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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 대한 생각
07화
발달지연 아동을 보고 든 생각
두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by
메리
Dec 16. 2024
관광지,
사
회에서 마주친 발달지연아이들의 모습은
생각을 깊게 하게 만드는 자극제
다.
#1
대학생 때 친구들과 여수에 놀러 간 적이 있다.
근처 포장마차에 앉아 재밌는 수다를 하던 중 옆 테이블에는 가족이었는데, 초등학생 정도의 남자아이와 부모님이었다.
그 아이는 우리가 대화하는 모습이 재밌는 것처럼 보였는지 빤히 보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그 아이는 우리의 대화에 끼고 싶었는지 우리에게 뜬금없이 말을 걸었다.
처음에는 잠깐 의아했는데 어설픈 대화솜씨를 들어보다가 우리는 '아이가 뭔가 모자란 아이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서로 얘기하진 않았지만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그 아이가 서툰 말들을 끝까지 다 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아이의 엄마, 아빠는 처음에는 안절부절못하다가 우리가 경청해 주고 아이와 어렵사리 대화하며 아이의 말에 호응해 주는 걸 보고 안심을 했는지 미소를 머금으셨다.
친구들과 나는 발달지연에 대해 전공으로 배웠던 적이 있었고 먼저 다가온 그 아이도 우리에게 우호적이어서 그의 부모님과도 쉽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아이와 부모님은 가족여행을 매년 다니신다고 한다. 아이가 발달지연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후에도 그 가족들과 대화가 오갔고, 아이가 예쁜 누나들을 좋아한다며 재밌는 농담도 하기도 했다. 미지막엔
아이에게 좋은 경험을 만들어 주어 고맙다며 우리 테이블에 술 한 병을 사주셨던 기억이 있다.
가끔 여수를 생각하면 그때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 가족은 어디선가 또 좋은 추억을 만들러 여행을 다니시겠지.
#2
친구들과 성수기 해수욕장에 갔던 적이 있다. 그때 해수욕장에서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여자아이와 아이의 엄마가 잔잔한 파도를 즐기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나는 느낌적으로 아이가 발달 지연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알아챌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우선, 아이의 시선이 엄마를 신경쓰지 않은채 물위를 둥둥 떠다녔고, 엄마는 항상 아이의 구명조끼를 붙잡고 보호자처럼 꼭 붙잡고 있었다.
이건 여느 고학년 아이의 수준이 아니었다.
고학년이라면 엄마가 멀리서 뛰어노는 아이를 지켜보는 정도면 되
는
데 말이다.
또 아이는 시끄럽게 물장구 치는 다른 아이들에겐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단
지 튜브 무늬에 집중하며 바라보기만 했다.
이건 상호작용 능력의 제한이 있음을 뜻했다.
그래서 나는 단번에 또래 아이들과 분명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친구들과 해수욕장을 즐기며 놀면서도 그 엄마와 딸이 어떻게 노는지 자주 눈길이 갔다.
아이는 주변에 누가 있든, 또 다른 아이들이 무엇을 하든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면서, 관심이 가는 사람이 있으면 그들에게 다가가 웃기도 했다.
그때마다 엄마는 아이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조심스
러
워졌다.
그리고 또래 친구들이 함께 놀 수 있도록 아이를 끼워주었을 때에도 딸의 뒤에서 항상 지켜보고 있었다.
그날은 그 모녀에게 어떤 날이었을까?
1년에 몇 번 없는 특별한 날이었을까.
그냥 보통의 하루였을까.
.
.
나는 그들의 소중한 추억이 될 날을 훔쳐보는 느낌이었다.
나는 발달지연 아동의 발달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선생님이라 인지 수준이 낮은 아이들
에
겐 행동 하나하나에도 최소한의 도움이 필요함을 안다.
그래서 치료실에서는 아이와 발달 수준의 향상과 독립성 증진을 위해 다양한 훈련 혹은 활동을 한다.
그리고 그날의 치료가 끝나면 아이의 가족들에게 아이의 치료 활동의 연장선으로써 숙제 아닌 숙제를 내어 드린다.
숙제를 잘해오면 다음 단계로 빠르게 활동 난이도를 올리거나 다른 기술들을 익힐 수 있으니까.
치료사로서는 그렇게 한다.
하지만 가정에서 아이들의 가족들은 그것이 다가 아닐 것이다.
함께 추억을 쌓고 평생 함께 할 내 가족, 내편이기에 흘러가는 소중한 시간을 치료에만 몰두해 버린다면 아마 "
주객전도
"가 되어버릴 것이다.
결과적으로 삶을 잘 살기 위해 치료를 받는 것인데, 치료를 위해 산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치료사인 내가 싫을 것 같다.
위
에피소드들처럼 나는 나의 아이들(내가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아이들)이 좋은 추억을 쌓아와 치료실에 들어올 때 항상 사랑을 듬뿍 받아온 모습으로 마주했으면 좋겠다.
햇빛에 까맣게 탄 피부, 놀이터에서 놀다가 땀에 흠뻑 젖은 머리, 밥을 맛있게 먹고 묻은 소매의 밥풀까지.
나는 나의 아이들의 삶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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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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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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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이를 만나고 든 생각
07
발달지연 아동을 보고 든 생각
08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생각(1)
09
자폐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생각(2)
장애인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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