자는 시간에 내 마음속을 휘젓고 다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베개에 머리를 대면 늦어도 10분 안에는 잠든다. 중, 고등학교 시절에도 잠을 너무 깊이 자서 부모님은 내가 대학교 입학과 함께 따로 살게 되었을 때 많이 걱정하셨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누가 업어가거나 비상 상황이 생겨도 잘 것 같다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스트레스를 잘 받지만, 동시에 잠 덕분에 그나마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성향이라고 스스로 해석하며 살아왔다. 그러다가 기억과 수면의 관련성이 나의 경험에만 국한된 경우일까? 급 궁금해졌다.

 


 최근 스위스 취리히 대학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잠을 자는 게 정서적 충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Kleim et al, 2016) 충격적인 영상을 보고 잠을 자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잠을 푹 자지 못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낮의 안 좋은 기억을 더 많이 떠올리고 정서적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았다고 한다. 주변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친구들 몇몇을 보면 정말 잠을 깊게 못 잔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이 연구결과가 허투루 들리지는 않는다. 


pixabay

  

  그런데 잠을 자려고 해도 안 오면 어떻게 할까? 별거 없는 나의 비결을 공유해 본다. 물론 오후 네시 이후에 카페인 음료를 섭취하지 않았다는 전제하에서다. 카페인 섭취 금지와 함께 적당한 운동량은 어른이나 아이나 필요하다. 휴일에 너무 잘 쉬어서 피곤함이 1도 없는 경우 오히려 쉽게 잠들지 못하기도 한다. 그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나는 아주 고전적인 방법부터 접근한다. 바로 양세기다. 머릿속에 양을 한 마리씩 그리며 숫자를 일대일 대응시켜가야 한다. 양이 싫다 그러면 강아지, 고양이, 사람까지 모두 가능하다. 보통은 50마리 세기 전후로 잠든다. 그래도 잠이 안 온다고? 그러면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시고 다시 자리에 눕는다. 그리고 명상하듯 숨을 들고나가는 것을 의식하며 숨을 계속 쉬어본다. 명상하듯 숨 쉬는 게 생각보다 꽤 잠드는 데 유용하다.  



  그래도 눈이 말똥말똥하다면 하는 수 없다. 유튜브의 수면유도 음악을 재생시켜 놓고 명상을 병행한다. 그러면 처음부터 수면유도음악을 재생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꼭 그렇지 않다. 수면 유도 음악이라는 타이틀이 나에게는 약간 수면제 같아서, 그걸 재생하는 동시에 내가 그만큼 수면에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꼴이라 오히려 마음이 심각해지면서 더 잠이 깨버릴 때도 있다.  이 정도 되면 이판사판이다. 그냥 밤 시간 벌었네 생각하고 잠이 다시 다가올 때까지 할 일을 한다. 제목과 결론이 다른 방향을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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