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어르신을 만나고 든 생각

치료사관점에서

by 메리

치매는 기억과 큰 상관관계가 있다.

기억하는 능력을 점차 잃어가는 것인데 단기기억부터 점점 사라진다. 단기기억부터 나중에는 장기기억까지.

점점 기억은 없어져도 대화가 되는 이쁜 치매가 있는 반면, 기억력이 감퇴하면서 망상과 환청 증상이 같이 와 공격성을 띄는 치매도 있다.

처음에는 '열쇠를 어디에 두었지?', '아까 점심밥은 먹었나?' 등 가까운 과거의 단기기억부터 가물가물 해진다.

그리고 나중에는 자신이 사는 집의 주소, 전화번호, 심지어 자신의 이름까지 잊을 수 있어 이차적인 위험이 높아 증상이 심할수록 보호자의 역할이 커게 된다.


치매환자의 치료 목표는 예방이거나 감퇴하는 기억력을 다시 원상태로 기억할 수 있게 하기보단 지금 현 수준에서 조금 나아지거나 감퇴하는 속도를 늦추는 목표로 치료활동을 한다.

그래서 치매는 완치의 개념이 없다.

(미래엔 기억력을 복구할 수 있는 치료법이 나오길 바란다.)


나는 어르신 환자를 마주했을 때 여러 인지능력 평가를 해왔다.

계산능력, 문제해결능력, 기억력 등 많은 인지능력이 있고 그 능력들을 평가했을 때 몇 점 이하일 때 치매의심단계와 치매단계를 유추할 수 있는 평가(MMES)가 있다.


치매 선별 검사(MMSE-DS) 내용 일부 (출처 : 건강한 집)


'안녕하세요.' 인사를 먼저 건네면 눈은 나를 바라보면서 경계하듯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여 인사해 주신다.

그러고 나서 나의 첫마디는 항상 같다.

"제가 몇 가지 여쭐 건데, 저와 하는 이 평가가 쉬울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어요.
이건 환자분과 치료할 때 어떤 부분을 제가 잘 활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하는 평가니까 최대한 아는 것들을 답해주시면 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환자분 대부분은 끝까지 잘 대답해 주신다.


위의 사진처럼 시계를 가리키면 "저거 뭐예요?", 연필을 가리키며 "저거 뭐예요?", "옷은 왜 빨아 입어요?"와 같이 생활하면서 모를 수 없는 것들을 물어보게 된다. 언어적인 문제가 있는지, 생뚱맞은 답을 하진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 약식?으로 물어보게 되어 어떤 때에는 이 평가의 질문들이 환자에게는 반감을 느끼게 할 때가 있다.


내가 신입이었을 때

사전에 위 박스 내용을 말하지 않고 평가에 돌입했더니 이런 문제도 생겼었다.

"내가 여기가 어딘지도 모를 것 같아서 물어?! 내가 이런 바보 같은 질문에 답해야 돼?"라고 말하는 환자분도 더러 계셨었다. 더 나아가 질문이 터무니없이 쉽고 자신을 깔본다 생각하여 알아도 대답을 안 하고 병실로 올라가시겠다고 하여 날 곤란하게 하신 환자분도 계셨었다.


그래서 나는 위의 첫마디를 강조하여 말하기 시작했다.

소통하기 어려운 치매 환자분들을 마주할 때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환자분들은 기억도 그렇지만 작업기억 능력도 감소하기 때문에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대화소리로 중요한 키워드를 반복하고 강조해 말하곤 한다.


그리고 눈으로 볼 수 있게끔 손이나 포인트막대기로 짚어주면 더 환자분과 소통이 수월해진다.

인내심을 갖고 계속 반복하면 언젠간 나의 말을 듣고 따라와 준다.

*작업기억 : 방금 받아들인 정보를 처리하는 단기기억보다 더 짧은 순간에 무언가 수행하면서 동시에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기억능력.

예를 들어
"지금 엄마 얼굴을 떠올려 보세요."라고 지시를
들었을 때 엄마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는 것.
"구구단 3단을 줄줄이 생각해 보세요."라고 했을 때
3단을 생각하며 내 머릿속에 스케치해 보는 것.
또는 스스로 수학문제를 계산하는 동안에 머릿속에 떠올려진 것이 작업기억이다.


이 평가를 하기 전까지는 그저 인자하신 어르신 한분이 나의 앞에 앉아계실 뿐이다.


막상 평가를 할 때 나의 말에 반응을 안 해서 내 말을 못 들으시나?라는 생각도 해보고, 가끔은 초반에 내 소개를 했는데도 평가 중반에 나에게 악수를 청하는 환자분도 계셨다.


나는 치매환자만 마주하지 않는다.

치매환자의 가족들도 함께 마주한다.

그의 가족들의 모습은 그 어르신 앞에서는 딸, 아들, 혹은 형제, 부모님이다.


보호자들의 하루는 감정의 롤러코스터 그 자체다.


어떤 때 웃으면서 함께 치료실을 들어올 때도 있고, 어떤 때는 환자분이 볼 수 없게 휠체어 뒤에서 눈물에 눈이 퉁퉁 불어서 오시기도 한다.


나는 그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을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삶을 그들이 살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을 하며 치료목표를 세운다.




최근 치매에 대한 연구도, 지원도 많아 지역마다 광역치매안심센터가 생기고, 어르신들과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 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나라에서 하는 이런 지원 정책은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고령화시대에서 초고령화시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치매를 집중적으로 다루어 주고, 지역사회에서 관리해 주는 것은 어르신들 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게다가 고령인구를 관리하는 지원정책이 늘어날수록 젊은 사람들의 일자리도 창출되고 일석이조이다.

(현 2024년에 들어서는 치매센터 추경예산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광역치매안심센터라면 그 지역의 치매환자들과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의 인구를 다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관계자에게 들어보니 그건 아니었다.

관할 구역센터에 자신이 치매라는 것을 등록해야지만 지원, 관리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치매가 아니더라도 예방차원에 만 65세 이상이 되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다.

(뇌자극 운동, 수공예, 요리 등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지역의 센터마다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다르니 참고 바란다.)


혹시 주변 지인이나 자신의 가족 중 치매 혹은 경도인지장애, 그저 집에 계셔서 심심하고 기억력 좋으신 어르신 계시다면 꼭 집 주변 치매안심센터가 있는지 알아보고 등록하거나 연결해 주시길 바란다.

치매가 없어도 참여가능한 치매예방 프로그램이 많다.


치매환자든 아니든,

어르신들도 삶을 의미 있게 살 수 있게 젊은 사람들이 이런 프로그램들을 알선해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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