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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Aug 28. 2022

S.E.S. - 너를 사랑해

존재만으로 반짝이던 사랑이 전부였던 그 시절

재택근무를 시작하고 나의 업무 메이트는 다름 아닌 라디오였다

잠이 많은 학생이었던 나는 학창 시절 새벽 감성 라디오도 듣지 않던 소녀였는데, 30대 중반이 되어 라디오를 찾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최애 프로그램은 단연, MBC FM4U <정지영의 오늘 아침>. 


학창 시절, 정지영 아나운서는 내게 새벽 시간대의 라디오 <정지영의 스위트 뮤직박스>로 기억되는데, 당시 내 친구들 중 올빼미형 친구들은 늘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다. 프롤로그에도 언급했지만 일정 나이(통계자료에선 33세라고 하지만 내 생각엔 그 보다 훨씬 밑일 것 같다)가 지나면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듣기보다 자신의 유년, 학창 시절 들었던 노래를 남은 여생 동안 더 즐겨 듣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코너는 바로 금요일의 '도토리 선곡'! 


한동안 잊고 있었던 그 시절(존재만으로도 반짝이던 20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들어봤을 노래들이 나올 때면 심장이 쿵 내려앉기도, 오래 못 본 동창을 우연히 만난 것처럼 반가운 울컥함에 탄식이 절로 나오기도 한다.


나댔던 초딩의 긍정적인 성장

얼마 전 평소와 다를 바 없던 재택 근무일의 아침(도토리 선곡 코너가 아니었지만)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하게 한 노래, 바로 SES의 '너를 사랑해'. 초딩시절, 친구들과 색색 다른 핀을 나눠 끼며 SES 멤버를 서로 돌아가며 맡고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음악에 맞춰 춤 연습을 하는 소위 나대는 초딩이었다. 


이런 나댔던 과거가 유용하게 쓰였던 일이 있었으니, 바로 가장 친한 친구의 결혼식. 고등학교 친구이자 지금도 절친인 S양이 28의 나이로 우리 중 가장 먼저 결혼 스타트를 끊었을 때, 친구들을 소집해 SES 너를 사랑해를 축가로 준비했다. 물론, 노래와 더불어 안무까지. 


현장에선 무대가 생각보다 작아서(리허설을 할 수 없어서 아쉬워하던 계획형 인간) 높은 힐을 신고 뒤뚱이다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아 지금까지도 아쉬움이 남지만 늘 돌이켜보면 당시엔 쪽팔리는 순간, 계획하지 않은 예상 못한 순간들이 더 오래 그리고 선명하게 기억된다. 적어도 친구의 웨딩 비디오에는 그 몸짓이 영원 박제되었다.


핑클보다 S.E.S

난 당시 핑클보다 SES파였는데, 20대 한창 방황하던 시절 면접을 보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으며 들었던 내 리추얼과 같은 노래는 바로 '꿈을 모아서', 센치한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땐 '샤랄라', 'I will', 신나고 싶을 땐 'Twilight Zone'. 지금 들어도 SES 노래는 정말 세련되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 33세 이후로 새로운 노래를 안 듣는다는 통계는 허튼소리가 아니었다.


그날 아침 '너를 사랑해'를 들으며, 꿈 많던 28살, 그때에는 아직까지 미혼일지 몰랐던(비혼은 아니기에) 수줍고 꿈 많던 20대의 내가 그리고 함께 춤을 연습하며 많은 하객 앞에서 친구의 결혼을 축하하며 즐겁게 나댔던 그때가 떠올랐다.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던 축가 공연

친구의 결혼식에 축가를 할 수도 있지라는 생각이 들 테지만 사실 당시 그 친구 결혼식에 내가 전면에 나서 축가를 축무까지 곁들여한다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그 친구 남편과도 모두 동갑이라 대학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며 함께 어울렸는데, 그 친구 남편이 소개해 준 사람과(내 전전남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이어 온 4년의 연애를 마무리 짓고 6개월 만에 보는 자리가 바로 그 친구의 결혼식이었던 것.


지금이야 그러려니 다 추억이네 하고 쉽게 넘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다시 생각해보니 지금도 그렇게 아무 일 없다는 듯이는 못 넘기겠다) 당시에 나는 심지어 다니던 직장도 때려치우고 말 그대로 직장도 남자 친구도 없는 아무것도 가진 것, 내세울 것 없는 초라한 청춘이었다. 반면에 그 전전남친은 내가 같이 첨삭해 준 자소서와 면접으로 대기업에 턱 붙고, 새로운 여친까지 있는 상태였던 것. 어떠한 힘든 일이 있어도 밥만 잘 먹고, 잠만 잘 자는 나인데, 처음으로 친구 결혼식을 앞두고 잠을 못 잤다. 덕분에 피부 상태는 더 최악 ^^


그래도 노래는 춤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렇게 밝아 온 친구 결혼식 당일, 친구에 대한 우정으로 쪽팔림을, 내 처지의 한심스러움을 극복하고 화려한 춤으로 승화해 친구의 결혼식을 온몸과 맘으로 축하했다. 


작은 것에 그렇게 흔들렸던 갈대와도 같은 20대, 하지만 존재만으로도 그렇게 밝게 빛나고 이쁜 시절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지금도 종종 들려오는 SES의 너를 사랑해를 들을 때마다 친구의 결혼식 날이 떠오른다. 한 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던 내가 하지만 무엇보다 진심으로 친구를 축하했던 나의 뜨거운 그리고 뭉클한 진심이 여러 가지 감정이 나를 사로잡는다.


S.E.S - I Love You (너를 사랑해) (Official Music Video)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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