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은 위험하지만 가장 위험한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에브리씽 에브리씽 (written by 니콜라 윤)
18세 소녀 매들린의 취미는 독서다. 그녀는 세상 누구보다 더 책을 많이 읽는다고 자부한다.
여느 사춘기 청소년이 부리는 흔한 허세 같지만 이 말은 과장도, 거짓도 아니다. 중증복합면역결핍증(SCID)를 앓고 있는 매들린은 집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다. 그녀는 온갖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로 아버지와 오빠를 잃었지만 그 일이 일어났을 때 그녀는 아직 갓난아기였기에 아버지와 오빠에 대한 기억은 없다. 이름도 생소한데다가 한 귀에 듣기에도 다루기 쉽지 않을 것 같은 중증복합면역결핍증 환자로 태어나 의사인 어머니를 갖는 것은 어쩌면 큰 행운일지도 모른다 - 적어도 매들린은 그렇게 생각했다. 세상 누구보다도 매들린을 사랑해주는 엄마와 엄마가 일하는 동안 집에서 매들린을 돌봐주는 간호사 칼라, 아주 가끔 매들린에 집에 방문에 1시간이 걸리는 통풍 소독을 견디어 매들린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 인터넷 강의 선생님, 이렇게 소수의 제한된 사람들을 집 안에서만 만나며 살아왔다. (기억을 가지고 있는) 평생을 집 안에서만 생활했기 때문에 독서 말고는 딱히 다른 취미를 가질 수도 없었다. 세상의 모든 것은 그녀에게 잠재적인 살인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매들린의 옆집으로 이사 온 푸른 눈을 가진 소년 올리. 직장에서 해고된 후, 지독한 술주정뱅이에 폭력적인 사람으로 변해버린 올리의 아버지. 올리는 그런 아버지로부터 엄마와 동생을 보호하려고 그에 맞서며 이따금 물리적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한바탕 싸움이 휩쓸고 지나간 밤. 매들린은 자신의 방 창문 건너편에 있는 올리와 눈이 마주친다. 올리가 창문에 보드마카로 적은 이메일을 통해 소통하기 시작한 그들의 사이는 점점 가까워간다. 올리와의 대화는 단조로웠던 매들린의 일상에서 활력을 불어넣었고 매들린이 하루 종일 가장 기대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올리라는 비밀이 생기면서 매들린은 엄마와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낼 때도 좀처럼 집중하지 못했고, 달라진 공기를 감지한 엄마의 추궁에 거짓말을 하게 되면서 엄마와의 사이에 틈이 생긴다. 문자를 통해서 소통하는 것을 넘어 그의 목소리를 듣고 싶고 그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는 마음에 사로잡힌 매들린은 칼라에게 떼를 쓰며 엄마 몰래 올리와 만날 수 있게 해줄 것을 요구한다. 칼라의 도움으로 올리는 1시간 통풍 소독을 거쳐 선룸에서 매들린을 만나게 된다. 접촉은 일체 허용되지 않았고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이 허용되었지만, 룰은 젊은 두 사람의 끌림을 막을 수 없었다. 만남이 반복될수록 둘 사이에 물리적 거리를 점점 좁혀졌고 마침내 서로의 살갗을 만지고 입맞춤을 하게 된다.
집 안이 세상의 전부였던 매들린의 삶은 이제 올리로 가득 찬다. 매들린은 자신의 인생이 올리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둘의 사이는 매들린의 엄마에게 발각되고 만다. 엄마는 몰래 외부인을 집안으로 들여 매들린의 생명을 위협한 칼라를 해고하고 오후 3시 이후에는 인터넷 연결도 끊는 등 매들린을 보호하려 한다. 하지만 매들린은 올리와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세상이 열렸고 새로운 많은 것을 경험했다. 그리고 깨닫는다. 죽음이 두려워 평생 집 안에서만 갇혀 살 수 없음을.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읽으며 어린 왕자의 죽음으로 끝나는 결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매들린은 마침내 어린 왕자의 마음을 알게 된다. 어린 왕자는 죽음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인생 전부였던 장미가 없다면 어린 왕자는 살아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엄마, 우리가 같이 처음으로 <어린 왕자> 읽던 거 기억나요? 나는 어린 왕자가 마지막에 죽어서 너무나도 화가 났어요. 어린 왕자가 장미에게 돌아가고 싶어서 죽음을 택하는 걸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해할 것 같아요. 어린 왕자는 죽을 선택한 것이 아녜요. 그의 장미는 그의 인생 전부였던 거예요. 장미가 없다면 어린 왕자는 살아도 살아 있다고 할 수 없는 거였어요.
- 에브리씽 에브리씽 中 -
매들린의 삶의 전부가 된 올리가 없이 매들린 역시 살아도 살아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을 깨달은 매들린은 자신의 인생을 통째로 바꿔버릴, 어쩌면 자신을 죽음으로 몰게 할 행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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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들린에게 올리는 사춘기 시절 설레는 첫사랑, 단순한 연애 상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올리를 보고 싶어 하는 매들린의 마음을 이성에 대한 관심으로 치부해서는 안되는 것 이유는 매들린에게 올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집 밖의 외부의 세계, “세상” 전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건강하고 활동적이며 자유분방한 올리는 갇혀있던 현실에서 벗어나 매들린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평생 갇혀있는 삶이라도 자신의 생명을 지속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해 온 (어쩌면 타인에 의해 그 생각의 틀에 갇힌) 매들린에게 다른 형태의 삶의 가능성을 제시해줬기 때문이다. 그저 오래 사는 것과 행복하게 사는 것 사이에서 매들린이 겪는 내적 갈등을 지켜보며 독자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철학적 고민을 하게 된다. 또한 불의의 사고로 남편과 아들을 한꺼번에 잃은 엄마는 덴 가슴을 안고 살아가며, 자신에게 하나 밖에 남지 않은 딸 매들린을 세상으로 보호하는 것에 대해 병적인 집착을 보이는 엄마. 자신의 삶에서 그 어느 문제에 대해서도 선택권을 가지지 못했던 매들린. 모녀의 모습을 통해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선의와 명분은 자유를 박탈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을까? 라는 고민도 해볼 수 있다
세상 밖은 위험하지만 가장 위험한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The greatest risk is not taking one
- 에브리씽 에브리씽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