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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Aug 18. 2022

Prologue: 당신은 어떤 노래에 가슴 뛰나요?

주구장창 들어도 또 그 노래

한 통계에 따르면 사람은 33세 이후로 새로운 음악을 듣지 않는다고 한다.


어느 날, 한 기사를 보았다. 통계에 따르면 사람은 평균 33세 이후로 새로운 음악을 듣지 않는다고 한다. 예전에 본 기사는 20대 중반이었던 것 같은데, 그새 연장된 평균 수명이 반영된 건지 30대 초반으로 늦춰졌다. 100세 시대에 평생 듣는 노래가 33세 이전에 들었던 노래들로 끝난다니, 충격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울적한 마음도 든다. 하지만, 분명 공감이 된다.


내가 찾아 듣는 노래들

20대 때는 몰랐다. 당시엔 내가 늘 세상의 주인공 같고, mp3 플레이어에 흐르는 플레이리스트와 최애 곡은 늘 새로운 노래로 앞다퉈 바뀌었다. 그런데 의식하지 않는 순간, 언젠가부터 정말 새로운 노래를 잘 듣지 않는 나를 발견했다. 물론, 라디오나 길거리, 드라마에서 흐르는 새로운 음악들은 듣는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내 귀에 들린다. 그래서 어떤 노래가 요새 핫한지, 많이 불리는지는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음악을 듣는다는 표현은 '나의 의지로 해당 노래를 찾아서 듣는다'는 표현에 더 가까울 것 같다. 


그렇게 찾아서 듣는 노래는 어느 순간 2010년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대중가요에 대한 나의 열정사

나는 상업적인 가요를 참 좋아한다. 한 때는 좋아하는 노래, 자주 듣는 음악 혹은 어떤 장르와 아티스트를 좋아하냐고 물었을 땐 외국의 유명 가수나 남들이 잘 듣지 않는 뉴에이지, 인디 음악을 말하며 누구나 다 좋아하는 흔한 대중가요가 아닌 남들과는 다른 길을 가는 특별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당당히 말한다. 난 대중가요를 참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90년대부터 2000년대 노래는 좋아함을 넘어 사랑한다. 


어린 시절 나는 흥이 참 많은 소녀였다. 말도 제대로 하지 못 하던 시절, 엄마에게 들은 바로는 이상은의 <담다디>는 내 주제가였고, 김원준은 내 미래 남편이었다. 좀 더 커서 초딩시절엔 하교 후 KM과 MTV는 내 고정 채널이었고, 새로 나오는 모든 뮤직비디오를 섭렵하는 것은 물론 공중파 3사의 가요 프로그램을 무려 본방사수하며 음악평론가에 버금가는 대중가요 탐닉 시간으로 하루를 채웠다. 그 시절 얼마나 많은 가요와 뮤직비디오를 보고 또 보았는지 좋아하는 노래는 처음 시작하는 3초가량의 간주만 들어도 노래를 맞추고(장기라고 자부한다, 이 능력치를 활용할 순 없을까?), 지금도 해당 가요가 흘러나오면 뮤직비디오의 캐스팅과 스토리라인이 생생하다. 


가요에 대한 나의 열정과 사랑은 단순히 듣고 따라 부르는 것만으로는 모자랐고, 당대의 히트였던 룰라, S.E.S, H.O.T, 젝스키스 그리고 지오디까지 영상만 보고 안무를 따 아무도 안 시켰지만 친구들과 방과 후 연습하고, 수련회 장기자랑처럼 공식적으로 선보이는 자리 외에도 우리끼리 학예회 스타일로 사람을 모아놓고 완성된 안무를 선보이며 뿌듯해했다.  


그렇게 10대, 20대 반짝이던 청춘의 시절, 나의 일상은 그 시절 그 감성의 브금(BGM)으로 채워져 있다. 


혼란의 시절, 청춘을 밝힌 따스한 위로

20대 때는 어르신들이 트로트만 듣고, 7080 라이브 카페가 생겨나는 부분에 감흥도 공감도 되지 않았는데 어느새 신세대의 자리를 내어주고 기성세대로 접어든 30대 중반, 그렇게 옛날 노래가 나오면 소름이 돋는다(좋은 의미로). 누군가 내게 20대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호히 '아니오'라고 대답할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20대는 막막했고, 나에게 각박했고 그리고 정처 없이 치열했다. 


그렇게 혼돈의 시절을 보내고 찾은 자아와 30대의 안정이 없던 20대로 돌아가 그 폭풍을 다시 겪는다면 너무 힘들 것 같다. 하지만, 늘 인생에선 잔잔한 강물보다 거친 파도가 남긴 흔적이 더 오래 그리고 깊게 마음 한 켠을 파고드는 것. 그 시절 들었던 음악들은 어찌 보면 동트기 전 어두운 새벽, 혼란했던 폭풍 속 두려움에 떨고 있던 나를 밝혀주던 조그만 반딧불이 같은 불빛이었다. 손전등이나 가로등처럼 환하게 밝히지는 못 했지만 작은 반딧불이처럼 누군가 옆에 있다고 반짝이며 위로를 건네는 그런 따스함.


노래가 주는 힘

사람의 기억은 후각, 미각, 시각, 청각, 촉각 순으로 남는다고 하는데 나에게 있어 청각은 분명 그 보단 앞 순위일 것 같다. 노래가 주는 힘은 과히 대단하다. 노래를 듣는 순간 그 시절 그 장소로 순간 이동을 하고, 그때 느꼈던 감정, 힘듦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리고 현재를 다시 마주하며 아련하게 안도한다. 


가끔 길거리에서 20대 친구들을 보며 생김새와 상관없이 참 반짝반짝 빛이 나며 예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20대의 비극은 자신의 반짝임을 자각하지 못하고, 또 그 반짝임이 유한하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 아닐까. 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시절인 것 같다.


누구에게나 가슴 뛰는 노래, 자신만의 배경음악이 있다 

희미해지는 기억 속, 더 늦기 전에 나의 반짝이던 순간들을 채웠던 노래들을 그 노래가 함께 했던 순간들을 기록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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