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출산가방도 다 쌌고요. 아기 옷도 넣어놓았고 집안 청소도 싹 해놨어요. 오늘이 출산 전 마지막 뵙는 날이네요.”
“그래요. 정말 마지막이네. 이든이 걱정은 하지 말고 잘 다녀와요.”
“에이 왜들 마지막이라 그래요. 꼭 어디 멀리 보내는 것 같잖아요. 아기 잘 낳고 금방 건강하게 만나요?”
둘째를 출산하기 전 이든이와 셔틀버스를 같이 타는 친구 엄마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3월부터 인사를 하고 지내다 보니 어느덧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둘째를 낳고 병원과 조리원에 있는 동안 ○○엄마와 □□엄마는 첫째의 등원하는 모습과 하원 후 다 함께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을 사진으로 종종 보내주었다. 그때마다 챙겨주는 고마운 마음에, 그리움에 눈시울을 붉히며 사진을 들여다보곤 했다.
조리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뒤 3주 만에 이든이 하원을 마중 나간 날이었다. 멀리서 노란 버스가 천천히 다가오자 창문을 통해 이든이의 얼굴이 보였다. 그런데 멍하니 앉아 있던 아이가 내 얼굴을 보자마자 동공이 순간적으로 열 배쯤 커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지도 못한 엄마 얼굴에 너무 놀라 벌떡 일어나는 아이를 보니, 그동안 많이 보고 싶었을 아이의 마음이 느껴져 순간 울컥하고 말았다.
셔틀버스 문이 열리자 등하원 선생님께서도 반가움에 커다래진 눈으로 인사를 건네주셨다.
“이든이 어머니! 아기 잘 낳고 오셨어요?”
“네! 잘 지내셨죠?”
좀 더 밝게 인사하고 싶었는데 오랜만에 보는 아이얼굴에 이미 눈시울이 붉어진 뒤였다. 쑥스러워 고개를 숙이자 등하원 선생님의 눈가도 금세 촉촉해지셨다.
“이든이가 엄마 만나기까지 세 밤 남았어요. 두 밤 남았어요. 하면서 의젓하게 기다렸어요.”
“아이고 그랬어요? 감사합니다.”
눈물이 가득 찬 우리는 서로 눈을 마주치지도 못한 채 그렇게 고개를 숙이며 '안녕히 가세요' 인사를 나누었다.
다음날 아이들 등원을 보내고 ○○엄마와 □□엄마와 오랜만에 나무 아래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나는 어제 있었던 일을 밝게 건넸다.
“어제 하원을 나왔는데 이든이가 저를 보자마자 눈이 이렇게 커진거예요!”
그런데 주책없이 그 시점에서 아이 얼굴이 떠올라 또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직 이야기를 다 하지도 않았는데 두 엄마가 손으로 눈가를 훔치고 있었다.
“아휴... 왜 울고 그러세요.”
“3주 동안 이든이 정말 의젓하게 기다렸어요.”
“나도 둘째 낳으러 갔을 때 우리 첫째 생각하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아이 참, 우리 아침부터 울지 맙시다.”
한 마디만 건네도 서로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엄마들 덕분에 산후 시기도 힘을 내어 보냈다. 아이 등원 후 잠시 나누는 수다가 어찌나 하루의 활력이 되는지, 남편이 '매일 무슨 대화를 나누어?' 하는 질문에 딱히 뭐라 답해줄 콘텐츠는 없지만 그렇게나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관심도 없거니와 잘 알지도 못했던 소아과 정보, 생일파티 준비물, 늦은 밤 응급실, 태권도 도복 사이즈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누구 아이가 아프다 하면 엄마도 힘들겠다 하며 함께 기도를 한다. 처음 보는 누구 엄마를 만나도 마치 옆집 엄마인 양 편안하고 반갑다.
“아, 젊을 땐 나도 자유롭게 여행 가곤 했는데.”
“에너지도 넘쳤고 지금이랑은 다르죠.”
이따금 그때 그 시절을 이야기할 때면 우리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흐른다. 각자의 머릿속에 날개 단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다. 그러다 육아 파이팅을 외치며 헤어지지만, 그 너머로 진하게 느껴진다. 엄마들이 사랑을 품고 오늘도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는 것이.
어느 누가 주부를 평범히 보았단 말인가.
우리 모두 열정을 다한 전직, 현직이 있으나 다 함께 입을 모아 말한다.
직업 중 최고는 주부라고 말이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하나 되는 우리.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 엄마들이 있어 든든하고 감사하다. 이렇게 또 다음의 삶을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