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진보일까, 위험일까?

영화 오펜하이머가 던진 질문과 오늘 우리가 마주한 선택

by 유랑행성

영화 오펜하이머가 던진 질문과 오늘 우리가 마주한 선택

과학은 진보일까, 위험일까?

원자폭탄 프로젝트의 수장이었던 오펜하이머(J. Robert Oppenheimer).

영화 오펜하이머는 맨해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 원자폭탄 개발)와 그 이후의 청문회를 중심으로 그의 삶과 고뇌를 따라간다.


1900년대 초,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의 권리와 가치가 격렬히 논의되던 시기. 사회적·정치적 격동과 함께 과학적 진보와 새로운 이론이 숨가쁘게 구현되던 시대였다. 나치에 맞서고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대의가 있었지만, 원자폭탄은 결국 인류 앞에 훨씬 더 거대한 위험을 드러냈다.


오펜하이머는 세계 최초의 무기를 완성했다는 환희를 맛봤지만, 동시에 그 결과로 인한 죄책감을 생애 내내 짊어졌다. 영화는 바로 그 모순과 고통을 집요하게 비춘다.


아무리 위대한 발명도 인간과 공동체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사회에서는 권력과 탐욕의 도구로 변질된다. 그런 점에서 오펜하이머는 단순한 전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처럼 다가온다.


지금 우리는 AI라는 또 다른 혁명적 기술을 마주하고 있다. 원자폭탄이 그러했듯, AI 역시 인류를 더 나은 길로 이끌 수도, 돌이킬 수 없는 위험을 불러올 수도 있다. 무엇보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 새로운 불안과 두려움을 더한다.



나는 종종 내가 ‘운이 좋은 세대’라고 생각한다.
펜팔과 학보, 삐삐와 시티폰, 여러 세대의 휴대폰과 지금의 스마트폰까지 모두 경험하며 자라왔기에 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문화적 포용력이 넓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AI 앞에서는 그 자신감이 흔들린다. 파급력과 깊이를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나는 이 변화의 급류에 제대로 올라탈 수 있을까? 또 다른 세상에서 나는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 사회는 과연 이 거대한 기술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까?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태도, 그리고 사회의 성숙도라고 생각된다. 과학의 성취를 진보로 만들지, 파괴로 만들지는 언제나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나는 이렇게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내가 가진 기술과 지식을 어떤 방향으로 쓰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 사회는, 오펜하이머와 같은 질문 앞에 섰을 때 어떤 선택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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