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휴일 D+8

2017년 2월 2일 (목)

by 최용경
# episode 1. 고양이 응가 해프닝
# episode 2. 코워킹 스페이스를 경험하다.
# episode 3. 로마 야경 투어를 통해 속성으로 배우는 로마 유적지



# episode 1. 고양이 응가 해프닝


로마에서의 첫 아침, Vittoria가 키우는 고양이 한 마리가 내방으로 슬쩍 들어왔다. 꺄! 귀여워. 역시 남이 키우는 반려 동물은 마냥 예쁘다. 고양이 사진을 여러 장 찍다가 내가 방 밖으로 나오니 고양이도 쫄래쫄래 따라 나왔다. ‘역시 고양이는 날 좋아하는군!’ 생각하며 방으로 다시 들어왔는데, 아뿔싸! 방안에 응가 냄새가 진동하는 것이었다. 1초간 상황 파악 끝에, 이 냄새는 누구도 아닌 그 깜찍한 고양이의 냄새라는 것이 느껴졌다. 심지어 내가 사진을 찍는 바로 그때 고양이는 응가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KakaoTalk_Photo_2017-02-06-23-15-34_32.jpeg 응가 중인 고양이. 시원했으면 됐다!


어찌할 바를 몰라, 일단 간단하게 용변을 처리하고 일하러 나간 Vittoria에게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냈다. “Vittoria, 고양이가 내 침대에 응가를 쌌어.” Vittoria는 너무, 너무, 너무나도 미안해하며, 하루치 방값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괜찮아, Vittoria! 고양이가 날 좋아하나 보지 뭐!”


로마에서의 남은 3일 동안, 고양이 응가 사건은 Vittoria와 그녀의 친구 Sam, 그리고 나 사이에서 가장 재밌는 농담 소재가 되었다.



# episode 2. 코워킹 스페이스를 경험하다.


나는 서울숲 주민이다. 서울숲에는 ‘카우앤독’이라는 코워킹 스페이스가 있는데, 그곳에 가면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일하는 모습과 회의하는 모습, 각종 이벤트 등을 경험할 수 있다. 내게 ‘진정한’ 로마 경험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여행 전 로마의 코워킹 스페이스를 검색했다. 그중 ‘Cowo360’이라는 곳이 가장 마음에 들어, 예약을 해두었다. 오늘이 바로 ‘Cowo360’에 방문하는 날! 고양이 두 마리를 뒤로하고 숙소를 떠났다.


KakaoTalk_Photo_2017-02-06-23-15-36_30.jpeg 코워킹 스페이스 Cowo360의 일부. 단출하다!


Cowo360은 생각보다는 규모가 작은 코워킹 스페이스였다. 총 3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층에는 나같이 잠시 머물다가 떠나는 사람들을 위한 소파와 책상이 준비되어 있었다. 소파에 앉아 브런치를 쓰며 로마인들이 일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프로그래머로 추정되는 사람 몇 명도 눈에 띄었고, 창업자 같은 사람 몇 명도 눈에 띄었다. 친화력 대박인 이탈리아인들답게, 다른 회사 사람이라도 서로 굉장히 친해 보였다. 역시나 나도 신기해 보였는지 말을 걸어왔다. 카페테리아에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커피를 내려 친절하게 가져다 주기도 했다. 카우앤독보다는 조금 더 가족적인 분위기였다.


KakaoTalk_Photo_2017-02-06-23-15-37_15.jpeg 에스프레소 한 잔과 설탕을 가져다 주셨다. 감사합니다!


커피가 무제한 공짜인 Cowo360에서 나는 세 시간을 머물렀고, 내가 나중에 낸 비용은 총 8유로. 꽤 괜찮지 않나? 게다가 한 달 회원권은 15유로란다. 로마에서 일하는 사람이 된 양, 일상에서 굉장한 꿀팁을 얻은 기분이었다.



# episode 3. 로마 야경 투어를 통해 속성으로 배우는 로마 유적지


오늘은 나의 두 번째 마이리얼트립 투어가 있는 날. 각종 로마 유적지를 내 발로 직접 다니고, 그 유적지에 대한 공부를 직접 하는 것에 자신도 없었다. 관광지를 그렇게 부지런하게 다니는 인물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마이리얼트립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낮 투어가 아닌, 야경 투어를 하면 좋은 것이 낮에는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고, 밤에는 안전하게 유적지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KakaoTalk_Photo_2017-02-06-23-15-44_27.jpeg Pantheon 앞. 적당히 서늘하고, 적당히 여유롭고, 적당히 북적이는 장소였다.


역시나 이번 야간 투어도 마치 미술사 수업에서 필드트립을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세 시간 반 동안, 총 10군데에 가까운 장소들을 돌았는데, 유적지들이 다 근처라서 체력적인 부담은 없었다. 그래도 두 시간 동안 짧게 돌았던 피렌체 투어가 조금 더 집중도 있고 좋았던 것 같다.


KakaoTalk_Photo_2017-02-06-23-15-39_6.jpeg 천사의 성 앞에 있는 조각상. 아름답다. 헤헷!


콜로세움 가는 길. 익숙한 길이 나왔다. 5년 전, 대학 시절 친구와 함께 왔던 길이었다. 그때는 무더운 여름, 노을이 지던 풍경이었는데. 이번에는 쌀쌀한 저녁, 나 혼자 로마에 왔다. 결국 거대한 콜로세움을 앞에 두고도 내 기억에 강하게 남는 것은 무더운 로마에서 잠시 앉아 보는 노을 풍경과 그 분위기였다. 이번 이탈리아 여행도 내게 그런 식으로 기억될게 분명했다. 다음번에는 언제, 누구와 함께 로마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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