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핍이 많은 사람입니다.
남들이 말하는 계급.
가장 밑바닥 흙수저에서
거친 손으로
숨이 끊어질 듯
쥐어 잡고 올라왔어요.
결핍이 많아 부끄럽냐고요?
아뇨.
어느 날 갑자기
습기 찬 벽지 위로 번진 곰팡이 꽃을 보며
희미하게 남은 금수저시절 얘기를 듣고 살았지만
결핍은
절 상위 자산가로 올렸는걸요.
경험이 없는 것도 결핍이었던 날.
아무것도 모르던 저는
새벽까지 저를 갈아 넣었어요.
기대에 찬 마음으로요.
언젠간
내 책상, 내 방이 생기겠지.
그 꿈이 산산이 부서진 날.
혼자 쥐어 잡고 올라가느라
온몸이 부서져 내리고
얼굴이 망가졌죠.
남들보다 결혼 출산은 늦었지만
어릴 적 처참했던 결핍은
여유로움을 주는 원동력이 되었어요.
전 금수저 시절의 잔재들을 껴안고
후회만 하는
어리석은 이가 아닙니다.
흙수저라며
탄식만 하는
게으름쟁이도 아닙니다.
결핍으로 채워진 제 시간들이
원동력이 된
제 흙수저 시절을
가장 효율적인 연료로 활용했을 뿐입니다.
힘겹게 올린 내 성의 침략자에게는
굳은살이 배긴 손으로
무딘 칼이 아닌
날이 선 칼을 베는 사람입니다.
나와 달리
내 아이에게는
내가 가진 처절함을 주지 않아도 되어
행복한 사람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