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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유 Jan 22. 2021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았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새해의 첫 책으로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를 읽었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조금 무거운 내용인 듯했지만 다 읽고 나서는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당연시 여기면 안 되는 것들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한국은 빠른 시간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촛불의 힘으로 정치 민주화도 이루었다. 하지만 몇 년째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으며, 젊은이들은 한국을 헬조선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우리는 이런 비극을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고 당연시 여기고 살고 있다. 나 역시도 그랬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민주주의는 정치가 아니라 삶의 태도다


책의 저자인 김누리 교수는 민주주의는 정치체제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민주주의자는 '강한 자아'를 가진 사람을 뜻한다.


삼권분립과 대의민주주의를 신봉한다고 다 민주주의자가 아닙니다. 민주주의자는 어디서나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타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는 '강한 자아'를 가진 자입니다. -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


그의 기준 대로라면, 한국은 정치만 민주화된 나라다.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약자와 공감하고 연대하며, 불의에 분노하고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 다수를 차지하는 사회. 그것을 일상의 민주화라고 한다면 한국은 아직도 갈길이 멀어 보인다.


우리와 비슷했지만,

우리와 완전히 다른 나라


현재 독일유럽연구센터의 소장으로 있는 저자는 한국 사회를 '독일이라는 거울'에 비춰 새로운 관점으로 살펴본다.


우리와 똑같은 분단체제를 겪었지만 우리와는 다른 길을 간 독일의 사례는 많은 것들을 시사해준다. 그들은 과거청산을 확실히 했고, 그 위에 이상적인 교육시스템을 세웠다.


독일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지 않는다. 대부분의 대학이 국립이고, 등록금은 물론, 생활비도 전액 지원해준다.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차별 없이 공부할 수 있고 고등 교육이 바로선 나라인 것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교육은 어떤가? 살인적인 입시경쟁, 허리가 휠 정도로 비싼 등록금 등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익히 잘 알 것이다.


일상의 사막화, 생활리듬의 초가속화


이탈리아 철학자 프랑코 베라르디는 한국사회의 특징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끝없는 경쟁, 극단적 개인주의, 일상의 사막화, 생활리듬의 초가속화'가 그것이다.


새해가 시작되고 한 2주간 회사일이 바빴던 터라 일상의 사막화와 생활리듬의 초가속화라는 말이 더욱 공감 간다. 한국인은 왜 항상 바쁘고 여유가 없는 가? 왜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가?


아프니까 청춘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인생은 원래 경쟁이야.
바쁘게 사는 게 좋은 거야


이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개개인의 문제, 각각의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 자체가 우리를 이렇게 살도록 내몰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역사와 정치에 기반해 한국 사회의 문제점들을 꼬집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외면하고 싶지만 꼭 알아야 할 현실이기도 하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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