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째
꿈에 그를 봤다
문득 그리웠지만 이내 지웠다
정리해야지
뭐가 사랑인가?
나로 살았다고 여겼다
그토록 만나고 싶던 나를 만났다면서 좋아했다
너무도 반가워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오래도록 아끼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영원할 거라고, 변치 않을 거라고, 끝나지 않길 기도했다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간절했다
내 안에 머물고 싶은 욕망의 다른 이름이어서 쓸쓸했다
끝이 있다는 아쉬움에 가슴 아프고 한없이 답답했다
그저 잠시 내게 와 준 고마운 선물이다
당첨된 로또였다
언제나처럼 예정대로 돌아왔다
예전의 그 자린 아니지만, 다시 시작한다
후회 따윈 없다
다시 산대도 아마 똑같은 선택을 할 테니까 말이다
늘 그랬듯이 지금 이 순간도 지나간다
아무런 미련도 없다
좋아했고 그래서 좋았고 이젠 다 끝났다
잘 마무리하면 뭔가 또 올까?
또 선택하고 감당할까?
산다는 건 그런 걸까?
어쩔 수 없이 다시 또 산다
뭔가 또 찾아올 테고 선택할 테고 감당할 거다
그럼 됐다
살면 된다
남편이 다녀갔다
마중 나오겠단 문자를 보내더니 가방을 들어주었다
생각보다 무겁진 않다고 하며 집으로 향했다
마사지를 해주고 섹스를 하고는 이내 혼란스러워했다
집을 팔아서 갖겠다고 했다
나는 다시 멍했다
뭘 원하는 건지 헷갈렸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왜 갑자기 혼란스러운가?
집을 팔겠단 것이 놀라운가?
남편의 당당한 뻔뻔스러움에 당황했나?
결국, 끝까지 가는구나 싶었나?
결혼을 벗어나는 대가가 필요하다면 치를 용기가 있는지, 내게 묻는다
남편은 최악의 바닥이고 아이들도 열정 없는 의무감이다
다 싫고 벗어나고만 싶은데, 나는 왜 그렇게 하지 못하는가?
무슨 책임감이 남아서 괴로움만 쌓고 있나?
내 욕망을 따른다는 게 사치인가?
과한 욕심인가? 무서운 죄악인가?
부모형제, 남편, 아이들, 가족이란 이름이 내겐 왜 감옥인가?
힘이 된단 가족이 왜 늘 짐으로만 남아서 나를 짓누르나?
남들은 예쁘다고 하는 내 아이들이 보이질 않는다
예쁜 아이들을 예뻐하지 못하는 괴로움도 힘겹다
좋은 엄마고 뭐고 이제 그만 손을 놓고 싶다
난 여기까진가 보다
그는 내가 맘 편한 것이 해결이란 답을 주었다
가슴에 사무쳐서 문득 울컥했다
그를 어떻게 잊지?
그를 보내면 또 다른 사랑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