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우리는 회만 남겼다.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 음식이 된 첫 생선회 이야기

by 유랑행성

충청북도 내륙에서 자란 엄마는 회를 먹어본 적이 없었다.
바다가 먼 동네에서 자란 사람에게 생선은 늘 굽거나 찌는 음식이었다.
그런 엄마 밥을 먹고 자란 나 역시 고등학교 때까지 생선을 날로 먹는다는 개념 자체를 모르고 살았다.


고3 어느 날, 시험 성적이 마음처럼 나오지 않아 풀이 죽어 있던 날,

엄마는 바람이나 쐬자며 나를 데리고 동네를 걸었다.
그러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식당 메뉴판에서 처음 보는 단어를 발견했다.

‘회덮밥’


엄마와 나는 한참 그 글자를 들여다봤다.
“이건 대체 어떻게 나오는 걸까.”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주문한 그릇에는 야채가 수북했고,
그 위에 하얗고 투명한 생선 조각들이 듬성듬성 얹혀 있었다.


한 점 집어 입에 넣는 순간,
익숙한 생선 맛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맛도 아닌
물컹하고 미끄러운 식감이 느껴졌다.


엄마와 나는 말없이 서로를 한번 쳐다봤다.
맛있다는 표정을 짓기엔 너무 낯설고, 싫다고 말하기엔 괜히 민망한 표정으로.


비빔밥이니 섞어 먹으면 괜찮겠지 싶어 밥과 야채, 초고추장을 잔뜩 넣어 비볐다.
그리고 열심히 먹었다.

다 먹고 나니 그릇 한쪽엔 초고추장에 붉게 물든 회 조각들만 남아 있었다.

마치 콩밥에서 콩만 골라 남기던 아이처럼,
나는 회덮밥에서 회만 남기고 있었다.


대학교에 가고, 사회생활을 하며 내 식탁은 몰라보게 넓어졌다.

생선회는 물론이고 감자탕, 추어탕, 순댓국, 간장게장까지
예전 같으면 젓가락도 대지 않았을 음식들이 이젠 없어서 못 먹는 별미가 되었다.


이제는 생선회를 먼저 찾지만, 그날의 추억은 여전히 선명하다.

회덮밥을 앞에 두고 어색한 웃음만 오갔던 저녁, 끝내 남겨 두었던 두 그릇의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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