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사탕 Aug 08. 2022

여행, 나만의 단어를 찾아 떠나는 설레는 여정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Eat Pray Love>의 주인공 리즈는 엉망인 일상 속 텅 비어버린 자신을 다시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긴 여행을 떠난다. 첫 여행지인 이탈리아에서 각자가 자신을 표현하는 나만의 '주제어'를 얘기할 때 직업, 관계를 내려놓고 자신을 표현하는 주제어를 떠올리지 못하는 그녀에게  


"어쩌면 당신은 당신만의 단어를 찾아가는 여정 중에 있을지도(Maybe you're a woman in search of a word)"라며 그녀의 친구는 격려한다. 


그 이후 이어진 인도, 발리에서의 여정 끝 그녀는 그녀만의 주제어를 찾는다. 


아트라베시아모(Attraversiamo), '우리 함께 건너가자'


여행이 가지는 의미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힘들어지며, 여행을 취미로 그리고 업으로 삼고 있는 내게 여행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여행은 내게 늘 갓 태어난 아기처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는 시간 그리고 그 낯선 환경 속에 나를 던지며 모퉁이에 숨어 있던 나의 새로운 모습을 마주하는 과정이었다. 


마주하게 된 나의 모습은 늘 새롭고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때로는 일상 속에선 이성의 끈으로 잘 붙잡아 둔 뿔난 망아지 같은 모습이, 잊고 있던 나의 열등감이 불쑥 튀어나올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도 나의 모습이고 늘 최악의 경험은 바닥을 치고 더 나은 나를 꿈꾸게 한다. 


코로나 시국, 과거 여행들을 곱씹으며 그동안 나를 만들어 온 지난 여행들이 내게 남긴 것 그리고 그로 인해 지금의 나를 이루는 가치관, 생각,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돌아보고 싶어졌다.


여행이 내게 남긴 단어들

당시엔 알지 못했지만 나는 너무 운이 좋은 사람이었고, 늘 좋은 사람들이 나의 여정에 동행해 큰 깨달음과 여운을 주었다. 새로운 여행지는 내게 늘 말을 걸어왔고, 여행 중 만난 인연, 예상치 못한 경험 그리고 평소엔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 내 가슴에 새길 단어와 지울 단어를 남겼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초반부 주인공 리즈처럼 나는 나를 표현할 뾰족한 단어를 아직은 찾지 못했다. 어쩌면 한 가지 단어로만 나를 표현한다는 게 불가능에 가까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며 누구에게나 한 번은 지울 단어와 새길 단어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함을 느낀다. 이런 여정을 통해 언젠가 나를 가장 멋지게 그리고 적절하게 표현할 단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여행은 여행의 기간과 상관없이 누군가에겐 때론 평생 잊을 수 없는 메시지를 남긴다. 기억의 서랍 속 넣어두고 일상이 힘들 때마다 꺼내어 위로받는 순간도,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상처와 마주하는 순간도 모두 여행의 일부이다. 그래서 여행이 삶의 축약 판이라고 불리는 것일 수도. 


당신과 나의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의 다가올 여행들

때로는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망한 여행이 더 마음 한편에 콕 자리한다. 때로는 어디인지 보다 누구와 함께여서인지가 더 중요한 여행이 있다. 앞으로 나의 수많은 망한 여행과 계획대로 되지 않았던 그래서 어쩌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던 그래서 기특한 나의 모습을 또는 최악인 나의 모습을 마주했던 여정을 함께 나누며 누군가에게는 공감을 누군가에게는 대리만족을 또 누군가에게는 앞으로 다가올 여행에서 자신을 더 잘 알아갈 수 있는 용기를 전할 예정이다. 


소란했던 파도가 지나고, 침전물이 가라앉은 뒤 반짝이는 진주처럼 

늘 빠르게만 지나가는 여행의 순간, 그 여정 뒤 건져 올릴 나만의 단어는 무엇일까? 

때로는 평생을 추억할 반짝이는 진주와 같은 단어를 때로는 다시 바닷속에 꼭꼭 묻어 두고 싶은 단어를 마주하며 모두가 자신만의 여행 사전을 채우고 비워 나가길 응원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