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닮지 않게 해 주세요."
엄마의 저주였을까.
임신테스터기에서 두 줄이 생긴 날.
무섭게 스쳐갔다.
"딸은 엄마를 닮는다는데."
엄마의 잔인한 인생은
딸을 갖고 싶은 나에게
가장 잔인하고 무서운 말이었다.
그 무서움이 독이 된 걸까.
점점 진해지던 두 줄의 신호들은
어느 날 멈추었다.
날카롭게 칼을 갈던 내가 무뎌지는 것처럼.
"아유~
다시 진해질 거예요.
내가 시험관으로 힘들게 아이 가져서 이런 걸 잘 알아요."
달콤한 위로에 빠져버렸다.
무지한 다정함은 칼보다 잔인했고
무책임한 낙관은 결국 날 조였다.
병원을 고민하는 내게
자칭 전문가의 소견이었다.
매일 하루에도 수없이
들락거리며 임신테스트기를 봤다.
두 손을 붙잡고 기다리는 내 마음을 외면하듯
점 점 옅어지는 두 줄.
"흠. 너무 약하네.
지금은 두고 보는 것 밖에 없어요."
의사의 말에 희망이 없었다.
진작 왔어야 했다.
날 믿고 내 의지대로.
가느다란 희망을 놓고 싶지 않았던 난
조심스레 발걸음을 내딛으며 걸었다.
그리고,
산부인과에서 돌아오던 길.
난 습하고 비릿한 내음을 치마 속에서 느꼈다.
하염없이 눈물 흘리는 날.
남편은 조용히 내 손을 잡아주었다.
고요히 자신의 눈물을 삼키며.
그날 밤,
우린 서로를 부둥켜안고 거칠 것 없이 울었다.
"시집살이 심해서 첫애는 유산했잖아."
엄마의 모든 게 저주 같았다.
왜 이것마저 같을까.
내 엄마의 저주가 날 잡아챈 건가.
엄마를 닮고 싶지 않았던 내가
울부짖었다.
제발,
내 아이는 날 닮지 않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