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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주식계좌를 개설해 드렸다

by 스윗나나


부모가 되고 보니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는 날들의 연속이다.

감사한 것 밖에,

죄송한 것 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두 달 전

아빠의 주식계좌를 열어드렸다.


자식들 먹여 살리시느라

매일매일을 현업에 매달려 사셨던

너무도 정직하고 법 없이도 사실 두 분

손해 보면 손해 봤지

이득을 챙기려 단 한 번도 하지 않으셨던.. 자신보다 힘든 다른 사람들의 삶에 보탬이 된다면 내 것들을 내어주고 받을 생각하지 말고

내가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그냥 주고 도와줘라 하시던 부모님이

어린 시절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너무도 정직하게 사시는 모습들이

왠지 손해 같고 왜 당하면서 사는 거 같고

우리도 부자가 아닌데

힘든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부모님이 바르게 정직하게 베풀면서 사신 모습에 저절로 존경스럽고 대단하고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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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마음이 아린다.

아린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일만 하시느라 다른 것에 관심 두실

신경 쓰실 시간도 없으셨을 부모님

취미도 좋아하는 것을 찾으며

배우고 본인들에게 돈 쓰실 시간도 여유도 없으셨을 부모님.


부모님의 힘든 삶에 거의 50년이 훌쩍 지나버린

내 엄마아빠의 나날들.


"내가 너희를 어떻게 키웠는데"

"해줄 거 다해줬는데"

"너희 위해서 얼마나 힘들게 아등바등 살았는데"

하는 조금의 생색?이나 부모로서 해주셨던 행동들에 대한 기대와 보상을 바라는 말을

단 한 번도 하신 적이 없고 들어본 적이 없다.


다른 부모의 기대 섞인 말들을 들을 때마다

순박하지만 정직하고 바르게 착하게 사신 부모님이 내 부모님이라는 게 너무도 다정하고 마음 따뜻해진다.

나의 부모님을 보며 육아가치관이 만들어진다.

부모님을 생각하며 내 아이들을 생각하며.



내가 60이 훌쩍 넘은 부모님의 주식계좌를

개설해 드리고 용돈을 넣어드린 이유는

은퇴 후 부모님께 매달 배당금이 들어오게 해드리고 싶었다.

헌신만 하시던 부모님께 아주 작은 보탬이라도 되어드리고 싶었다.


주식계좌를 두 달 전에 개설해 드리고

용돈을 넣어드린 후 부모님을 만날 때마다

소소하게 잔잔하게 주식 이야기를 나눈다.

부모님은 아직 매수매도도 잘 모르신다.

그래서 만날 때마다 몇 주씩 사보고

다음에 만날 때 또 이야기 나누고

몇 주씩 사보고 수익률 보며 이야기 나눈다.

나이가 드실수록 할 말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주식으로 인해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주식에 주자도 모르는 부모님께

큰 돈은 못 드릴지언정

집 한 채는 아직 못 해드릴지언정

조금씩 아주 조금씩이라도 부모님께 도움이 되어드리고 싶은 마음.


아빠의 계좌에 예쁘게 꽃이 활짝 폈으면 좋겠다.

예쁜 배당 꽃들로 소소한 즐거움이 있으셨으면 좋겠다.



부모님을 만나고 온 날은 늘 코끝이 찡해진다.


그리고 더 예쁘게 멋지게 내 삶도 바르게

잘 만들어가며 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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