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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금귤 Aug 31. 2021

꿈이 없을 수도 있지.

걱정하지마. 꿈이 있다고 미래가 완벽하지는 않으니


지금부터 하고 싶은 것을 찾으면 돼.


어릴 때는 꿈을 이루기 위한 독기로 가득했던 거 같은데 나이가 들면서 내 마음속은 다른 의미로 냉정해진 것 같다. 과거에는 독기가 있어도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지금은 마음이 마치 빛바랜 상자에 넣어둔 액세서리 같달까.


갑자기 이러한 생각이 든 이유는 얼마 전에 심리검사를 받으면서 상담사분에게 들었던 질문 때문이다. 질문을 들었던 당시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집에 와서 지인과 대화를 하다 보니 조금 더 자세히 내 마음을 알게 된 것 같았다.




그 상담사분이 그랬어요. 나 같은 사람이 생각이 많고 너무 완벽하려 한다고. 그래서 완벽하지 않으면 시작을 안 한다.라고.. 세상에 완벽한 건 없다면서 "만약에 내일 당신이 고민하던 모든 문제가 다 사라졌어요. 그럼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어요?"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뭐라고 대답했나요?


상상이 안 간다고 했죠. 그래도 생각해보래요. 지금 딱 생각나는 게 뭐냐고. 그게 당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라고 그동안 누르고 있었던 가장 하고 싶었던 일 일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곰곰이 잘 생각해보라고 하셨어요.


근데 저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쉬고 싶다고 했어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생각이란 것을 하지 않고 그냥 쉬고 싶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그건 지금의 감정상태 때문에 그런 거라면서 나중에 시간이 날 때 잘 생각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럴 것 같았어요. 사실상 금귤이는 그로기 상태를 길게 끌고 가는 상태인 것 같긴 했거든.


조금 신기했어요. 예전 같았으면 분명히 연기가 하고 싶다던가 성우 공부가 하고 싶다고 울었을 거예요. 난 내 눈물 버튼이 "꿈, 하고 싶은 거, 하고 싶었던 것" 이 세 단어인데 듣기만 해도 폭풍눈물 뿌리는 사람이거든요. 그 정도로 너무나 절실했던 건데 이게 너무 절실하다 보니까 진짜 꿈이 된 느낌. 뭔지 알아요?


허탈감. 상실감. 그거 너무 잘 알죠.


이룰 수 없는 그냥 바라만 봐야 하는 꿈이 된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너무 오래되니까..


못 죽어서 산다는 느낌.


학생 때는 난 이게 진짜 내 미래가 될 줄 알았지. 근데 그 기간이 너무 길어져버린 거야. 그래서 뭔가 꿈이 바래진 느낌이랄까. 더 멀어진 별이 된 느낌이랄까. 그냥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서 더 이상 못하겠더라고요. 


그리고 이젠 상상이 잘 안 되는 거예요. 어릴 때는 성우가 돼서 녹음하는 상상이 선명했는데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이제는 상상이 잘 안돼. 그래서 가끔 슬퍼요. 난 이제 진짜로 내 열정을 쏟아서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게 아닐까? 싶은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아, 그래서 금귤이가 다소 그런 모습이 있었던 거구나. 살짝 방어적인 게 있었거든. 뭐랄까 산만한 느낌.


난 초등학생 때부터 인간 실존에 대해 생각하면서 살았고 아직도 난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는데 꿈이 없다는 건 내가 나로 살 가치가 없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그냥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난 평생을 하나의 꿈만 꾸고 자랐고 꿈이 없는 사람이 이해가 안 됐는데 이젠 내가 꿈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게 그냥 그 상황이 납득이 되지 않았어요.


그 감정을 잃지 마요. 슬럼프가 왔을 때 나를 반걸음 앞으로 내딛을 용기를 줄 감정이니깐.


난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너무 슬프고 눈물이 나는데 예전부터 항상 이러는 와중에도 딴생각이 들더라고요. 산만한 거 맞는 듯..ㅎㅎ 이거 에세이로 쓸 내용 중 하나였는데 몇 번째 챕터였더라?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ㅎㅎㅎ 순서 따위 신경 쓰지 말라니깐! 금귤이는 너무 완벽함을 추구해서 스스로 라벨링을 하고 있어. 책장에 책을 차곡차곡 순서대로 넣어야만 하는 그런 성격인 거야.


저는 이성적인 감수성 풍부한 사람인 게 맞나 봐요ㅋㅋㅋ 예전에도 일하다 너무 힘들어서 옥상 가서 울고 있는데 전날 연기수업에서 들은 대본이 생각나서 울면서도 '좀 비슷한 감정인 것 같아. 녹음할까?'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면서 아, 진짜 이 와중에 이러는 거 싫다.라는 생각을 했어요ㅋㅋ


그러니깐 스스로 라벨링에 익숙해진 거. 그러니 정돈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면 산만해지게 되는 거고. 꿈에 대해 상상하면서 이 다음에 꽂을 책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지에 대해서만 생각해요. 조금 스스로에 대한 압박감을 살짝 내려놓을 필요가 있어요.



디벨로퍼

◈ 스윗금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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