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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순간을 견디게 한 힘

'회복탄력성'을 읽고 떠올린 나의 힘

by 유랑행성

예상치 못한 시련의 순간

느닷없는 부서이동 통보를 받았다. 어처구니없는 단순업무로의 배치, 사실상 경질성 인사발표였다.

조직 변화라는 명목 하에 내린 결정이었지만, 나로서는 너무나도 부당하고 불공정한 처사였다. 하지만 회사를 떠나지 않는 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조용히 짐을 챙겨 의자에 산처럼 쌓아 올린 후, 무거운 의자를 밀며 흔들흔들 균형을 잡으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새로운 자리로 향했다. 생소한 팀에서 내게 주어진 업무는 딱 하나. 이전에 대리급 사원이 작성하던 기초 레포트 작성이었다.


'온 회사에 배포되는 기초레포트라니... 대놓고 나가라 하지 못하니 이런 식으로 모욕을 주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그대로 나갈 수 없었다. 잘못한 게 없었고, 내 능력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자리에 있든 나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오기도 생겼다.



시련 속에서 발견한 내면의 힘

돌이켜 보니 그 시기가 내 '마음의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김주환 교수의 『회복탄력성』을 읽으며 깨달았다. 바로 이것이 진짜 회복탄력성이구나.


상황을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적극적인 태도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내는 힘


김주환 교수는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 힘은 세 가지 핵심 능력으로 구성된다:

감정 조절 능력 - 부정적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힘

충동 통제력 - 순간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를 조절하는 힘

긍정적 해석 능력 - 고통 속에서도 의미를 찾아내고, 자기만의 서사로 재구성하는 힘


이론에서 실천으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단순한 이론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심리학 연구 결과와 함께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 그리고 호흡법·글쓰기·시각 전환 훈련 같은 구체적인 실천법까지 제시한다.

"회복탄력성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훈련 가능한 능력이다"

이 한 문장이 나에게 큰 희망을 주었다.


몸과 마음은 하나다

책을 읽으며 새롭게 깨달은 사실이 있다. 정신적인 힘이라 해도 결국 건강한 신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 충분한 휴식과 적절한 운동, 규칙적인 생활리듬이 회복탄력성의 토대가 된다.

몸이 지치면 어떤 상황도 더 부정적으로 느껴지고, 견디는 힘마저 줄어든다. 인간도 결국 동물이라는 당연하지만 종종 잊게 되는 진실이다.


내 안의 힘을 믿기

결국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내 안의 힘이다.

"이 또한 지나간다"는 오래된 지혜와 함께, 그 지나간 자리에서 내가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지는 오롯이 내 선택이다. 삶의 어려움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얼굴로 찾아오지만, 나는 여전히 내 회복탄력성을 키워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치며: 과정으로서의 행복

이제는 안다.

행복이란 어느 순간 도달하는 종착지가 아니라, 매 순간 작은 구슬을 꿰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때로는 다시 무너지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 안을 들여다보면 길이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남의 답이 아닌 나만의 해결책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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