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은 삶의 방향이 멈춰 있을 때 나타나는 신호

『굿바이, 게으름』을 읽고 알게 된 미룸의 심리 구조

by 유랑행성

게으름은 성격 문제가 아니었다|삶의 방향이 멈춰 있을 때 나타나는 신호

정신과 전문의 문요한의 『굿바이, 게으름』을 읽다 보니 왠지 Llewyn이 떠올랐다.


“열심히 사는데도 인생이 제자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영화 인사이드 르윈(Inside Llewyn Davis)의 주인공처럼,

우리는 종종 게으른 게 아니라 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 떠돌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화 속 르윈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노력한다. 그런데 삶은 이상하리만큼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내가 오랫동안 ‘게으름’이라고 불러왔던 상태도 어쩌면 비슷한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게으름을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심리적 현상으로 바라본다. 게으름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 어떤 판단과 오해가 뒤따르는지, 그리고 실제 삶에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게으름에서 벗어나기 위한 10가지 실천 방법도 함께 제시한다.

비슷한 자기계발서가 많지만, 환자를 오랫동안 치료해 온 작가의 경험 덕분에 전문성과 깊이가 느껴진다.


‘게으름’은 오랫동안 내 가까이에 있던 주제다.


겉으로 보면 논리적이고 계획적인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충분히 준비하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 늘 흐르는 대로 움직였고, 떠오르는 생각을 따라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그러다 밀려오는 죄책감에 스스로를 바쁘게 몰아넣었다. 분주한 일정으로 얇은 보호막을 만들어 왔을 뿐이었다.


나의 게으름은 ‘선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시작된다.

하고 싶은 일도, 결정해야 할 일도 많다. 그런데 늘 무엇이 가장 좋은 선택인지 고민만 한다.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다음으로 미룬다. 그렇게 미뤄진 일들은 그대로 남는다. 다시 꺼내 고민하고, 또 덮어두는 일이 반복된다.


스스로는 신중하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이라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건 게으름을 합리화하기 위한 말에 가까웠다.


결정을 내리면 곧바로 불편하고 하기 싫은 일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결정을 미뤘다. 선택이 주는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선’을 고민하는 척했던 셈이다.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선택이 주는 기회를 포기하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선택에는 늘 아쉬움이 남습니다.
‘후회 없는 선택’을 하려는 마음이야말로 미룸과 게으름의 원천입니다.
세상에 후회 없는 선택은 없습니다.
최상의 선택은 선택의 순간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것을 잘 즐기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했을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책을 읽으며, 그동안 게으름을 벗어나기 위해 애써 왔던 방식이 왜 효과가 없었는지도 이해하게 됐다.


게으름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시도하는 것은 시간관리입니다.
그러나 시간관리가 되지 않는 모습은 결과일 뿐 원인이 아닐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삶의 방향성과 에너지 관리입니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가 그렇듯, 이 책에서 제시하는 10가지 대안 역시 삶의 기준이 정해지지 않으면 단순한 방법론에 머문다.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가 먼저 결정되지 않으면 실천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책이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가 있다. 오랫동안 막연하게 붙잡고 있던 ‘게으름’이라는 주제에 제대로 된 이름과 의미를 붙여 주었기 때문이다.

게으름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그리고 무엇부터 찾아가야 하는지.
적어도 출발해야 할 방향만큼은 분명하게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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