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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경 Mar 19. 2017

'업종에의 열정'과 '업무 성과'의 상관관계

현장 동행 소감문

당신의 업무 성과는 과연 회사의 업종과 얼마나 크게 연관이 있을까?


카페의 바리스타, IT 회사의 개발자, 그리고 패션 브랜드의 디자이너처럼 판매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창조해내는 일을 하지 '않는' 이 세상의 수많은 운영/관리/재무/회계/영업/인사 업무의 종사자들을 생각해보자. 그들에게 회사의 ‘업종’이란 대체 어떤 의미인가? 평소 회사의 업종에 크게 관심이 없던 당신은 문제가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업종에 대한 관심은 분명 장단기적으로 당신의 업무에 감정적 지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업무 성과는 또 다른 문제다. 특정 업종에 관심과 열정이 있다고 해서 내가 속해 있는 직무에 더 큰 성과가 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특정 업종에 대한 열정은 실무를 접해야만 제대로 알 수 있으니, 입사 전부터 특정 업종에 관심이 없다고 너무 낙담하진 말자.


이쯤 돼서, 회사의 업종에 관한 내 이야기를 잠깐 해본다. 최근 나는 인테리어 스타트업에 ‘기획자’로 합류하게 되었다. 평소 내가 인테리어 업계에 갖고 있던 관심의 정도는 예쁜 집과 가구에 설레어하는 일반인 레벨. 그런 내가 업종의 전문가들과 일하면서, 몇 차례 현장 동행을 하면서, 회사의 비전을 조금씩 실현해내면서, 인테리어 업종에 애착이 있는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 업종에 애착이 생기면서 깨달은 것은 ‘미래 가치’로 만들어진 스타트업에 열정을 다하는 리스크를 감수함에 있어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이 ‘감정적 요인’인데, 업종에 대한 열정이 감정에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단기간 내에 업종에 대한 애착을 가져다줄 수 있는 현장 동행은 내가 같이 일하는 동료에 대한 존경심뿐 아니라 회사의 비전과 가치에 대한 확신을 싹 틔우는데 꽤나 큰 역할을 했다.


“드드드”하는 굉음과 땀 냄새가 섞인 철거 현장에서 마치 누드화를 본 것처럼 우리가 만드는 서비스의 필요성을 직접 목격했다. ‘아! 우리는 이러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우리가 없으면 고객들은 이런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구나!’ 현장 관찰 10분 만에 절절히 느꼈다. 그다음에 방문한 일명 '마무리’ 현장에서도 다른 차원의 서비스 가치를 목격했다. 인테리어 서비스가 완료된 현장은 비전문가인 내가 보기에도 감동이었는데, 고객 또한 나만큼이나 완공 현장에 만족한 듯 환하게 웃었다. 내가 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도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어떤 제품이 이렇게까지 고객을 행복하게 만든 적이 있었나? 뭉클했다.


현장에서 목격한 동료들의 땀과 고객의 미소는 이 일을 그만두기 전까지는 절대 잊지 못할 장면이다. 회사가 좋아지니, 업종에도 애착이 생긴 건지. 업종에 애착이 생기니, 우리 회사가 더 좋아진 건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상관도 없다. 어쨌든 회사에 대한, 그리고 업종에 대한 열정은 내가 24시간 중 최소 8시간은 쓰는 업무 시간에의 감정 이입을 돕는다. 하지만 그뿐이다. 업종을 향한 열정이든, 사람에 대한 열정이든, 어떤 종류의 열정이든, 열정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실제 업무 성과를 내기 위한 동기뿐이다. 마치 다이어트 직전 보는 '충격적인 내 사진'처럼.


자, 이제 동기 부여와 감정 이입의 단계는 끝났다. 제대로 업무 성과를 내야 할 때이다. 제대로 공부하고, 치열하게 사고하고, 성실하게 일하자. 비로소 열정을 성과로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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