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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지 Jan 19. 2023

에메랄드 호수의 선물

엄마표 동화 이야기 3

아주 오랜 옛날 산골짜기 마을에 에메랄드빛 호수가 있었니다.

호수의 빛어찌나 영롱하고 예쁘던지 사람들은 초록빛 보석과 같은 물빛을 보며 ‘에메랄드’라고 불렀답니다. 에메랄드는 해가 뜨면 하늘의 은하수 같았고 밤이 되면 깊이를 알 수 없는 비단결처럼 아주 고왔니다.  


그 아름다움이 널리 알려진 에메랄드 곁에는 찾아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나날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호수의 빛깔이 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은 회색빛이 되기도 했고 어느 날은 흙빛이, 어떤 날은 그 속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둔탁한 물빛이 되었지요.      


에메랄드를 참 예뻐하던 하늘의 천사가 어느 날 호숫가로 내려와 말했습니다.      


“에메랄드야, 에메랄드야. 무슨 고민이 있니?”     

“천사님 안녕하세요! 휴. 제 마음이 다 보이던가요? 실은 요즘 슬프고 우울하답니다.”     

“나에게 편안하게 말해보렴. 내가 도와줄게.”     

“사람들이 저에게 와서 슬픈 이야기, 화난 이야기, 때로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그때마다 마음이 너무 힘들고 아파서 갈수록 숨을 쉬기가 힘들어져요. 저는 말을 할 수도 없고, 해결해 줄 수도 없는걸요. 이제는 사람들이 다가올 때마다 얼마나 상처를 입을지 겁이 나요.”     

“아고 그랬구나. 그동안 참 힘들었겠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큰 힘을 얻고 돌아가고 있는데 우리 에메랄드에게는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네. 나에게 하루만 시간을 줄 수 있겠니? 묘약을 들고 내려올게.”     

“네 천사님.”     


에메랄드는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 누군가를 만난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볍고 따뜻해졌어요. 천사를 다시 만나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렸답니다. 다음날 밤 뾰로롱 소리가 들리더니 드디어! 천사가 나타났어요.      


“에메랄드야, 많이 기다렸지? 내가 두 가지 방법을 일러줄게. 매일 실천해 줄 수 있겠니?”     

“네! 그럼요.”      

호수의 마음은 두근거렸어요.     

“먼저 첫 번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 두 가지 이야기를 마음으로 들려주었으면 좋겠구나. 하나는,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나를 찾아와 이야기를 들려줘서 ‘고마워요’ 하고 말해주기. 둘. 당신의 앞날을 ‘축복합니다’ 하고 기원해 주는 거란다. 할 수 있겠니?”     

“그럼요. 에이 뭐 어렵지도 않네요. 두 번째는 뭔가요?”     

“음.. 그전에 질문이 있단다. 에메랄드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언제니?”     

“저는 새벽에 아무도 없을 때 물결을 따라 춤을 추는 시간을 제일 좋아해요.”     

“와. 그거 멋진걸! 두 번째 부탁은, 오늘따라 마음이 울적하고 힘들다 싶을 때면 그 시간을 반드시 갖는 거야. 어떠니?”     

“그게 다예요? 충분히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천사님 말대로 하면 뭐가 달라지나요?”     

“나만 믿고 해 보렴. 늘 너를 바라보며 응원할게. 안녕.”     


순식간에 하늘로 날아가버린 천사를 보며 에메랄드는 잠시 꿈을 꾼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었어요.     

오늘은 새벽부터 건너 마을 고깃집 아저씨가 술병을 들고 찾아왔어요. 이전이었으면 그가 멀리서 보이는 순간부터 숨이 막혔겠지만 오늘은 에메랄드도 용기를 내었어요. 천사가 전해준 묘약이 있었으니까요. 에메랄드는 찬찬히 그의 이야기를 다 들어준 뒤 ‘고마워요. 축복해요.’ 하고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말해주었어요. 그렇게 첫 번째 미션 통과!     


곧이어 거칠게 싸움을 하는 연인부터 구슬프게 우는 할머니까지... 오늘도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왔답니다. 에메랄드는 최선을 다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떠나는 사람들에게 ‘고맙습니다. 축복합니다.’를 간절히 전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지요.


그날 밤. 평소보다 에너지를 많이 쓴 에메랄드는 힘이 쭉 빠졌어요. 스르르 그냥 잠들려다 번쩍! 천사가 들려준 말이 생각났요. 그때 마침 하늘을 바라보니 반딧불 친구들이 날아와 반짝이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조용히 귀 기울이던 에메랄드는 천천히 리듬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물결은 천재 음악가를 만난 현악기처럼 널리 울려 퍼져나갔어요. 물빛에 비친 반딧불의 빛은 하늘의 별을 담은 듯했지요. 마음껏 행복한 시간을 보낸 에메랄드는 그렇게 평온한 밤을 보냈니다.

     

천사와의 약속을 지킨 지 어느덧 수백 년의 세월이 흘렀어요.

어느 날 눈을 감고 뜬 에메랄드는 어라,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요. 갑자기 하늘로 붕! 하고 올라가 훨훨 나는 듯했지요. 정신을 차려보니 여러 세월 동안 햇살을 받은 에메랄드 어느덧 공기가 되어 하늘을 날고 있었답니다. 너무나 자유로운 느낌에 에메랄드는 가슴이 뛰었어요. 바람결을 타고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며 사르르 마주하는 민들레 홀씨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며 축복을 전했습니다. 특히 누군가가 들이마시는 숨이 되어 그의 몸속을 타고 들어갔다 나올 때면 더욱 힘껏 사랑을 기원했답니다.       


“와! 오늘따라 공기가 정말 맑! 숨 좀 들이마셔봐. 살 것 같아!”     


에메랄드를 만나는 사람들마다 쿵쾅쿵쾅 가슴이 뛰고 청량한 공기에 힘이 났답니다.      


천사와의 약속을 꾸준히 지켜온 에메랄드는 큰 선물을 받게 되었습니다. 에메랄드가 만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더 큰 사랑과 축복을 받게 되는 힘을 얻게 된 것인데요. 세월이 흘러 무한히 늘어난 에메랄드는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사람을 생애 한 번은 반드시 만난다고 해요.


숨을 크게 한번 들이마시고 후 하며 내뱉어 보실래요?

그 어느 날 유난히 행복하고 벅차오르는 기쁨이 느껴진다면. 바로 그날이 에메랄드를 만난 순간일 거예요.


축하합니다!

당신에게 평생의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유치한 엄마표 동화를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ㅡ^ 에메랄드 호수 선물의 축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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