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마음
남편을 만나 세상이 다 남편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남편이 세상최고인 것 같은 그때, 공부를 더 했으면 하는 아버지의 바람도 귓등으로 흘려버려 아버지의 맘을 상하게 했었다. 아버지는 말씀으로는 안 하셨지만 인사하러 온 사윗감 절은 받고 싶지 않다고 몸으로 표현하셨었다. 나는 아버지가 최고로 사랑하는 딸이었다.
결혼 말이 오고 갈 때 엄마는 날 데리고 남대문 시장으로 가셨다. 그릇 가게에 가셔서 세숫대야, 요강, 주발대접을 몇 개 고르시더니 맘에 드는 걸 택하라 하셨다. 이게 왜 필요하냐고 했더니 시집갈 때 가지고 가서 이사 갈 때 세숫대야 와 요강을 젤 먼저 가지고 들어가라고 하신 것 같다. 이유는 여쭤본 기억이 없으니, 당연히 모르지만 몇 번 안 한 이사에 엄마 말씀대로 했었었다. 시집가려는 딸 요강을 사주는 엄마의 맘은 어땠을까? 가서 잘 사려나 얼마나 노심초사했을 까? 저걸 사 들고 오는 우리를 본 아버지의 맘은 어떠셨을까? 사용한 적 없는 요강이지만 딸들을 주면 좋아할까? 엄마와 나만의 추억으로 남겨두고 내가 정리해야 할까? 아무래도 그래야 하는 게 맞는 것이겠지.
이제야 헤아려보는 엄마 아버지의 마음에 대한 죄송함과 정리에 대한 이 고민은 몹시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