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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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어떤 말은 몇 개의 시대를 건너뛰어서야 비로소 들리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아직 때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일어난 일도 ‘아직’ 알려지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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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사회비평가 다이애너 기틴스(Diana Gittins)는 『가족은 없다』(일신사, 1997)고 한다. 70년대 영국 사회에서 나타난 화두가 나의 결혼생활을 돌아보는데 좋은 질문을 던져주었다. 그 질문은 이 책의 목차와 같다.
1. 가족에 대해 질문하기
2. 가족은 어떻게 변해 왔는가?
3. 가부장제는 가족을 이해하는 데 적합한가?
4. 가족이란 무엇인가? 가족은 보편적인가?
5. 사람들은 왜 결혼하는가?
6. 사람들은 왜 자녀를 갖는가?
7. 여성의 일은 왜 끝이 없는가?
8. 국가: 가족 연대의 창조자인가 파괴자인가?
9. 가족은 위기상태에 처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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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무 일찍 왔다. 나의 때는 아직 오지 않았다. 이 엄청난 사건은 아직도 계속 중이며 방황 중이다. 그것은 아직 인간의 귀에까지 도착하지 못했다. 번개와 천둥도 시간이 필요하다. 별빛도 시간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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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가 행복의 조건일까? 어쩌면 한동안 아무런 생각이 없으니까 살았을 것이다. 늑대랑 여우가 섹스해서 토끼가 태어나면 비둘기 가족이 되는 걸 아무런 의심 없이 가슴 가득 꿈꾸고 살아왔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당연한 거 아니냐며 큰소리까지 치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살수록 점점 이해할 수 없었다. 자꾸만 눈물이 흐르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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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자신의 철학적 작업을 ‘망치질’로 표현했는데, 그의 망치에 쓰러지지 않는 형이상학적 건물이 없다. 신의 죽음은 인간적 형태의 온갖 우상 숭배의 종식을 의미한다. 인간이 위버멘쉬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복음임에 틀림없다. 그것은 항상 자기 바깥에 가치의 기준을 두고 그것에 복종해 온 인간이 드디어 노예적인 생활을 끝내고 자기 가치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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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씨!
난 내 딸도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정신이 번쩍 났어.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그냥 그렇게 모르고 살았을 텐데 아이들 덕분에 알게 되었으니, 아무것도 모르고 한 ‘결혼’에 감사하긴 해.
말도 안 되지만 암튼 그래.
아, 그래서 내게 물었어.
나는 누구지? 내가 원하는 게 뭐지? 어떻게 하면 되지?
남편의 ‘아내’이고 아이들의 ‘엄마’였던 내가 ‘나’한테 질문을 한 거였어.
그거 알아? 그 질문이 얼마나 낯설었는지? 얼마나 슬펐는지? 또 얼마나 설렜는지?
나는 다시 시작해야만 했어.
처음부터 제대로 살아보고 싶었다고.
그때 처음 그대가 내게 왔어.
낯가림이 심한 나는, 당신이 너무 두려웠지.
그래서 도망치면서 그랬어.
뭘? 어떻게? 어쩌란 거야?
왜 그땐 그렇게 아무에게나 화를 내고 짜증을 부렸을까?
남편도, 아이도, 내겐 다 폭탄이었어.
행복?
오랫동안 뭐가 행복인지 몰랐어.
비둘기 가족이 행복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고, 다른 삶은 알지 못했으니까.
그대가 두려우면서도 그리웠던 이유였을 거야.
왠지 모르게 자꾸만 끌렸거든.
맞아. 호기심!
그대가 궁금했어.
아니, 그대를 그리워하는 내가 궁금했다는 게 맞아.
니체 씨! 우리 사귀는 거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