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2일 (목)
# episode 1. 고양이 응가 해프닝
# episode 2. 코워킹 스페이스를 경험하다.
# episode 3. 로마 야경 투어를 통해 속성으로 배우는 로마 유적지
로마에서의 첫 아침, Vittoria가 키우는 고양이 한 마리가 내방으로 슬쩍 들어왔다. 꺄! 귀여워. 역시 남이 키우는 반려 동물은 마냥 예쁘다. 고양이 사진을 여러 장 찍다가 내가 방 밖으로 나오니 고양이도 쫄래쫄래 따라 나왔다. ‘역시 고양이는 날 좋아하는군!’ 생각하며 방으로 다시 들어왔는데, 아뿔싸! 방안에 응가 냄새가 진동하는 것이었다. 1초간 상황 파악 끝에, 이 냄새는 누구도 아닌 그 깜찍한 고양이의 냄새라는 것이 느껴졌다. 심지어 내가 사진을 찍는 바로 그때 고양이는 응가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찌할 바를 몰라, 일단 간단하게 용변을 처리하고 일하러 나간 Vittoria에게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냈다. “Vittoria, 고양이가 내 침대에 응가를 쌌어.” Vittoria는 너무, 너무, 너무나도 미안해하며, 하루치 방값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괜찮아, Vittoria! 고양이가 날 좋아하나 보지 뭐!”
로마에서의 남은 3일 동안, 고양이 응가 사건은 Vittoria와 그녀의 친구 Sam, 그리고 나 사이에서 가장 재밌는 농담 소재가 되었다.
나는 서울숲 주민이다. 서울숲에는 ‘카우앤독’이라는 코워킹 스페이스가 있는데, 그곳에 가면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일하는 모습과 회의하는 모습, 각종 이벤트 등을 경험할 수 있다. 내게 ‘진정한’ 로마 경험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여행 전 로마의 코워킹 스페이스를 검색했다. 그중 ‘Cowo360’이라는 곳이 가장 마음에 들어, 예약을 해두었다. 오늘이 바로 ‘Cowo360’에 방문하는 날! 고양이 두 마리를 뒤로하고 숙소를 떠났다.
Cowo360은 생각보다는 규모가 작은 코워킹 스페이스였다. 총 3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층에는 나같이 잠시 머물다가 떠나는 사람들을 위한 소파와 책상이 준비되어 있었다. 소파에 앉아 브런치를 쓰며 로마인들이 일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프로그래머로 추정되는 사람 몇 명도 눈에 띄었고, 창업자 같은 사람 몇 명도 눈에 띄었다. 친화력 대박인 이탈리아인들답게, 다른 회사 사람이라도 서로 굉장히 친해 보였다. 역시나 나도 신기해 보였는지 말을 걸어왔다. 카페테리아에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커피를 내려 친절하게 가져다 주기도 했다. 카우앤독보다는 조금 더 가족적인 분위기였다.
커피가 무제한 공짜인 Cowo360에서 나는 세 시간을 머물렀고, 내가 나중에 낸 비용은 총 8유로. 꽤 괜찮지 않나? 게다가 한 달 회원권은 15유로란다. 로마에서 일하는 사람이 된 양, 일상에서 굉장한 꿀팁을 얻은 기분이었다.
오늘은 나의 두 번째 마이리얼트립 투어가 있는 날. 각종 로마 유적지를 내 발로 직접 다니고, 그 유적지에 대한 공부를 직접 하는 것에 자신도 없었다. 관광지를 그렇게 부지런하게 다니는 인물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마이리얼트립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낮 투어가 아닌, 야경 투어를 하면 좋은 것이 낮에는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고, 밤에는 안전하게 유적지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역시나 이번 야간 투어도 마치 미술사 수업에서 필드트립을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세 시간 반 동안, 총 10군데에 가까운 장소들을 돌았는데, 유적지들이 다 근처라서 체력적인 부담은 없었다. 그래도 두 시간 동안 짧게 돌았던 피렌체 투어가 조금 더 집중도 있고 좋았던 것 같다.
콜로세움 가는 길. 익숙한 길이 나왔다. 5년 전, 대학 시절 친구와 함께 왔던 길이었다. 그때는 무더운 여름, 노을이 지던 풍경이었는데. 이번에는 쌀쌀한 저녁, 나 혼자 로마에 왔다. 결국 거대한 콜로세움을 앞에 두고도 내 기억에 강하게 남는 것은 무더운 로마에서 잠시 앉아 보는 노을 풍경과 그 분위기였다. 이번 이탈리아 여행도 내게 그런 식으로 기억될게 분명했다. 다음번에는 언제, 누구와 함께 로마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