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는 풍경들을 모아보았는데요. 수많은 사진 중 유일하게 제 머릿속에 남아있는 풍경은 단 하나뿐이랍니다.
제일 마지막 사진이에요.
다른 사진들은 모두 카메라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았는데 마지막 선셋 무렵의 강 풍경은 찍자마자 카메라의 배터리가 닳아버렸거든요.
'어떡해. 이 풍경이야말로 찍어야 하는데.'
안타까운 마음에 3초 정도 좌절했을까요.
이 아름다운 광경을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강하게 올라왔습니다. 그때부터 한참 동안 시시각각 물빛이 변화하는 황혼의 풍경을 바라보았어요. 눈도 거의 깜빡이지 않은 채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세상에 하이델베르크 강과 저 둘 뿐인 듯 느껴졌습니다.
그렇게나 오래도록 하나의 풍경을 응시한 적이 있던지... 덕분에 유럽여행 중 제 머릿속에서 숨결까지 기억나는 장면은 저 하나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외 풍경들은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느라 정작 마음에는 온전히 담지 못했거든요. 대신 이렇게나마 사진으로 나눌 수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요즘 들어 아이에게 사진을 찍어주면 처음엔 브이로 협조해주다가 곧이어 이런 말을 합니다.
"엄마 그만 찍어. 이리 와."
소중한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 남기고 기록하는 것도 좋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래도록 가슴속에 자리하는 건 내가 그 순간과 온전히 하나 된 때인것 같아요.
엄마와 밤새 수다를 떨 때 제가 내일 시험이나 방송 준비로 불안해하면 언제나 말씀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