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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is 뭔들
그저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by
이윤지
Mar 8. 2022
“오모나, 이준이 엄마 아니여?”
“어머나,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멀리서부터 긴가민가 했네. 오랜만이야!”
상가 학원 앞에서 마주친 반가운 얼굴!
우리 동네에서 저를 처음으로 집으로 초대해주신 태우(가명)
네 할머님을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따님이 일하는 동안 손주를 봐주신다는 할머
니는 어찌나 성격이 좋으신지 놀이터 첫 만남에서부터 단숨에 저와 친구가 되었어요. 한참 수다를 떨다가, 자동차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와 할머님 손주의 공통점을 발견하고는 그날 바로 집으로 초대를 해주셨지요. 한사코 괜찮다는 말에,
“아유 괜찮아. 잠깐 놀다 가.”
하며 앞장서시는데, 어찌나 리더십이 넘치시던지 어느새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가는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할머님은 아이들이 노는 동안 손수 커피도 내려주시고 간식으로 먹으라며 달콤한 쿠크다스도 여러 개
가져다주셨어요. 혹시라도 자동차로 아이들끼리 싸움이 날까 봐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는 제게 그녀는 말했습니다.
“이구, 그냥 내비 둬. 얼른 이 커피부터 좀 마셔봐.”
@pixabay
그러고는 한동안 못 뵙다가 정말 오랜만에 딱! 마주친 겁니다.
"참, 저번에 멀리서 따님이 아이 손잡고 걸어가는 거 봤어요. 엄청 미인이시던데요?"
할머니의 동공이 커지더니 손사래를 치십니다.
"아이고. 아니야, 예쁘긴 뭐가 예뻐. 우리 이준이 엄마가 더 이뻐."
잉 아닌데요
..? 할머님을 닮아 따님은 정말로 눈에 띄는 미인이었습니다.
그래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니 저도 활짝 웃어봅니다.
아이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두 아이는 같은 유치원에 갈 예정이었어요.
덕분에
새 학기가 되고 유치원 입구에서 반가운 얼굴을 곧 또 뵐 수 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언제나 할머니께서 저를 발견해주셔요.
“오... 맞네 맞어! 이준이 엄마 맞지? 아이 기다리는 거야?”
"어머나! 네 안녕하세요! 태우 데리러 오신 거예요?"
"응"
훤칠한 키의 그녀는 오늘도 에너지가 넘칩니다.
아이들이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리자 먼저 한
말씀을
하십니다.
“아이코!! 힘들어.”
놀라서 바라보니, 양팔 스트레칭을 하며 말씀하십니다.
“아, 아니. 아이
데리러 오는 게 힘들다는 건 아니구, 오늘 운동을 너무 빡시게 했거든.”
곧이어 아령 드는 시늉을 보여주시니 귀여우신 모습에 웃음이 나옵니다.
열심히
헬스 하시는 할머니! 정말 멋지지 않나요?
집에 들어온 남편에게 아 맞다! 하며 오늘 일을 들려주었습니다.
“있잖아. 태우 할머니 기억하지? 나 초대해주신 분. 그분이랑 요즘 유치원에서 매일 만난다?”
“오 정말? 잘 됐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있어. 나를 볼
때마다 이준이 엄마라고 부르셔.”
“그래? 그럼 이든이 엄마라고 말하지 그랬어?”
흠 그러고 보니 그동안 한 번도 이준이 엄마가 아니라 이든이 엄마라고 말씀드린 적이 없습니다.
할머니의 매력에 푹 빠져 정신을
못 차렸기 때문일까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말할 타이밍을 놓쳐서 일까요?
아마도
.. 그럴 필요를 못 느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말씀드리겠지만 할머니께서 저를 이준이 엄마라 부르시든, 숏
컷 엄마라 부르시든, 옆 동 엄마라 부르시든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각만 하면 웃음 짓게 하는 태우네
할머
니께서
그저 오늘도 밝고 씩씩하게,
웃는 날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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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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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YTN·KBS·EBS 아나운서│『메타인지 대화법』 저자│멘쉬커뮤니케이션 대표│Mind Communicator. Mother. Christ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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