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도>에 대한 단상

유아인이라는 보석

by 밀밭

아…

유아인 배우는 같이 연기하기 힘들겠다.

송강호도 저렇게 잡아먹는구나.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유아인이었다.

눈빛, 몸짓, 목소리, 숨소리까지

모든 것에 감정이 서려 있고

그 감정은 결국 광기로 치닫는다.


영화는 아주 친절하다.

인물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촘촘하고 밀도 높게 보여준다.

그만큼 여백은 없다.


사도세자는 뒤주에 갇혀 죽었다.

영조는 정조의 할아버지다.

둘은 조선시대 탕평책으로 훌륭한 정치를 펼쳤다.


내가 알고 있던 조선사는 이게 전부였다.

그 세 줄을 영화는 눈앞에서 펼쳐 보여준다.

영화적 상상력 덕분에

나는 그 광경을 ‘보게’ 된다.


아버지의 자식을 향한 사랑이

기대치로 살짝 뒤틀렸을 때의 모습은

대치동 4세 고시를 떠올리게 한다.


사도는 총명했고

예술적으로 천부적 소질이 있었고

효와 예법을 충분히 아는 기대주였다.

그러나 사랑과 관심, 총애 없이

다그침과 채찍질만 이어졌고

그 끝은 반항과 정신착란이었다.

이건 분명히 부의 과오다.


영화는 어미의 마음으로 사도를 품는다.

하지만 나는 조금 더

이런 건가, 저런 건가

머뭇거릴 수 있는 여백이 있었으면 했다.

내 안에 쌓인 에너지가 많아서인지

자꾸만 영화로 들어갈 공간을 찾게 된다.


문근영은 어렸을 텐데

아역을 노인 분장해 타이트 샷으로 잡는 장면은

보여주기에 조금 더 치중한 느낌이었다.

전라도 대사가 나오면

곧바로 설명처럼 이어지는 장면들 덕에

이 영화는 편하고 쉽다.


그래도,

유아인이 너무 빛나는 작품이다.

그래서 결국 이 영화는

사도세자가 아니라

유아인배우의 얼굴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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