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은 징크스가 있으신가요? 전 여러 개 있다고 생각해요. 잘 되고 있는 상대가 있다는 사실을 친구에게 이야기하면, 꼭 내가 바라는 대로 잘 풀리지 않는 징크스라던지... 어떤 걸 먹고 싶고, 하고 싶다고 생각이 번뜩 들었다면 그걸 내가 바라는 대로 절대 하지 못하게 되는 징크스라던지... 그런데 쓰고 보니 이상하네요? 내가 바라는 대로 되지 않았다는 게 징크스가 되어야만 할까요?
저는 사주 명리학을 재밌게 공부한 적도 있었거든요. 그렇지만 사주를 공부하면서 한 번도 미래가 궁금했던 적은 없습니다. 사주를 통해 내 미래를 감히 점쳐볼 생각도 하지 않았었어요. 팔자라는 건 있을지 몰라도 그걸 그려가는 건 내 몫이고, 어떤 점괘는 또 주홍글씨처럼 내 무의식에 남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것도 쓰고 보니 이상하네요? 점괘라는 말을 징크스로 바꾸어 읽어보아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징크스 탓이라도 해야 마음이 편했던 건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불안이라는 이름의 바다 위에 돛단배를 이끌고 있는 제가 그려집니다. 사실 바다인지 강인지 잘 모르겠지만, 저 지평선 너머에는 어떤 무서운 게 있을 것 같아 감히 넘어가기 두렵습니다. 그리고 또 사실, 이곳은 깊이가 발목까지 채 오지도 않는 시냇물이거든요. 한 점의 바람도 없는 이곳에서 돛에게 기대고만 있을지, 제 발로 걸어 다닐지는 내 선택입니다. 확실한 건, 시간이 지날수록 표류인지 항해인지 목적이 불분명해진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내가 바라는 대로 할 수 없고, 모든 상황을 내가 바라는 대로 할 수 없다면 내가 나대로 할 수 있는 건 나 자신이겠죠.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함께 해주겠다 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내가 되고 싶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노 저어가다 보면 언젠가 미래에 닿을 것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