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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영 Sep 06. 2016

니체 씨! 우리 사귑시다

낚였다



***


“나의 모든 작품은 낚싯바늘이다. 나는 그 누구보다도 낚시하는 법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해도 내 잘못은 아니다. ‘왜냐하면, 거기에 물고기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차라투스트라는 그것을 물지 않는 물고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차라투스트라』를 읽기 위해 필요한 것은 높은 긍지만이 아니다. 섬세한 감수성, 대단한 용기, 놀라운 소화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복수나 원한 따위를 모르는 즐거운 긍정의 정신. 이 모든 것이 필요하다.


***


갱년기, 나의 사랑은 어떠한가?

갱년기를 뜻하는 단어인 ‘Climacterium(독일어:Klimakterium)은 고대 그리스의 ’Klimakter'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는데, ‘계단’ 또는 ‘사다리의 발판’이라는 뜻이다.

갱년기는 ‘사다리를 오르는 것’이란다. 

어디로 향하는 무슨 사다리일까?


***


니체는 『차라투스트라』의 부제로 ‘만인을 위한, 그러나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이라는 말을 달았다. 만인을 위한 책, 그러나 아무나 읽을 수는 없는 책. 만인을 친구로 삼고 싶지만 아무나 친구로 삼지는 않는 책. 『차라투스트라』는 그런 책이다.

누구든 자기 삶을 아름답게 창조하는 자는 니체를 읽지 않은 채 니체의 독자가 될 수 있으며, 니체를 지지하지 않은 채로 니체주의자가 될 수 있다.


***


나는 왜 ‘결혼’이란 걸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으면서도 또 다른 ‘사랑’을 꿈꾸는 걸까?

그거, 그냥 ‘부질없다’는 거 알아버렸는데도 말이다.

지긋지긋한 ‘결혼’인 줄 알았는데 그래도 좋았던 거, 그리운 게 있는가 보다.

그러니 또 누굴 만나고 싶지.


물론, 또 다른 ‘결혼’은 아니다. 그건 됐다.

‘가족’의 탄생은 원하지 않는다.

지금의 ‘가족’만으로도 버거우니까 ‘가족’은 여기까지다.

‘이것을 잘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그런 것’이 하고 싶은 거다.


***


니체 씨! 우리 사귑시다.

우리가 100살을 산대요.

난 이제 겨우 낼모레 50이거든.

결혼은 해봤으니까 됐고, 연애는 하고 싶어요.

어떤 연애냐면, 200살쯤 살아보고 싶게 만드는 연애.

내가 가진 사랑스러움이 뭔지, 내 몸이 원하는 것, 내 욕망, 뭐 이런 것들을 알고 싶어요.


내 아이들은 걱정하지 말아요.

엄마가 이상한 행동을 하면 “다 갱년기 때문이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라고 말하면 되니까요.

그 아이들, 나한테만 ‘애들’이지 성인이라서 괜찮을 거예요.

그리고 당장은 아니어도 언젠가 내 나이가 되어보면 알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날 닮은 여자아이들이니까요.


내 프러포즈,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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