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의 좋은 반창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다 하죠? (ㅋㅋ) 내가 가는 길에 적을 만나고 있다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 거라고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다행인 일이라는 거겠죠. 하지만 그렇게 마음먹으려 해 봐도, 누가 발에 걸리는 모난 돌을 사랑할 수 있겠어요. 어려운 일입니다. 다만 한 번 점검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돌부리가 어쩌면 너무 내 눈에 띄지는 않았는지, 내 단점을 그 사람에게서 발견한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사람이 미워지는 이유는 정말 나에게만큼은 악인이거나, 혹은 그에게서 내 과거나 내 단점을 발견해 버렸을 때라고 합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연민과 애증과 미련까지 많은 감정이 뒤섞이고, 피곤하고 싫어지죠. 그리고 그 적대감은 숨길 수 없기에 적이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결국 화살 끝이 나에게로 향하는 일이라 씁쓸해집니다. 그리고, 호불호를 타는 사람이라는 뜻은 사실 적대감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그냥 너도 어쩔 수 없었겠구나 하고 과거의 나를 안아주듯이 대해 보니 편하더라고요. 돌부리는 밟아서 땅속으로 묻어버리는 것보다는 피해 가는 게 편하지요. 너를 통해 비추어 본 거울 같은 나를 인정하는 일 같기도 합니다. 그 사람의 눈에 비치는 나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같은 돌멩이끼리 누가 낫다 순위를 매기고, 왜 기를 펴 보려 싸워야겠어요. (ㅎㅎ) 물론 모나다 못해 못난 돌부리들은 과감히 곡괭이를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인간관계를 백화점에서 고를 순 없더라고요. 비싼 돈을 주고 세심하게 고른 것에 실망하는 일은 힘들잖아요. 내 노력만큼의 결과가 돌아오기를 기대하는 것인데, 그것은 ‘관계’라는 단어와는 평행하지 않은 듯합니다. 마음에 드는 옷에 어떻게든 사이즈는 맞춰 보았지만, 원단이 안 맞을 수도 있고 입고 보니 색이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큰 맘먹고 산 옷이 내게 어울리지 않는 일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는 큰 좌절감이라 더욱 힘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인간관계는 백화점보다는 당근마켓에서 사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내게 온 사람들은 또 누군가의 인연이었잖아요. 당근 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값을 받고 판다는 느낌은 절대 아닙니다. 그저 보내는 거죠. 나는 헐값에 넘겼지만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일 수도 있어요. 반대로 득템 하는 일도 생기고요. 관계라는 것은 내 노력만이 들어간 일이 아닐 수도 있고, 혹은 그저 주어진 환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전자와 후자 모두 내 힘으로, 내 노력으로 어쩔 수 없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그래서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샀다고 해서 불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나에게 맞지 않는 것이지, 적개심을 가질 필요도 없고요. 포기하는 것보단 나를 지키는 일에 초점이 가깝습니다.
그저 나라는 사람은, 목욕하고 꺼내 입을 수 있게 늘 준비된, 절대 당근 해버리기는 어려운 편안한 잠옷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늘 벚꽃이 질 때쯤이면 비바람이 부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 비가 야속하지 않은 이유는 이것도 결국 흘러가는 계절의 한 과정이기 때문이겠죠. 지나가는 봄을 아쉬워하기보단 다가올 여름을 기대하는 내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