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만의 '때'가 있다
적시: 알맞은 때
머피의 법칙이 지배한 마지막 인도 여행
내 인도 여행 중 마지막을 장식한 곳은 아그라였다. Sue, Iris 언니들과 여자끼리 마지막으로 떠났던 여행이다. 마지막 여행인 만큼 엄청 비싼 객실 칸 기차를 예약하고(무려 음식이 코스로 나온다는) 인도 여행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마무리하고 팠는데, 무슨 마가 낀 건지 셋 다 못 일어났다.
정말 비싸게 예약한 기차였는데, 쓰린 속을 달래며 보통 칸 객실에 몸을 실어 아그라에 도착했는데 이런, 비가 내렸다. 내가 여행했던 당시 6~8월은 한창 인도의 스콜이 기승을 부리던 우기 중에 우기. 꼬여도 이렇게 꼬인다며 속상해하고 있었다. 기차는 심지어 연착에 연착을 거듭하고(오 신이시여..)
우여곡절 끝 도착한 비 오는 타지마할
빗속에 새하얀 타지마할을 보며 넋을 놓고 있는데 갑자기 날이 개기 시작하더니 늦게 도착한 우리를 위로하듯 노을이 내려앉고 그토록 보기 어렵다는 오렌지빛 타지마할이 눈앞에 딱 있었다.
타지마할은 인도의 한 왕이 자신이 사랑한 여인의 무덤으로 만든 거였는데 공사를 진행할 동안 너무 많은 돈(예전엔 박혀 있는 게 다 보석이었다고 한다, 루비, 금. 사람들이 하도 떼 가고 훔쳐가서 지금은 아니지만), 시간, 그리고 노동력이 들었고 심지어 많은 이들이 공사를 하다 목숨을 잃어 결국 그 왕은 감옥에 갇힌다. 타지마할이 바로 보이는 건너편 첨탑에. 이런 비극적인 이야기 때문인지 타지마할은 더 아련해 보였다.
두 번의 인도 여행에서 만난 비 해프닝은 날 더 성숙하게 하고, 모든 것은 적시가 있다고 깨달았다.
때로는 계획보다 더 멋진 일이 생기는 것,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더 멋진 일이 생길 틈이 된다는 것. 영원을 꿈꿨지만 안타깝게 최후를 맞이한 한 왕의 한 맺힌 무덤을 바라보며 인생은 결국 타이밍, 나에게도 곧 좋은 적시가 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