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사탕 Oct 21. 2022

오렌지 빛 타지마할을 만나다

누구나 자신만의 '때'가 있다

적시: 알맞은 때
머피의 법칙이 지배한 마지막 인도 여행

내 인도 여행 중 마지막을 장식한 곳은 아그라였다. Sue, Iris 언니들과 여자끼리 마지막으로 떠났던 여행이다. 마지막 여행인 만큼 엄청 비싼 객실 칸 기차를 예약하고(무려 음식이 코스로 나온다는) 인도 여행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마무리하고 팠는데, 무슨 마가 낀 건지 셋 다 못 일어났다.


정말 비싸게 예약한 기차였는데, 쓰린 속을 달래며 보통 칸 객실에 몸을 실어 아그라에 도착했는데 이런, 비가 내렸다. 내가 여행했던 당시 6~8월은 한창 인도의 스콜이 기승을 부리던 우기 중에 우기. 꼬여도 이렇게 꼬인다며 속상해하고 있었다. 기차는 심지어 연착에 연착을 거듭하고(오 신이시여..) 


우여곡절 끝 도착한 비 오는 타지마할

빗속에 새하얀 타지마할을 보며 넋을 놓고 있는데 갑자기 날이 개기 시작하더니 늦게 도착한 우리를 위로하듯 노을이 내려앉고 그토록 보기 어렵다는 오렌지빛 타지마할이 눈앞에 딱 있었다. 


인도인 말처럼 정말 신만이 안다더니, 신의 뜻이라더니.. 

최고급 객실 칸 기차를 타고 갔다면 우중충한 하늘에 비 오는 타지마할을 봤겠지? 

인도 여행은 정말 인생과 비슷하다.


타지마할은 인도의 한 왕이 자신이 사랑한 여인의 무덤으로 만든 거였는데 공사를 진행할 동안 너무 많은 돈(예전엔 박혀 있는 게 다 보석이었다고 한다, 루비, 금. 사람들이 하도 떼 가고 훔쳐가서 지금은 아니지만), 시간, 그리고 노동력이 들었고 심지어 많은 이들이 공사를 하다 목숨을 잃어 결국 그 왕은 감옥에 갇힌다. 타지마할이 바로 보이는 건너편 첨탑에. 이런 비극적인 이야기 때문인지 타지마할은 더 아련해 보였다. 


점프도 잘 못 하는 내가 타지마할 앞에서 점프샷, 어렸네 ㅎㅎ
오렌지빛 타지마할


그리운 그 시절의 우리 셋

두 번의 인도 여행에서 만난 비 해프닝은 날 더 성숙하게 하고, 모든 것은 적시가 있다고 깨달았다.


그렇게 나는 적시를 내 가슴에 새긴다. 조금 늦어도 더뎌도 혼자서만 뒤처지는 것 같아도 그 모든 것이 쌓여 당신만의 완벽한 때를 만든다.


때로는 계획보다 더 멋진 일이 생기는 것,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더 멋진 일이 생길 틈이 된다는 것. 영원을 꿈꿨지만 안타깝게 최후를 맞이한 한 왕의 한 맺힌 무덤을 바라보며 인생은 결국 타이밍, 나에게도 곧 좋은 적시가 오길 기대해 본다. 

이전 04화 피렌체의 티본스테이크는 돌아오지 않는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