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설레임

by 노란고구마


하나의 큰 초, 아홉 개의 작은 초

세상의 모든 빛을 그러모아

어른이 되어 이루고 싶은 꿈만큼

가득 꽂아 넣었던 뜨거운 희망


두 개의 큰 초, 아홉 개의 작은 초

초의 개수만큼 거친 파도에

흔들리다 휩쓸리고 바닥에 뒹굴어도

꿋꿋이 잘 견뎌낸 담담한 위로


세 개의 큰 초, 아홉 개의 작은 초

매일 똑같이 맴도는 나날들

더 이상 빈틈없이 꽂혀있는 지루함

지친 기대마저 낡아버린 설레임


네 개의 큰 초, 아홉 개의 작은 초

너무 빨리 타버리는 덧난 세월

되돌릴 수 없이 무너져가는 체력

오직 하나 남아낸 바람은 건강


다섯 개의 큰 초, 이 후에는

영영 사라진 아홉 개의 작은 초

촛불을 밝히기에도 아까운 시간

매년 덜어가는 순간마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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