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몰랐다. 청포도알사탕보다 더 큰 마음이 들어 있었다는 걸
외가에 가면 가장 먼저 보이던 것은 끝도 없이 펼쳐진 논이었다.
그 풍경은 어린 내게 지루함 그 자체였다.
외가는 충청도 작은 마을에 있었다.
읍내에서도 한참 더 들어가야 나오는, 논두렁과 밭두렁 사이 언덕에 자리한 기와집이었다.
문방구도 슈퍼도 없는 그곳에서 난 입버릇처럼 심심하다고 투덜댔다.
반면에 동생은 잘 놀았다.
개울가에서 개구리를 쫓고, 메뚜기를 잡고, 하루 종일 흙투성이가 되어 돌아왔다.
같은 풍경 속에서도 누구는 놀거리를 찾고, 누구는 무료함만 찾는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보다 못한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가자, 가게 가서 과자 사 줄텡께.”
순간 마음이 들떴다.
할머니 치맛자락을 붙잡고 얼마나 신나게 따라갔는지 모른다.
그렇게 도착한 ‘가게’는 내가 알던 가게가 아니었다.
허름한 집 벽에 ‘담배’라고 적힌 작은 간판 하나 걸려 있었을 뿐,
과자 봉지가 빼곡한 매대도, 냉장고도, 형형색색 문구류도 없었다.
나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이게 가게라고?
그곳에서 살 수 있는 유일한 과자는 청포도알사탕뿐이었다.
내 엄지손가락만 한 커다란 사탕이 가득 든 봉지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영 시무룩한 채로 큰 사탕을 입안에 물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원한 것은 봉지과자였고 초콜릿이었지, 사탕이 아니었으니까.
그때는 몰랐다.
그 청포도알사탕이 그 마을에서 할머니가 내게 줄 수 있던 가장 달콤한 것이었다는 걸.
어른이 되고서야 알았다.
촌스럽고 투박한 모습으로 다가왔던 그 마음 사랑이었다는 것을
할머니는 우리 엄마처럼 말수가 적고 무뚝뚝한 분이었다.
살갑게 안아 주거나 애정을 표현하는 분은 아니었다.
그래도 나는 할머니의 동그란 얼굴과 단정히 쪽진 머리를 기억한다.
무슨 말인지 몰라 몇 번이고 되묻던 충청도 사투리도 기억한다.
조금만 더 철이 든 뒤의 내가 그 시절의 할머니를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이제는 사투리를 듣기만 해도 괜히 마음이 느슨해진다.
그 억양 속 어딘가에,
어린 날 나를 데리고 허름한 가게까지 걸어가던 할머니가 아직 살고 있는 것만 같다.
할머니,
내가 많이 보고 싶은 거, 아는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