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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지 Apr 24. 2021

느려도 괜찮아. 고마운 해왕성에게

엄마표 동화이야기

옛날 옛날에 아름다운 태양계 마을이 있었어요.

그곳에는 태양 아줌마와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친구들이 살고 있었어요.

커다란 태양 중심으로 여덟 친구들은 글뱅글 돌며 사이좋게 지냈니다.


어느 날 달리기 시합이 열렸어요.

친구들은 다 같이 모여 준비, 시, ! 소리가 들리자마자 힘차게 달기 시작했어요.

이웃 마을의 수많은 별들반짝반짝 빛을 내며 응원해주었요.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언제나 재빠른 수성이 가볍게 골인!  먼저 도착했어요.

금성, 지구, 화성, 목성 친구들도 이어 지게 다다랐지요.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해왕성은 나타나지 않았어요.

지친 별들은 모두 자리로 돌아갔어요.


꾸준히 결승선을 향해 달리던 해왕성은 속상했어요.

마을회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서글픈데 달리는 속도까지 느리니 울음이 나올 것만 같았어요.

멋쟁이 수성은 날쌜 뿐만 아니라 뛰는 거리도 짧은데,

나는 빠르지도 않은 데다 결승선 득히 먼곳에 있으니 억울함이 밀려왔어요.

해왕성은 펑펑 울기 시작했어요.


그때  지나가던 친구가 말을 걸었어요.

해왕성 주위를 도는 위성 트리톤이었어요.

“해왕성아, 왜 울고 있니?”

“친구들은 빠른데 나만 느림보야. 다들 박수도 받고 메달도 걸었는데,

난 아직도 도착하려면 한참 멀었어. 아무도 나를 기다려주지도, 기억해주지도 않아.”

“그렇지 않아. 나는 매일 너만 보며 달리고 있는걸?

나에겐 네가 제일 소중해. 네가 없으면 나도 없어.”

“정말이야?”


그때 마침 별똥별 우체국 아저씨가 태양 아줌마의 편지를 전달해주었어요.

해왕성은 처음으로 받아본 편지에 가슴이 뛰었어요.


‘친애하는 해왕성에게.

해왕성님이 꾸준히 그려주는 우리 마을의 울타리 덕분에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가고 있답니다.

무더운 날이 많은 우리는 시원하고 푸 해성에 가면 얼마나 좋을까 이야기하며 항상 응원하고 있어요.

우리를 위해 먼 거리도 묵묵히 달려주는 해왕성님에게 늘 고마움을 느낍니다.

조금만 더 힘내주세요! 고마워요.’


그동안 해왕성은 캄캄한 우주 속에서 아무도 몰라주는 레이스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해왕성은 나를 알아주는 이가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나의 걸음 의미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으니까요.



끄읕^^


우주책을 유심히 보는 아이 덕분에 저도 행성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밤에는 야광 별 스티커를 보며 자기전에 제맘대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답니다. 보통은 먼저 잠들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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