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윗금귤 Sep 05. 2021

알 수 없는 우울감이 파도처럼 내 마음에 밀려올 때,

그냥 나를 안아줄 수는 없을까


우울감은 항상 예고 없이 찾아왔다. 어느 날은 자고 일어나서 또 어느 날은 눈을 떴을 때, 갑자기 숨이 막히는 우울감과 슬픔이 찾아온다.


그때마다 한 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항상 내 마음은 마치 가득 찬 물 잔과 같아서 아슬아슬했고, 언제라도 누군가가 날 툭 친다면 와르르 쏟아져버릴 것만 같았다. 어떨 때는 누군가가 일부로라도 내 감정을 터트려주길 기다리기도 했다. 넘칠 것 같은 이 감정을 오래 유지하기란 너무나 힘들었다. 



"너는 너무 예민해, 감정이 항상 롤러코스터야. 뭘 그렇게 다 감정적으로 대해?"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었다. 그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나는 내가 우울하고 싶어서 우울한 것도 아니고 감정적이고 싶어서 감정적인 것도 아닌데, 나도 이런 내가 너무 힘들어. 내가 원해서 이렇게 감정에 휘둘리는 것은 아니잖아." 약간은 억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감정에 지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나 싫다.


그렇다고 이 감정을 누군가한테 알려주는 것도 나에겐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예전에는 서로 소울메이트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이러한 감정을 자주 쏟아냈고 처음에는 잘 받아줬지만 나중에는 이러한 나 때문에 친구와는 멀어지게 됐다.


그 뒤로 '아, 이런 감정은 누구한테도 말을 해서는 안 되겠구나. 나는 중간이 없는 사람이니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난 그 사람을 내 감정 쓰레기통으로 쓸 생각은 없었는데 그 사람은 그렇게 느꼈나 보다.



'누군가한테 기대기 시작하면 그 사람은 언젠가 떠나게 되는구나.'



아마 그때 이후로 원래도 남에게 기대지 않았던 나는 더더욱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않게 되었다. 유일하게 내 마음을 처음으로 터놓았는데 그 사람이 떠나는 것을 보니 내 행동이 잘못된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내 마음속에 차곡차곡 감정을 쌓았다. 그래서인지 가끔씩 슬픔과 우울감이 한 번에 쏟아질 때가 있다.


이유가 있을 때도 있지만 이유가 없는 우울감도 종종 찾아왔다. 그럴 때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눈물이 흘렀다. 내가 왜 울고 있는지 도통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으면 알 수 없는 우울감이 파도처럼 내 마음에 밀려왔다. 그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아아, 내 마음의 물 잔이 가득 찼구나. 쏟아낼 때가 됐네.'



그래서 혼자 어두운 새벽에 숨죽여 우는 일이 많아졌다. 우리 집은 어릴 때부터 우는 것은 절대 안 되라는 아빠의 교육방침이 있었기에 남몰래 우는 것은 익숙했다. 그래서 집안사람들은 아무도 내가 내면에 어떤 슬픔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그게 이상하게도 때때로 화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다. 


가장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이 가족인데 왜 몰라주는 걸까? 하지만, 일부러 말을 하지 않는 것이기도 했다. 감정을 쏟아내면 쏟아내는 만큼 상처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가끔씩 감정이 터지는 모습을 보이면 그 누구도 내 마음을 이해해주거나 받아주거나 안아주지 않았다.


그러한 경험이 쌓이다 보니까 나는 그 누구에게도 마음 놓고 고민을 털어놓거나, 소리 내어 우는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었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렇게 큰 것이 아닌데. 나는 그 흔한 괜찮다는 말이 듣고 싶은 것도 나의 상황에 대한 조언과 충고를 듣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그랬구나.."



그저 이 말 하나면 충분했다. 그냥 나를 안아줄 수는 없는 걸까? 어쩌면 나는 아직도 위태롭고 불안정한 어린아이 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힘들고 내가 가장 애틋하다고 느끼는 걸 수도 있다. 그저 투정을 부리고 있는 걸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 나와 같은 사람도 있겠지? 나와 같은 마음 때문에 너무나 힘들고 누가 나를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겠구나 싶었다. 이렇게 갑자기 우울감과 슬픔이 내 마음의 문을 박차고 들어올 때, 쏟아지는 감정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를 때, 나도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나와 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구나, 너는 그래서 그런 감정이 쏟아진 거구나. 이 감정이 너의 모든 삶을 지배하지는 못해. 하지만 지금은 그저 안아줄게. 이 감정이 물 잔에서 다 쏟아질 때까지 너의 등을 토닥여줄게."



그렇게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지 말고 감정의 파도에 올라타면서 나아가고 싶다. 내가 가장 먼저 나를 안아줘야겠다.



https://youtu.be/YbMewy5s2-4


작가의 이전글 꿈이 없을 수도 있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