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냇저고리와 곰인형
나에게는 딸이 둘이 있다.
3대 독자 집안에 시집와서 딸만 둘을 낳았다.
4대가 함께 살고 있었으니 어른들께서는 아들을 은근히 바라셨을 것이다. 은근히 가 아니라 진심으로 바라셨을지도 모른다.
남편은 아들이든 딸이든 한 명만 낳자고 했고, 난 임신을 했을 때는 솔직히 아들이었으면 하고 바라었던 기억이 있지만 그렇게 절실할 틈이 없이 매일매일을 지냈던 것 같다. 둘 다 딸이어서 실망해 본 적이 없다.
그 아이들이 커서 결혼을 하고 또 자기 자식들의 에미가 되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자식들이 잘 자라주었으면 하는 맘으로 열심히 육아를 하고 있다.
첫 배냇저고리를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지니면 좋다는 말을 들은 듯하여 잘 가지고 있다가 아이들 시험 보러 갈 때 예쁜 주머니에 담아 가방 속에 넣어주었다.
아이들 결혼해서 자리 잡으면 돌려주려고 했는 데 아직도 내 서랍에 있는 첫아이의 첫 배냇저고리다. ( 물론 작은 아이 것도 있다)
저 옷이 지들 몸을 다 가려 줄 정도로 작았던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또 자기 자식들을 기르고 있다.
내가 했던 대로 자기들도 자기 아이들 첫 배냇저고리를 보관하고 있다.
아주 이성적이라 생각했던 작은 시누이가 "아들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요?" 했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아들이 없어 탓했다기보다 아들이 있으면 내가 좀 더 떳떳할 까 하는 맘도 있었을 거다.
그때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또 아기를 낳아 아들이라 해도 큰 손녀딸 (나의 큰 딸) 책임이 커지니 더 이상 안 낳아도 괜찮다."
이 말씀 이후 어느 누구도 아들 이야기는 없었고, 나는 아들에 대한 스트레스는 전혀 없었다.
단 한 번도 나에게 아들이란 단어를 꺼내시지 않았던 어머니께서 그 스트레스를 다 짊어지고 계시다는 걸 알게 된 일들이 있다.
둘째 딸아이를 낳을 때 병원에 오셨던 어머니께서 딸아이라는 걸 알고 집으로 가셔서 쓰러져 집안일 도와주시던 아주머니가 슬리퍼도 제대로 못 신고 청심환을 사러 약국으로 뛰어달려야 하셨고, (훗날들은 이야기다)
큰 아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아이생일 잔치 해주려고 친구들을 초대했는 데, 아이들 인사를 받고 나서 어떤 남자아이를 안아주며 우셨다.
그 아이와 나는 깜짝 놀랐다. 할머니가 네가 너무 예뻐서 그래라고 그 아이를 달래주고, 어머님께 왜 우셨냐고 여쭈려다 말았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눈물이 고여 얼른 돌아섰었다.
묻지 않아도, 대답을 안 들어도 알 수 있는, 그런 일이었다.
분명한 건 며느리에 대한 사랑이 많으셨던 어머님이셨다.
내 딸들이 지들 생일이 적혀있는 저 곰돌이 인형처럼 평생을 사이좋게 지내기를 바란다.
ps: 예고에는 '무명천과 인두'라는 글 제목이었는 데 배냇저고리와 곰인형으로 바꾸어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