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진 찍는 미미 Mar 12. 2024

배냇저고리와 곰인형

배냇저고리와 곰인형 

나에게는 딸이 둘이 있다. 

3대 독자 집안에 시집와서 딸만 둘을 낳았다.

 4대가 함께 살고 있었으니 어른들께서는 아들을 은근히 바라셨을 것이다. 은근히 가 아니라 진심으로 바라셨을지도  모른다.

남편은 아들이든 딸이든 한 명만 낳자고 했고, 난 임신을 했을 때는 솔직히 아들이었으면 하고 바라었던 기억이 있지만 그렇게 절실할 틈이 없이  매일매일을 지냈던 것 같다.  둘 다 딸이어서 실망해 본 적이 없다.

그 아이들이 커서 결혼을 하고 또 자기 자식들의 에미가 되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자식들이 잘 자라주었으면 하는 맘으로 열심히 육아를 하고 있다. 

첫 배냇저고리를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지니면 좋다는 말을 들은 듯하여 잘 가지고 있다가 아이들 시험 보러 갈 때 예쁜 주머니에 담아 가방 속에 넣어주었다.  

아이들 결혼해서 자리 잡으면 돌려주려고 했는 데 아직도 내 서랍에 있는 첫아이의 첫 배냇저고리다. ( 물론 작은 아이 것도 있다) 

저 옷이  지들 몸을 다 가려 줄 정도로 작았던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또 자기 자식들을 기르고 있다.

내가 했던 대로 자기들도 자기 아이들 첫 배냇저고리를 보관하고 있다.

아주 이성적이라 생각했던 작은 시누이가 "아들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요?" 했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아들이 없어 탓했다기보다 아들이 있으면 내가 좀 더 떳떳할 까 하는 맘도 있었을 거다. 

그때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또 아기를 낳아 아들이라 해도 큰 손녀딸 (나의 큰 딸) 책임이 커지니 더 이상 안 낳아도 괜찮다."

이 말씀 이후 어느 누구도 아들 이야기는 없었고,  나는 아들에 대한 스트레스는 전혀 없었다.


단 한 번도 나에게 아들이란 단어를 꺼내시지 않았던 어머니께서 그 스트레스를 다 짊어지고 계시다는 걸 알게 된 일들이 있다.


둘째 딸아이를 낳을 때 병원에 오셨던 어머니께서 딸아이라는 걸 알고 집으로 가셔서 쓰러져 집안일 도와주시던 아주머니가 슬리퍼도 제대로 못 신고 청심환을 사러 약국으로 뛰어달려야 하셨고, (훗날들은 이야기다)

큰 아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아이생일 잔치 해주려고 친구들을 초대했는 데,  아이들 인사를 받고 나서 어떤 남자아이를 안아주며 우셨다. 

그 아이와 나는 깜짝 놀랐다. 할머니가 네가 너무 예뻐서 그래라고 그 아이를 달래주고, 어머님께  왜 우셨냐고 여쭈려다 말았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눈물이 고여 얼른 돌아섰었다. 

묻지 않아도, 대답을 안 들어도 알 수 있는, 그런 일이었다.

분명한 건 며느리에 대한 사랑이 많으셨던  어머님이셨다.


내 딸들이 지들 생일이 적혀있는 저 곰돌이 인형처럼 평생을 사이좋게 지내기를 바란다.


ps: 예고에는 '무명천과 인두'라는 글 제목이었는 데 배냇저고리와 곰인형으로 바꾸어 썼습니다.


  

이전 18화 어머님의 도장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