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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지 Feb 12. 2022

글 쓰다 문득, 여행사진

글과 내가 하나 되는 글쓰기를 꿈꿉니다


글을 쓸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을 그리도 앙망하더니, 

막상 온전한 시간이 주어지면 딴짓을 합니다.


유튜브로 슬픈 영화를 보며 펑펑 울기도 하고,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킥킥 웃기도 해요.

책 한 권을 쑥 뽑아 들어 색연필로 줄을 긋다가

비로소 몰입해서 글을 쓰더니, 다시 딴짓.

잠시 여행 때 찍은 사진을 둘러보았습니다.


아끼는 풍경들을 모아보았는데요. 수많은 사진 중 유일하게 제 머릿속에 남아있는 풍경은 단 하나뿐이랍니다.

 

제일 마지막 사진이에요.


다른 사진들은 모두 카메라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았는데 마지막 선셋 무렵의 강 풍경은 찍자마자 카메라의 배터리가 닳아버렸거든요.


'어떡해. 이 풍경이야말로 찍어야 하는데.'


안타까운 마음에 3초 정도 좌절했을까요.

이 아름다운 광경을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강하게 올라왔습니다. 그때부터 한참 동안 시시각각 물빛이 변화하는 황혼의 풍경을 바라보았어요. 눈도 거의 깜빡이지 않은 채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세상에 하이델베르크 강과 저 둘 뿐인 듯 느껴졌습니다.


그렇게나 오래도록 하나의 풍경을 응시한 적이 있던지... 덕분에 유럽여행 중 제 머릿속에서 숨결까지 기억나는 장면은 저 하나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외 풍경들은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느라 정작 마음에는 온전히 담지 못했거든요. 대신 이렇게나마 사진으로 나눌 수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요즘 들어 아이에게 사진을 찍어주면 처음엔 브이로 협조해주다가 곧이어 이런 말을 합니다.


"엄마 그만 찍어. 이리 와."


소중한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 남기고 기록하는 것도 좋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래도록 가슴속에 자리하는 건 내가 그 순간과 온전히 하나 된 때인 것 같아요.


엄마와 밤새 수다를 떨 때 제가 내일 시험이나 방송 준비로 불안해하면 언제나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고.

지금은 엄마와 대화하는 이 순간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글 또한 무얼 하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닌,

그냥 지금 글을 쓰는 이 시간이 좋아서.

글과 내가 하나 되어 써 내려갈 때

가슴속에 그 순간이 오래도록 자리하겠지요..*


글과 내가 하나 되어 춤추는 시간을 꿈꾸는,

 

풋내기 작가의 바람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따스한 밤 보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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