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란 무엇인가

오늘날의 미감에 아부

by 유랑행성

르네상스 시대 화가의 그림을 앞에 두고, 몇 백 년의 시간을 지나 온 유명인의 작품을 마주하며 항상 궁금한 점이 있다. 이 작품은 어떤 경로로, 누구의 손을 거쳐 여기로 왔을까?

정말 이것이 '원작'일까? 유명세에 따라 숱하게 만들어졌을 위작과 모방작들을 생각하면 '진짜'라는 것을 어떻게 구별해 낼 수 있을까?


가늠할 수 없을 만큼의 고가의 경매가격 자체가 뉴스거리가 되는 명성은 위작 시장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미술사에서 가장 악명 높은 위작범 중 하나인 '한 판 마이헤런(Han van Meegeren)'은 당시 최고의 고전주의 화가 '얀 베르메르(Johannes Vermeer)'의 스타일을 완벽히 흉내 내어 수많은 전문가를 속였다고 한다.

놀라운 건, 그의 작품이 진짜보다 더 '베르메르 같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스스로 위작임을 증명해 내기 전까지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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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베르메르, (좌)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우) <우유 따르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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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판 메이헤런, (좌) <간음한 여인과 예수> (우) <엠마오에서의 저녁식사>, 1937년



그래서 알아본 미술감정의 프로세스는 생각보다 복합적인 과정을 거치고, 이 모든 기준이 맞아떨어졌다고 해도 100% 확신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 재료의 분석: 안료와 캔버스, 종이 등의 구성 요소가 그 시대에 사용된 것인지 확인

* 화풍 및 필치 분석: 작가 특유의 붓 터치, 구도, 색채감 등을 AI 분석까지 활용해 검증

* 문서 및 소유 이력: 누가 언제 어디서 보유했는지, 판매·이전 기록의 추적

* 과학적 기술: 방사선, 적외선, X-레이 분석 등으로 밑그림이나 수정 흔적을 찾아냄



어쨌든 공식적으로 원작이라 판명된 작품을 바라보며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화두가 남는다.


"진짜"란 무엇인가?

흥미롭게도 많은 위작은 진품보다 더 아름다워 보인다.
위작은 우리의 기대와 취향에 맞춰 '작가다움'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대부분 정돈된 구도, 이상화된 인물, 미학적으로 조화로운 색감으로 오히려 더 아름답다거나 완성도가 높다는 인상을 주는 경우도 많다.

우리의 시선이 때론 미적 기준에 갇혀 ‘진짜’가 가진 거친 숨결을 놓치게 되는 이유다.


진품이란 결국 ‘이야기’다

감정 전문가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진품을 감정한다는 것은, 한 시대의 사회, 문화, 기술, 인간의 흔적을 함께 감정하는 것이다.”


진품 여부는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내포하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의 진솔함과 고유성이 아닐까?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 단지 그림 자체에 대한 특징과 '아름답다'는 감각에 머무르지 않고 그림 하나에 담긴 세월과 가치관, 화가의 삶, 제작된 의도나 방식 등 모두를 해석해 보고 느끼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고의로 복제하지 않고 동시대에 같은 화풍과 마음으로 그린 그림은 진품이 아닐까?
창작의 본질은 결국 모방에서 출발하고, 우리는 언제나 무엇인가로부터 영향을 받으니 진품과 위작의 경계는 어쩌면 인간이 만든 허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위작과 진품을 가르는 일은, 정확한 과학도, 완전한 철학도 아닌 이해와 상상력의 영역인 것 같다.


'진짜'를 갈구하지만 '진짜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 앞에 우리는 서성일 수밖에 없다.

그 아이러니 속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내게 어떤 감동을 주는가일지도 모른다.

진짜든, 가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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