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휴일 D+9

2017년 2월 3일 (금)

by 최용경
# episode 1. 로마 주민과 함께하는 미식 기행
# episode 2. 이탈리아 스타트업 CEO와의 미팅
# episode 3. 로마에서의 마지막 저녁



# episode 1. 로마 주민과 함께하는 미식 기행


이번 이탈리아 여행에서 아쉽다면 아쉬웠던 점은 맛있는 것을 많이 먹으러 다니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일단 혼자 여행이었기 때문에 식비 부담이 있기도 했고, 이탈리아 음식은 이제 한국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음식에 대한 판타지가 크게 없었다. 그래도 음식으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에 왔으니, 하루는 식도락 여행을 해야겠다 싶어, 이번에도 마이리얼트립을 신청했다. 이번 마이리얼트립은 로마에 거진 10년째 살고 계신 한국분과 일대일로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니는 것이었다.


선미님과 함께 간 파머스 마켓. 과일, 채소 사진이 제일 예쁜 것 같다.


나와 미식 기행을 함께 한 선미님은 요리책까지 내신 전직 셰프였다. 다행히도 선미님은 나와 여러 가지로 취향이 잘 맞는 것 같았다. 선미님은 파머스 마켓을 좋아하고, 여행을 사랑하는 분이었다. 여기에 우리가 단 네 시간 동안 먹었던 음식들을 나열해보겠다.


1. Sant’ Eustachio에서 카페 마끼아또 한 잔.
2. Marco Fono Roscioli에서 Pizza Bianca와 Pizzette Rusttiche 한 조각씩.
3. Pasticceria de Bellis에서 라즈베리 미니 타르트 하나.
4. 시장에서 페스토, 트러플 소스 등을 바른 비스킷 여러 개.
5. Barnum에서 커피 한 잔 더.
6. MAMI에서 대구 튀김과 호박꽃 튀김.


Pizza Bianca와 Pizzette Rusttiche. 정말 맛있었다!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이 중에서도 대구 튀김 요리는 살이 꼬들꼬들하고 반죽도 촉촉해서 특히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렇게 많은 음식들을 먹으면서 선미님과 나는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알고 보니 선미님은 한국에서 이탈리아인 남편분과 함께 꽤나 유명한 펜션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었고, 인테리어 관련한 분들도 많이 아시는 분이었다. 내가 인테리어 디자인 스타트업에 다니게 될 거라고 말씀드리니, 도움 줄 수 있는 게 있다면 꼭 그러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너무나도 감사했다.


갑자기 세계가 더욱 작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 episode 2. 이탈리아 스타트업 CEO와의 미팅


여행 전 내가 알아본 것 중에 하나는 이탈리아의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계에서 2년 반 가량을 일했던 나는 이탈리아 스타트업 문화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리서치를 하던 중 이탈리아의 주요 스타트업 500개를 모아둔 아티클을 발견했고, 리스트를 꼼꼼히 훑어보았다. 그중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소비자를 연결시켜주는 CoContest라는 스타트업이 단연 눈에 띄었다. 운명적이었다. 내가 곧 일하게 될 업종의 스타트업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곧장 LinkedIn에서 CoContest를 검색했다. 처음에는 CoContest의 CEO가 'Forbes 30 under 30'에도 오른 사람이기 때문에 약간 쫄아서, CoContest의 직원에게 만나보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역시나 며칠 동안 답장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반갑게도 CoContest의 CEO가 내 LinkedIn 프로필을 조회했다는 알림이 떴다. 이때다 싶어 CoContest의 CEO인 Federico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Federico는 나의 미팅 제안을 수락했다.


오늘이 Federico를 만나는 날. 떨리는 마음으로 만나기로 했던 사무실 근처 커피숍으로 향했다. 나와 Federico, 그리고 Federico의 남동생이자 Co-founder인 Filippo 이렇게 셋은 약 1시간 반 동안 각 회사에 대한 얘기, 유럽과 미국, 아시아 시장에 대한 얘기, 한국과 이탈리아의 스타트업 문화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내가 한국에서 느꼈던 고충을 이탈리아 사람에게 직접 들으니 이상하게 속이 시원해졌다. 게다가 Federico는 내가 일할 회사와의 파트너십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얘기를 해주었다. 유럽과 미국 시장을 잘 알고 있는 CoContest와 아시아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파트멘터리’는 장기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기대했던 것보다도 훨씬 풍성한 대화를 나눈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CoContest CEO들을 만나러 가는 길. 마음이 급하다.


한 친구는 나에게 "여행을 가서도 미팅을 하다니, 일 밖에 모르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생각해보면 나는 일 밖에 모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화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사람'을 아는 것만큼 그 나라 문화를 잘 아는 방법이 또 있을까? 이는 유학 시절에도 충분히 느꼈던 부분이다. 자유의 여신상을 10번 보는 것보다는 뉴요커 10명을 만나는 것이 뉴욕을 훨씬 가깝게 경험할 수 있다는 것.


나와 이탈리아 사람이 연결될 수 있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하루 10시간을 꼬박 쓰는 ‘일’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일’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게 되면 이탈리아인과 한국인으로서의 대화가 아닌, 글로벌 비즈니스맨끼리의 대화로 바뀌는 점도 흥미롭다. Federico, 그리고 Filippo와 나눈 1시간 반 동안의 미팅 같기도, 수다의 장 같기도 했던 시간은 한국에 돌아가서도 내게 큰 힘이 되는 기억임이 확실하다.



# episode 3. 로마에서의 마지막 저녁


CoContest의 CEO와의 미팅을 마치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에어비앤비 호스트인 Vittoria와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딜레이 된 트레인을 뚫고 집에 도착하니 Vittoria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Vittoria는 레지던트 의사인데, 약간은 어리바리한 매력이 있는 친구이다.


.Vittoria가 만들어준 요리. 조금 짭짤했다. (ㅋㅋ)


Vittoria가 자신 없어하며 내놓은 튀김요리와 매쉬드 포테이토, 치킨 요리는 따로 먹었을 땐 짜고 싱거웠지만 같이 먹으면 조화로웠다. Vittoria의 요리실력을 주제로 30분, 뉴욕에서의 생활(Vittoria도 나와 같은 학교에서 2개월을 생활했단다.)을 주제로 1시간, 인생과 친구, 페미니즘, 정치 등을 주제로 1시간을 얘기하다 보니 벌써 자정이 되었다. 역시 사람을 통한 문화 체험은 그 무엇보다 재미있고 값지다. 풍족한 마지막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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