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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끄집어내 보이는 행위

전지욱 님의 '기록' 강의를 듣고서

by 유랑행성

단순한 방법론보다' 왜 필요한가 ‘를 고민했던 강사의 지나온 시간이 느껴져 쉽게 수긍되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달리 할 수 있는 것, 본인의 정체성을 바꿀 수 있는 생각 리모델링과 미래예측.

이것들이 단어와 문장으로 이뤄져 기록을 만든다.

개인의 기록인 일기는 그 순간의 사진이고, 숱한 사진들이 모여 내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강사는 허물이란 표현을 했다. 지금의 나는 아니지만 그 당시 나였던 증거.


그가 제시하는 내용은 크게 6가지이다.

우선 과거와 미래로 나눠 나. 타인, 일에 대해 쓴다고 한다.


여기서 ' 나'에 해당하는 내용은 나의 생각과 감정이고

타인은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과 감정,

일은 역할과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


과거는 경험(자아)을, 미래에 대한 것이라면 계획을 즉 앞으로 내가 만들어갈 시나리오를 쓴다.

미래는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 간다는 의미에서 보다 열려있는 이야기들 내가 의도하는 글쓰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매일기록은 keyword 작성법으로 날짜와 시간, 장소를 기재하고 감정, 아이디어, to do list 등 나열하거나

건강, 습관, 성장, 글쓰기 등 주제를 적고 그에 대한 세부내용을 써도 좋다.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weekly review로 '뇌 속 되새김 끊기'로 표현했다.

과거에 대한 재해석과 정리를 통해 주간 삶을 되돌아보고 다음 주를 자연스럽게 계획하는 시간이 된다.


[weekly review 구성]

- Recap 월요일부터 일요월까지 간략히 정리( 영화제목처럼 짧게 적기 )

- Keyword #성취, 성과# 감사 #기억 # 버릴 것 #나(건강, 마음) #일(역할, 업무) #타인(소통. 표현) 등과

같은 keyword로 짧게 쓰기

- Review 이번주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았나?

- Next week 월요일 ~ 일요일 정해진 일정이나 계획 쓰기.

- To do 작성

- Pre review 다음 주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나?

- Concept 구체적으로 할 행동 하나 쓰기.


평생을 알아온 사람이지만 여전히 수수께끼 같고 온갖 감정에 휩싸여 제대로 드려다 보기 어려운 사람.

그게 나를 소개하는 첫 번째 문장이 된다.

다들 이렇게 어려워할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표현하는 건 숱한 가능성을 버려야 한다는 선택의 문제가 된다.

내가 마치 박제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쉬이 결정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내가 무엇을 좋아한다고 얘기할 때 그 외 나머지 것들이 버려지고 그게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지를 다시 고민하게 된다.


어쩜 나는 내 취향과 바람을 얘기할 때조차 ‘그것이 최선인지’를 끊임없이 되묻는 것 같다.

왜 이런 자기 검열이 생겨나는 걸까? 그로 인해 최악이 되는 건 선택을 미뤄두는 습관이다. 이렇게 완벽주의와 게으름이 연계되는 것이겠지.


기록은 순간의 내 모습을 snapshot으로 찍어두고, 마치 허물을 벗어내듯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이란 얘기에 한결 맘이 편해진다.


얼마 전 친구의 9살 아이가 몇 년 전 핑크공주에서 이젠 씩씩한 파랑이 좋다는 얘길 자랑스럽게 했다.

뭐가 되었든 나를 드러내고 내 취향을 자신감 있게 표현하는 아이를 보며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를 선택하고 그로 인해 규정되는 것에 왜 나는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

매일매일 내가 좋아하는 색깔이 달라 무지개 색깔을 그리더라도, 그게 문제가 될까? 어느 사람은 날 빨강으로 기억하고, 누군가는 파랑으로 받아들인다고 해서 내가 달라지는 건 아닐 텐데.

사실 누군가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내보이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선택의 순간순간 매번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고 싶어 머뭇거리고 고민하고 그게 나란 사람이라면,

그래서 매번 다른 걸 시도해 보고자 해서 어느 하나 숙달된 것이 없이 서툴더라도 그게 나인 거다.


기록은 그런 나를 순간순간 기억할 수 있게 만드는 도구인 것 같다.

대단히 중요하거나 뭔가 남겨야 하는 걸 쓰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나였던 사람을 받아들이고 지금의 나를 더 잘 알기 위한 증거물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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