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살 출산 전, 내가 한 선택.
"너도 남들처럼 결혼해야지.
왜 혼자 살 생각해"
난 결혼을 안 하려는 게 아니라
포기한 거였다.
수저의 급이 인생의 급이 되는 세상에서
포기 없이 올라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믿었다.
인생이 만만하지 않다는 걸
너무 일찍 알아버렸기 때문이었을까.
흙수저로 떨어진 내가 다시 올라가려면
뼈를 갈아 넣어야 했다.
"넌 다 해줬지.
너네 아빠 사업도 잘됐고 돈도 많이 벌고."
엄마가 말하는 기억나지 않는 내 금수저 시절은 그 문장 한 줄 뿐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건
좁고 어두운 지하 단칸방,
선택권이 없던 삶이었다.
"잘 살 땐 집에 사람이 끊이질 않더니
망하고 나니 전화 한 통 없더라.
안부인사에도 뭐 부탁할까 피하기만 하고..."
엄마의 푸념은 늘 한숨으로 끝났다.
그래서 나는
결혼과 아이를 포기했다.
가난을 끊어내지 못한 채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다.
"왜 그렇게 악착같이 살아.
결혼해서 맘 편히 살면 되지."
"애 낳아봐라. 얼마나 예쁜데.
둘이 벌면 금방 집 사."
엄마의 말은 착했고,
그래서 더 잔인했다.
엄마가 내 나이였을 때는
적금 이자가 20%였다.
저금만 해도 집이 되던 시절.
지금은
적금 이자가 2-3%.
대출 없이는 꿈도 꿀 수 없는 아파트.
"엄마는 아껴서 저금하고 집 샀어.
너도 그러면 돼"
엄마는 답답해했고
나는 분노했다.
바로 전 임차인의 아버지가
내가 힘들게 장만한 아파트를 두고 말했다.
"이까짓 게 얼마나 간다고."
그 말이 계속 마음에 내려앉아
속을 헤집어 놓았다.
그래서 난.
결혼보다 먼저,
가난을 끊어내기로 했다.
이기적이라 말해도 좋다.
내 슬픔을 아이에게 물려주는 고통은
난 하지 않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